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올림픽에 참가한 일본의 신노스케 오카가 예선 경기에서 안마 연기를 하고 있다. 2024.7.27
AFP / 연합뉴스
이 논란은 운동하는 여성의 몸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시사한다. 육상이나 기계 체조처럼 신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의상을 입어야 하는 종목에서 여성 선수를 향한 성희롱은 꾸준히 발생했다. 경기 영상에 몸매를 품평하는 댓글이 달리는 식이다.
파리 올림픽의 아쉬운 행보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7일 영국의 베테랑 해설위원인 밥 발라드가 성차별 발언을 했다가 중계방송에서 퇴출당했다. 그는 호주 선수들이 시상대에서 금메달을 수여 받고 관중들의 박수에 화답하는 장면을 두고 "여자들이 어떤지 알지 않느냐. 그들은 놀고, 화장하는 걸 좋아한다(you know what women are like… hanging around, doing their make-up)"고 말했다.
발라드의 발언은 SNS를 통해 급속도로 퍼졌고 "성차별적 발언"이란 지탄이 쏟아졌다. 결국 유로스포츠는 29일 성명을 통해 "발라드가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며 "그를 즉각 해설위원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당사자 역시 개인 SNS를 통해 "누군가를 화나게 하거나 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며 "나의 발언으로 시청자들이 불쾌했다면 사과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페미니스트' 소개한 파리 올림픽
▲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이 열린 2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센강에서 프랑스 선수단을 태운 보트가 트로카데로 광장을 향해 수상 행진을 하고 있다. 2024.7.27연합뉴스
그렇다고 파리 올림픽에 성차별만 있었던 건 아니다. '성평등 올림픽'을 향한 파리 올림픽의 열망은 시작부터 뜨거웠다. 지난 26일(현지시각) 최초로 수상에서 진행한 개막식에선 프랑스 발전에 기여한 10명의 여성 운동가가 차례로 소개됐다. 센강을 따라 황금빛 동상을 세웠고 설명란에는 그들의 투쟁을 담았다.
루이즈 미셸을 "교사이자 작가, 페미니스트 운동가"라고 소개했고, 프랑스에서 낙태를 합법화한 주역인 시몬 베유, 여성 최초로 세계 일주한 식물학자 잔느 바렛, 페미니즘 고전 <제2의 성>을 쓴 시몬 드 보부아르 등을 언급했다. 여성 운동을 전면에 내건 이번 개막식에 SNS 반응은 뜨거웠다. 파리 올림픽 덕분에 한국 사회에서 금기시되고 본래의 뜻이 오염된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공중파 방송을 탔다는 것이다.
올림픽에서 여성 선수 참가를 처음으로 허용한 건 다름 아닌 1900년 파리 올림픽이었다. 당시 여성 선수의 비율은 단 2%였다. 시대는 변화했고 여성은 꾸준히 운동했다. 테니스, 골프에 한정됐던 출전 종목은 마라톤, 레슬링 등 격한 스포츠로 확장되다 지난 1991년에 모든 종목에 여성 선수가 출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규정이 생겼다.
그리고 지금 2024년, 파리 올림픽은 개막식부터 세부적인 구성까지 전반적으로 '성평등 올림픽'이라기에 충분하다. 물론 곳곳에 여전히 성차별적인 요소는 존재한다. 중요한 건 이를 바로 잡으려는 움직임이다. 여성에 대한 존중은 보편적 가치라는 걸 각인시킨 파리 올림픽. 세상은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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