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 폴리 아 되포스터
워너 브라더스
영화는 조커, 그러니까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 분)이 생방송에서 진행자를 살해하는 등 연쇄살인 벌인 혐의로 아캄수용소에 갇힌 상태로 시작한다. 전편이 그린 충격적 행각으로부터 2년이 지난 시점, 아서의 삶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재판을 앞두고 있다곤 하지만 살인의 증거가 확실해 희망이 있는 것도 아니다. 변호사 매리앤(캐서린 키너 분)는 인격장애로 인한 심신미약을 주장해 사형만은 면하게 하려고 한다.
교도소에서의 삶은 팍팍하기 그지없다. 그들만의 세상에서 군림하는 교도관들은 은근한 폭력으로 아서를 괴롭힌다. 전편 <조커>가 그렸던 부조리한 세상의 축소판이 아캄수용소 안에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정신병을 잠재우는 약을 삼키고 교도소의 일정에 따라 무기력하게 오가는 삶이 꽤나 오래 지속된 듯, 아서에겐 생기가 하나도 없다. 할리를 만나기까지는.
영화는 리 퀸젤(레이디 가가 분)과 아서가 만나는 순간을 인상적으로 그려낸다. 수용소 정신병동에서 진행되는 노래교실에서 만난 리는 아서에게 남다른 관심을 드러낸다. 집에 불을 질러 수용소에 오게 됐다는 리는 아서의 광팬이다. 그의 영화를 스무 번이나 돌려봤다고 말하고 그와 같은 동네에서 자랐다고도 말한다. 매력적인 여자가 자신에게 호감까지 드러내다니, 다 꺼져가던 아서의 심지에 화륵 불길이 타오른다.
그로부터 영화는 아서의 재판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아서가 조커라는 다른 인격과 분리된 정신병을 앓고 있고 그로 인해 살인에 이르게 됐다는 변호사의 주장은 관철될 수 없게 된다. 아서는 변호사를 해임하고 스스로가 조커, 그 자체라고 주장한다. 조커의 분장을 하고 법정에 나서며 특유의 광기어린 쇼맨십으로 상황을 장악한다. 가뜩이나 관심이 큰 아서의 재판이 일약 화제의 중심이 된다.
기대를 외면하고 제 갈 길을 간 조커
아서의 변화엔 스스로가 할리 퀸이라 주장하는 리 퀸젤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아서가 벌인 일에 지대한 관심을 내보이던 그녀가 아서를 자극해 조커적 성향을 끄집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가뜩이나 외로운 상태에 있던 아서는 저를 알아주는 여인을 만난 뒤 광적인 열정을 단숨에 회복한다. 그 광기가 주변의 재소자들에게 전염되며 아캄수용소엔 통제하기 어려운 열기가 넘실대기 시작한다. 광기는 그저 수용소 안에만 감도는 것이 아니다. 도시 전체에, 재판이 벌어지는 법원 외부에 조커의 팬들이 찾아와 소요사태를 일으키기까지 한다.
<조커: 폴리 아 되>는 아서가 리 퀸젤과의 관계 뒤 조커로서의 자신을 자각하는 과정을 인상 깊게 내보인다. 그러나 사건은 그가 원하는 대로만 풀려가지 않는다. 조커가 아서 내부의 인격인가, 아서가 창조한 진화하고 궁극적인 개성인가가 재판의 중심으로 떠오른다. 아서 스스로조차 그를 확신할 수 없는 가운데 리 퀸젤과 조커의 지지자들, 검사, 수많은 다른 이들이 서로 다른 생각을 펼쳐간다.
<조커: 폴리 아 되>가 전편에 환호한 관객들로부터 비난을 받는 주요한 이유는 그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해서다. 그저 충족시키지 못했을 뿐 아니라 기대를 분질러버리고 배신했다 봐도 좋겠다. 이 영화의 요체를 한 마디로 말하자면 '조커는 사실 조커가 아니었다' 쯤이 될 테니 말이다.
말 그대로 영화는 아서 플렉이 조커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재판이 절정에 달할 즈음에 스스로가 조커가 아닌 아서라고 스스로 인정해버리고 만다. 그에 실망한 지지자들이 저를 저버리는 걸 막을 여력조차 없다.
심지어 영화는 아서를 죽여버리기까지 한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교도관의 사주를 받은 것처럼 보이는 사이코패스가 복도에서 아서를 칼로 찔러 살해하는 것이다. 조커인 줄 알았던 아서는 그렇게 무력하게 아서 플렉으로써 죽는다.
아서는 조커가 아닌 상태로 리 퀸젤을 만나 참담하게 버려진다. 조커거 못된 그는 이름 없는 재소자에게 칼을 맞고 죽는다. 그리고 그를 죽인 재소자가 제 입 양편을 칼로 찢는 장면을 멀찍이 보여주며 엔딩크레디트를 올리는 것이다. 너희가 아는 조커는 조커가 아니었다. 그저 아서 플렉이란 인물일 뿐이다. 그를 관객은 받아들이지 못한다.
아서에게서 조커만 바라보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