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개인[전]> 스틸컷
인디그라운드
03.
발단은 역시 아버지가 아끼는 수석을 아들이 몰래 가져다 파는 행위에 있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서로의 자리를 인정하지 않는 심리가 있다. 석준의 아버지는 그림을 그리는 일을 전업으로 한다는 아들이 나이가 차도록 제대로 벌이도 하지 못하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것이 못마땅하다. 직업도 없고 사회 경험도 없이 막연한 꿈만 안고 사는 게 걱정이 되는 것이다. 반대로 석준은 아무 데서나 돌을 주워 와 집안에 늘어만 놓는 게 무슨 예술이고 취미냐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자신의 꿈과 일을 인정해 주지 않는 듯한 아버지의 태도를 향한 반항과 서운함도 담겨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작품에서 아버지의 코로나 확진과 격리는 시대적 상황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지만, 두 인물의 거리감을 조성하기 위한 장치로 보이기도 하다. 실제 영화 속 꽤 많은 지점에서 석준과 아버지 사이에는 장애물(유리문, 창문 등)이 놓여 있다. 이런 장치는 두 사람이 물리적으로만 차단되고 단절된 것이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걸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이 문제는 영화가 바라보는 시점의 사건, 그 이전부터 이미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되어 온 산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04.
"집에서 도와주는 게 당연한 거냐?"
사실 석준에게 이번 전시 기회는 절실하다. 개인 전시가 잘 진행되면, 서울에서 꽤 알아주는 갤러리에서 소속 작가로 계약할 기회가 주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석준 주변에는 집에서 경제적으로 지원해 주는 친구들도 많은데, 자신은 그렇지 못해서 실력이 뒤처지지 않은 데도 데뷔가 늦어지는 것 같다고 느낀다. 그림 그릴 시간도 없는데 언제 아르바이트해서 돈을 모아 작업할 재료를 구할지 걱정이 크다. 반복되는 악순환의 구조를 이번에야말로 끊어내 버리고 싶은 욕심, 그게 석준이 수석을 내다 팔도록 했다. 물론 아버지가 지금까지 모든 돌의 모양과 가치를 기억하고 있을지는 상상도 못 했다.
상대에게 못해 준 일이 많은 데다 자신의 부족함을 스스로가 이미 잘 알고 있을 때 우리는 종종 큰 소리를 먼저 낸다. 미안하다는 말은 목구멍에 걸려 나오지 않고, 답답한 상황과 마음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상대에게 전가해 버리는 경우다. 극 중 두 사람도 그렇다. 아직도 부모님의 집에 얹혀살면서 경제적으로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아들이나, 정확히 얼마가 드는지는 모르지만 개인전을 위해 필요한 만큼의 지원을 해줄 수 없는 부모나, 모두 이 상황이 안타깝다. 지금 당장 아무것도 할 수가 없기에 두 사람은 서로에게 화를 낸다.
부모의 사랑과 헌신, 당연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