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2년 사이에 국내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동물은 단연 대한민국 최초 자연번식으로 태어난 자이언트판다 '푸바오'다. '푸공주'로 불릴 정도로 귀여운 외모를 가진 푸바오는 언제나 배시시 웃는 듯한 외모와 뛰어 다닐 때마다 검은 귀가 펄럭거리는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에버랜드에서 관객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특히 3년 전 사육사의 다리에 매달린 푸바오 영상이 무려 1620만의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동물원에서는 푸바오와 사육사의 관계를 손녀와 할아버지로 설정해 많은 스토리를 부여했다. 푸바오가 돌이 됐을 때는 푸바오의 성장 포토 에세이를 출간했고 푸바오의 이모티콘이 출시되기도 했다. 작년 11월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 열린 푸바오의 팝업스토어는 오픈 5분 만에 사전예약이 매진될 정도였다. 

하지만 '국민판다'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푸바오는 지난 4월 한국을 떠나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중국으로 돌아갔다. 푸바오가 한국인들에게 이토록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푸바오가 사람들이 친근하게 여기는 판다곰이었기 때문 아니었을까. 그리고 판다에 대한 이미지가 더욱 친근해진 비결은 이 영화의 역할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8년부터 올해까지 4편의 오리지널 시리즈가 개봉한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쿵푸팬더>였다.
 
 <쿵푸팬더>는 4편의 극장판 오리지널 시리즈가 총 23억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쿵푸팬더>는 4편의 극장판 오리지널 시리즈가 총 23억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했다.CJ ENM
 
스타배우 성우로 쓰는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디즈니와 픽사에서는 <알라딘>에서 지니의 목소리를 연기한 고 로빈 윌리엄스와 <토이스토리> 시리즈에서 우디의 목소리를 연기한 톰 행크스 정도를 제외하면 스타배우를 성우로 기용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하지만 후속주자인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에서는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스타배우에게 목소리 연기를 맡기는 경우가 많았다. 개봉 전부터 관객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기 위한 전략이다.

드림웍스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첫 장편 애니메이션 <개미>는 드림웍스의 첫 작품이라는 점 외에도 화려한 성우진으로 큰 화제가 됐다. 주인공인 일개미 Z 역은 우디 앨런 감독, 개미왕국의 발라 공주 역은 섹시스타 샤론 스톤, Z의 친구인 병정개미 위버 역은 근육질 스타 실베스타 스탤론이 맡았다. 이 밖에도 제니퍼 로페즈와 진 해크먼, 크리스토퍼 워컨, 대니 글로버 등 많은 스타배우들이 <개미>의 성우로 참여했다.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전성기를 알린 작품이자 2001년부터 2010년까지 4편에 걸쳐 개봉한 <슈렉> 역시 화려한 성우진을 자랑한다. 녹색괴물 슈렉의 목소리는 <오스틴 파워> 시리즈로 유명한 코미디언 출신 배우 마이크 마이어스가 연기했고 피오나 공주의 목소리는 당대 최고의 여성배우였던 카메론 디아즈가 맡았다. 그리고 <슈렉>의 마스코트 동키는 흑인배우 최초로 1000만 달러가 넘는 출연료를 받았던 에디 머피가 연기했다.

2003년 픽사의 <니모를 찾아서>가 9억 달러가 넘는 흥행성적을 기록하자 픽사에서도 2004년 바다를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 <샤크>가 개봉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샤크> 역시 드림웍스 애니메이션답게 대단히 화려한 성우진을 자랑했다. 고래 세차장에서 일하는 주인공 오스카 역에 윌 스미스, 메인 빌런 돈 리노 역에 로버트 드 니로, 리노의 첩자 로라 역에 안젤리나 졸리 등이 <샤크>에서 성우로 참여한 스타배우들이다.

하지만 스타배우들을 대거 성우로 캐스팅하는 전략은 크게 효과적이지 않았고 드림웍스는 <샤크> 이후 주요 캐릭터에만 스타배우를 성우로 캐스팅하는 전략으로 변화를 줬다. <마다가스카>의 벤 스틸러와 <헷지>의 브루스 윌리스, <꿀벌대소동>의 르네 젤위거 등이 대표적이었다. 그렇게 드림웍스의 스타성우 마케팅이 다소 잠잠해지던 2008년 드림웍스는 화려한 성우진을 자랑하는 새 애니메이션 <쿵푸팬더>를 선보였다.

모든 일에 '정답은 없다'는 <쿵푸팬더>의 주제
 
 잭 블랙은 1편부터 4편까지 16년 동안 포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잭 블랙은 1편부터 4편까지 16년 동안 포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CJ ENM
 
2007년에 개봉한 <꿀벌대소동>은 1억5000만 달러의 많은 제작비가 투입됐지만 세계적으로 2억87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기대만큼 높은 수익을 올리지 못했다(더빙판에서 주인공 베리의 성우를 '국민MC' 유재석이 맡으며 오히려 국내에서 더 큰 화제가 됐다). 따라서 팬더곰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쿵푸팬더> 역시 화려한 성우진과는 별개로 개봉 전 관객들로부터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은 게 사실이다. 

