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퀀텀 오브 솔러스스틸컷
소니픽처스
전과 다른 캐릭터, 전과 다른 스타일
영화의 시작부터 본드는 남다른 모습을 보인다. 전작에서 애인을 잃은 본드는 임무 중 마주하는 사람들을 아무렇지 않게 죽여 나간다. 심지어는 죽여서는 안 되는 이들까지도. 죽은 이들 중에는 같은 영국 공직자까지 있을 정도지만 그는 행동을 멈추지 않는다. 오죽하면 언제나 호의적으로 뒤를 봐주는 상급자 M(주디 덴치 분)이 '사람을 그만 죽이라'고 닦달할 정도지만 말을 들을 리 만무하다. 이미 살인면허까지 획득한 정보기관 최고요원은 해직하는 것 말고는 멈춰세울 방법이 마땅치 않다.
본드가 향하는 건 명백하다. 제 애인 베스퍼를 죽인 이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조직이 연관돼 있음을 안 본드는 그들을 추적하여 책임 있는 범인을 색출하겠다 결심한다. 이미 MI6 내부에까지 적이 침투해 있는 상황, 본드는 누구도 믿지 못한 채 독자적으로 작전에 돌입한다.
이야기는 개인적인 사유로 적을 추적하던 그가 영국은 물론 세계 질서에 위협이 되는 조직에 타격을 입히는 이야기로 흘러간다. 미개발국의 토지를 사들여 친환경적으로 개발하는 사업체를 이끄는 사업가 그린(마티유 아말릭 분)이 본드의 첫 타깃이 된다. 그는 겉으론 선한 의지를 지닌 사업가 행세를 하지만 실제로는 테러조직의 배후인물이다. 그린은 아이티의 독재자였으나 권력싸움에 밀려 축출돼 있는 메드라노 장군을 지원해 다시 정권을 잡게 하려 시도한다. 그리고 그 배후엔 장기적으로 아이티의 국익을 챙기겠다는 내심의 의도가 자리한다. 본드는 그린을 매개로 은막에 가려진 비밀조직에 접근하려 시도하고, 그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게 된다.
전과 다른 스타일의 시리즈를 시장에 안착시키는 게 목적인 작품이니만큼 그 줄거리는 기실 그리 중요하지 않다. 보다 중요한 것은 영화가 가진 스타일이다. 많은 이들이 <퀀텀 오브 솔러스>를 기존 <007> 시리즈와는 다른 성격을 보인 작품으로 평가하는데, 그건 이 영화가 배우들의 기용과 연기, 연출, 편집 등에서 <007>보다는 이 시대 액션 오락영화를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전략은 꽤나 유효하여 낡은 시리즈라 여겨졌던 <007>이 완전히 재기에 성공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