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어느 영화사로부터 영화평 청탁과 함께 영화 상영 뒤 감독과의 대화를 진행해달란 요청을 받았다. 독립다큐상영회를 주최하는 이 영화사의 제안은 이번이 두 번째, 먼저 것은 일정이 맞지 않아 거절을 한 터였다. 잊지 않고 다시 제안해 준 것이 고마워서 나는 한 달음에 부산으로 달려가기로 결정한다.
상영될 작품이 무엇이냐 묻자 "<봄바람 프로젝트> 아시죠?"란 답이 돌아온다. 영화평론가란 직함이 무색하게도 금시초문, 정말이지 난생 처음 듣는 이름이다. 민망함을 딛고 그게 무어냐 물으니 2년 전 있었던 투쟁현장을 다룬 다큐멘터리라 한다. 이번에 상영될 작품은 <봄바람 프로젝트 시즌2: 다시, 바람이 분다>라며, 그 영화의 속편 격이 된다고. 말하자면 나는 원작도 보지 못한 채, 심지어는 그 존재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로 속편을 다루게 된 것이다. 절로 얼굴이 발개질 일이다.
그로부터 마음을 담아 <봄바람 프로젝트: 여기, 우리가 있다>를 살펴보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맡은 일도 일이거니와 작품이 한국사회에서 갖는 특별한 의미를 뒤늦게나마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봄바람 프로젝트: 여기, 우리가 있다>는 2022년 있었던 봄바람 순례단의 전국 순례로부터 출발한다. 코로나19가 불러온 팬데믹으로 전국이 비상사태를 겪고 있던 2022년이다. 그와 같은 고립과 단절이 누구에겐들 달가웠겠냐만 특별히 더 고통스러웠던 이들이 있는 것이다.
전국 각지의 투쟁현장, 그곳에서 저항하고 농성하는 이들이 바로 그들이다. 빼앗기고 짓밟혀 상처투성이가 된 억울한 이들이 이 나라 각지에서 버텨내고 있었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좀처럼 대중매체 안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고립과 단절엔 자기 바깥의 다른 누구를 생각하지 않도록 하는 속성이 있으므로 고립은 더욱 깊어지고 단절은 더 선명해지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