아버지의 국수가게에서 일을 돕던 포(잭 블랙 분)는 용의 전사를 뽑는 행사에 구경 갔다가 얼떨결에 용의 전사로 낙점된다. 우여곡절 끝에 마스터 시푸(더스틴 호프만 분)에게 인정 받은 포는 특훈을 받고 용의 문서를 노리는 타이렁(이안 맥쉐인 분)으로부터 마을을 지켜낸다. <쿵푸팬더>는 화려한 성우진을 바탕으로 무술영화의 기본적인 재미와 함께 코믹요소까지 더해지면서 남녀노소 모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으로 탄생했다.

<꿀벌대소동>보다 적은 1억30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든 <쿵푸팬더>는 6억3200만 달러의 높은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2년 전 9억 달러가 넘는 성적을 올렸던 <슈렉2>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같은 해 개봉한 픽사의 <월·E>를 뛰어넘는 성적을 기록하며 <슈렉2> 이후 다소 침체된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부활을 알렸다. <쿵푸팬더>는 국내에서도 467만 관객을 동원하며 2008년 외화 흥행성적 1위를 기록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쿵푸팬더>는 쿵푸의 비법이 적힌 용의 문서를 빼앗으려는 타이렁과 이를 지키려는 포의 대결을 다룬 작품이다. 하지만 이들이 그렇게 기를 쓰고 빼앗으려 하고 지키려 했던 용의 문서에는 정작 아무 것도 쓰여 있지 않았다. 결국 '매뉴얼대로' 성실하게 쿵푸를 수련한 '무적 5인방'은 타이렁에게 허무한 패배를 당했고 선입견을 탈피해 자신에게 맞는 수련을 한 포는 의외의 기술로 타이렁을 당황시키면서 승리를 가져갔다.

<쿵푸 팬더>는 2011년 속편이 개봉해 6억65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했고 2016년에 개봉한 3편 역시 5억 달러가 넘는 성적을 올렸다. 3편 개봉을 앞두고 포의 목소리 연기를 했던 잭 블랙이 홍보를 위해 내한해 국민예능 <무한도전>에 출연하기도 했다. 제작비가 8500만 달러로 줄어든 <쿵푸 팬더 4>는 지난 3월에 개봉해 4억8000만 달러가 넘는 흥행성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24일까지 128만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용의 전사'가 되지 못한 첫 번째 빌런
 
 마스터 시푸의 양아들이자 제자 타이렁은 용의 전사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에 불만을 품고 악역으로 폭주한다.
마스터 시푸의 양아들이자 제자 타이렁은 용의 전사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에 불만을 품고 악역으로 폭주한다.CJ ENM
 
<캐리비안의 해적:낯선 조류>의 검은 수염, <존 윅> 시리즈의 윈스턴을 연기했던 이안 맥셰인은 <쿵푸팬더>의 빌런 타이렁의 목소리를 맡았다. 아기 때 제이드 궁전에 버려진 타이렁은 마스터 시푸가 친자식처럼 키웠지만 용의 전사가 되지 못한 것에 분노해 난동을 부리다 감옥에 갇힌다. 20년 후 감옥에서 탈옥한 타이렁은 엄청난 악역 포스를 뽐내며 무적5인방을 쓰러트리지만 육중한 몸매를 이용한 포의 변칙적인 공격을 맞고 강제 추방당한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2회 수상에 빛나는 대배우 더스틴 호프먼이 목소리 연기를 맡은 마스터 시푸는 제이드 궁전의 수석 마스터이자 무적5인방과 포, 그리고 과거 타이렁을 가르친 사부다. 누구보다 엄격한 스승이지만 의외로 개그캐릭터의 면모도 갖추고 있어 관객들에게 의외의 웃음을 선사했다. 특히 포에게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눈을 감았다가 갑자기 깨어나면서 "나는 내면의 평화를 얻은 것 뿐"이라는 변명을 늘어 놓기도 했다.

포의 사형들인 무적 5인방은 사실 작품 안에서 포의 존재감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조연들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들을 연기한 성우들의 면면은 결코 조연을 맡을 인물들이 아니다. 5인방의 리더 타이그리스는 안젤리나 졸리, 살모사 파이퍼는 루시 리우, 왕사마귀 맨티스는 세스 로건, 그리고 황금들창코원숭이 몽키의 목소리는 성룡이 맡았다. 다만 <쿵푸팬더4>에서는 성우들의 캐스팅이 불발되면서 무적 5인방이 '병풍'으로 전락했다.
그시절우리가좋아했던영화 쿵푸팬더 마크오스본존스티븐슨감독 잭블랙 안젤리나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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