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MBN의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은 중장년 사이에선 모르는 이가 없는 명작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2012년부터 제작된 이 프로그램은 이승윤과 윤택 개그맨을 앞세워 모든 걸 던지고 자연으로 들어가 사는 이들을 만나는 형식으로 제작됐다. 해당 프로그램은 중년 이후 남성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단 점에서 시대적, 또 세대적 요구가 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그로부터 12년간이나 MBN의 간판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으니 그 요구가 이 시대에도 여전하다는 방증이겠다.
어떤 요구일까. 무엇이 이 프로그램이 꾸준히 회자되도록 하고 있는가. 그저 특이한 삶을 사는 사람들을 보는 재미일까. 어르신들 곁에서 가만히 앉아 이 프로그램을 보고 있자면 그 성공 비결이 무엇인지 절로 알게 된다. 그저 이색적 광경을 넘어, 그들이 해냈고 TV 앞에 앉은 나는 해내지 못한 것을 살피는 마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바로 떠남이다. 모든 걸 버리고 떠나간 이들을 통해 약간의 대리만족과 해방감을 얻는 것, 그와 같은 마음이 이 프로그램의 인기 비결인 것이다.
현대인 사이에서 떠나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건 각종 지표로도 확인이 가능하다. 이를테면 워케이션과 한달살기 같은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캠핑과 같은 취미도 널리 퍼져나가고 있다는 사실 같은 통계다. 또 한편으로 귀농, 귀촌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사실도 시사하는 바가 적잖다. 농림축산식품부 2022년 통계에 따르면, 도시농업 참여자 수는 2010년 15만 3000명에서 2021년 292만 7000명으로 10년 새 약 19배나 늘었다. 도시, 또 도시의 삶에서 벗어나고 싶은 이들이 이토록 많다.
출근하지 않은 이유 물으니... '산이 불러서'라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