▲<게임의 법칙> 포스터는 박중훈의 눈빛 연기가 인상적이었지만 포스터 자체로 '스포일러'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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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캅스> 이후 선택한 박중훈의 액션 누아르
코로나 시대 전까지만 해도 천만영화가 1년에 두 세 편씩 쏟아졌기에 '이 시대 최고의 배우'를 한 명만 꼽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배우층이 넓지 않았던 1990년대까지만 해도 특정 배우가 한국 영화계 전체를 이끌었다. 성우와 탤런트를 시작으로 <닥터봉> <은행나무침대> <넘버3> <접속> < 8월의 크리스마스 > <초록물고기> <쉬리> 등을 차례로 히트시킨 한석규는 90년대 중·후반 한국영화의 독보적인 '원톱 스트라이커'였다.
그리고 한석규가 등장하기 전에는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박중훈이 강우석 감독과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투캅스 1,2> <마누라 죽이기> 등을 통해 90년대 초·중반을 '하드캐리'했다. 특히 박중훈은 <돈을 갖고 튀어라>와 <총잡이> <할렐루야> <현상수배> 등 코미디 장르의 영화에서 탁월한 감각을 과시했다. 그런 박중훈이 <투캅스>와 <마누라 죽이기> 사이에 선택한 영화가 바로 한국형 누아르 <게임의 법칙>이었다.
박중훈은 <게임의 법칙>에서 영웅을 꿈꾸는 시골 양아치 용대를 연기하며 한 방을 노리는 한 남자의 성공과 몰락을 실감나게 연기했다. 조금은 허세가 섞인 듯한 박중훈의 껄렁껄렁한 연기는 1999년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영구형사를 통해 다시 한번 빛을 발했다. 20년도 훨씬 더 지난 영화지만 지금도 상당수의 영화팬들은 박중훈 90년대 최고의 연기로 <게임의 법칙>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게임의 법칙>은 박중훈뿐 아니라 히로인 태숙을 연기했던 배우 오연수에게도 상당히 의미 있는 작품이다. 안양예고 3학년이던 1989년 MBC 공채 탤런트에 합격한 오연수는 <춤추는 가얏고>의 주인공에 발탁되며 청순한 외모로 단숨에 주목을 받았다. 오연수가 영화 데뷔작 <장군의 아들3>에서 맡은 역할도 김두한(박상민 분)과 곤도 중위(독고영재 분)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단아한 가수 장은실이었다.
그렇게 청순가련한 이미지를 유지하던 오연수에게 애인을 따라 상경했다가 배신을 당하고 술집으로 팔려 가는 <게임의 법칙>의 태숙은 배우로서 새로운 도전이었다. 오연수의 기존 이미지가 깊게 박혀 있는 관객이라면 <게임의 법칙>에서 걸쭉한 욕을 내뱉고 애인 잘못 만나 기구한 삶을 사는 태숙이 굉장히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한방'을 노렸지만 '한방'에 무너진 용대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