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에선 좀처럼 일상의 공간이 드러나지 않는다 느낄 때가 있다. 영화 가운데 내가 살고 거니는 일상의 공간이 소실돼 이름 모를 익명의 거리며 식당, 카페처럼 느껴질 때가 잦은 것이다. 저기 할리우드만 해도 뉴욕과 LA의 소소한 공간이 주요하게 등장하는 작품이 적잖고, 또 유럽과 홍콩, 일본 등지의 영화도 그러한데 유독 한국의 작품에선 실재하는 장소가 표백돼 본래의 존재감을 발하지 못하는 경우가 잦은 것이다.
혹자는 이를 문화적 열등감이 뿌리 깊이 박혀 있는 탓이라 거칠게 말하기도 하고, 또 누구는 오늘의 한국 관객이 영화로부터 일상을 환기하는 것보다는 비일상성을 찾는 탓이 크다고 평하기도 한다. 그 모두가 얼마쯤 영향을 미치는 것이겠으나 이따금은 영화로부터 현실의 반영을 보고자 하는 욕구를 완전히 치워버릴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도 일상성을 영화 가운데 드러내려 하는 감독이 없는 것은 아니다. 1988년생 젊은 감독 김태양 또한 그와 같아서, 그가 내놓은 작품 가운데선 감독이 직접 거닐고 시간을 보내었던 애정하는 장소들이 마치 생물처럼, 또는 영화의 한 주역처럼 모습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