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나와 할아버지> 공연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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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나와 할아버지>가 3년 만에 돌아왔다. 작품을 쓰고 연출을 맡은 민준호가 겪은 실제 이야기를 수필처럼 풀어냈다. 할머니의 잔소리가 싫어 매일 티격태격하는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간섭이 싫어 방문을 자물쇠로 잠근 할머니, 그리고 멜로 드라마를 쓰고 싶은 작가 준희까지, 세 사람은 소박하지만 의미있는 이야기를 그려낸다.
김승욱, 오용, 양경원이 이번에도 '할아버지' 역에 캐스팅되었고, '준희' 역에는 차용학과 신현수, 표지훈(피오)이 캐스팅되었다. 올해에만 세 편의 연극에 출연하는 등 공연 무대에 활발히 임하고 있는 표지훈이 눈에 띈다. 정선아, 박보경, 서예화는 '할머니'를 연기한다.
여기에 <나와 할아버지>에는 '준희'가 한 명 더 등장한다. 바로 수필의 작가로서 한 번씩 등장해 서술자 역할을 수행하는 인물이다. 대사가 없을 때는 무대 장치를 움직이거나 효과음을 내며 깨알같은 재미를 준다. 극중 '작가'라는 배역명으로 존재하는 이 캐릭터에는 길은성, 김종현, 문경초가 캐스팅되었다.
<나와 할아버지>는 11월 24일까지 인터파크 서경스퀘어 스콘(구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2관에서 공연된다.
드러나는 차이, 계속되는 갈등
연극은 등장인물 간의 쉽사리 좁혀지지 않는 차이를 묘사한다. 할머니는 준희에게 연신 할아버지 욕을 해댄다. 할아버지와 마주친 할머니는 쉬지 않고 잔소리를 하고, 할아버지도 이에 지지 않고 언성을 높인다. 둘은 오직 자기 할 말만 하고, 둘의 말이 뒤섞여 관객은 노부부의 이야기를 알아듣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 그만큼 둘의 견애 차이는 심각하고, 크고 작은 갈등 역시 멈추지 않는다.
연극은 세대 차이 역시 보여준다. 준희와 할머니가 무릎 통증을 두고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데, 아마 세대 간 의사소통 방식이 달라 생기는 문제일 테다. 이는 할아버지와 준희의 대화에서도 똑같이 나타난다. 내비게이션은 틀렸다며 자신의 주장을 앞세우고,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따른 준희를 나무란다. 오늘날 노년층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을 그대로 무대에 구현해 놓은 것 같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나타나는 차이는 이뿐만이 아니다. 식당에서는 식당 주인과 손님이 정치 성향을 두고 사소한 말다툼을 하고, 시골 마을에서는 '빨치산' 같은 원색적인 단어가 오가기도 한다. <나와 할아버지>에 등장하는 차이와 갈등은 모두 일상적인 공간에서 나타나는 것들이다. 공적 영역에서의 거창한 갈등이 아닌, 살아가면서 가까운 사람들과 겪는 갈등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