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부동산만큼 한국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는 것도 드물다. 아파트 한 채 갖는 게 일생의 소망이 되고, 집을 어디에 어느 정도 크기로 가졌느냐가 마치 계급처럼 통용된다. 십수 년을 벌어도 갚기 어려운 돈을 빌려 집 한 채를 사고, 그 이자로 미래를 저당 잡힌 채 살아가는 이가 수두룩하다. 온 국민이 빚쟁이가 되었고 가계부채가 위험 수준을 넘었다는 경고음에도 부동산을 향한 질주는 멈출 줄을 모른다.
한국인이 가장 욕망하는 것이 내 집 마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스갯소리처럼 여겼지만 공공연히 마주하게 되는 초등학교 학생들의 꿈은 건물주다. 부동산을 갖는 것이 삶의 목표이고 희망이며 꿈이 되는 세상, 부동산을 욕망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고 이를 갖지 못하면 실패한 삶처럼 보이는 게 우리가 사는 곳의 현주소인지도 모른다.
아파트를 가지려 하는 게 잘못된 일은 아니다. 오히려 각자가 처한 현실 가운데 현명한 선택일 수 있겠다. 집도 없고 전세도 사라져가는 가운데 월세가 다달이 월급에서 뭉텅이로 빠지는 게 현실이고 보면 집을 가져야 안정적인 삶의 바탕이 된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오죽하면 리얼리티 연애 프로그램에서조차 내 집을 갖고 있다는 게 중요한 매력 포인트가 되겠는가.
몸 누일 집 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