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래 온전히 새로운 건 없다고 했다. 창작이란 다른 무엇으로부터 영향을 받게 마련이란 뜻이겠다. 자연과 사물로부터 영감을 받을 때도 있지만, 상당수는 다른 인간, 나아가 특정인의 작품으로부터 영향을 받기도 한다. 작가와 작가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긍정적 관계는 많은 창작자가 꿈꾸는 이상향이기도 하다.
다른 창작물을 모티프 삼아 새로운 작품을 내는 일은 작가의 세계를 확장하고 창작욕을 고취시키는 효과적 수단이다. 에드워드 호퍼의 저 유명한 그림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이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단편 <살인자들>로부터 영감을 받은 건 유명한 이야기다. 이 작품에 영향을 받은 게 오로지 호퍼 뿐은 아닌 모양이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같은 감독들이 작품을 영화화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많은 뛰어난 작가를 자극한 작품엔 그만한 이유가 있을 테다. 여기 네 명의 감독들이 '살인자들'과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을 모티프로 짤막한 이야기를 찍어내기로 한 건 그러한 이유에 공명했기 때문일 테다. 네 감독이란 김종관부터 노덕, 장항준, 이명세로, 각기 한국영화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거나 만들어 나아가는 중인 이름 있는 창작자들이다. 이들이 각자 만든 단편을 엮어 한 편의 옴니버스 영화가 만들어지니, <더 킬러스>가 바로 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