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묘> 장면
㈜쇼박스
무당 화림이 파묘를 위해 찾는 인물은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이다. 그중에서 영근은 아주 평범한 장의사다. 그는 덤덤하게 자신의 일을 해왔던 인물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평범한 인물인 영근은 풍수나 불가사의한 일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다. 그저 돈벌이를 위해 이 일에 뛰어들었다. 풍수사 상덕도 마찬가지지만, 상덕은 적어도 풍수지리를 공부하고 배운 경험이 있다. 하지만 영근은 그야말로 평범한 관찰자의 입장이 된다.
영근은 큰 능력이 없지만 화림, 상덕, 봉길과 함께 파묘하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그는 그 모든 과정이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었고 빨리 상황이 마무리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후반부 엄청난 존재가 등장하는 것을 본 이후 영근은 빨리 그 상황에서 벗어나려 애쓴다. 그에게는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다른 인물들과는 다르게 빠르게 그 상황을 체념해 버린다.
누군가가 다치고 힘든 상황에 놓이면 움직이는 영근은 끝까지 그에게 찾아온 과거와 적극적으로 싸우기보다는 그저 옆의 사람을 돕는 데만 급급해있다. 그는 비록 모든 상황을 체념했지만 주변 사람들까지 저버리진 않았다. 끝까지 과거를 끊어내려는 사람들 옆에 서서 작은 힘이나마 돕기 때문이다. 어쩌면 영근은 과거 일제 강점기 시절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못했던 일반 국민들을 대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체념은 했지만, 돕는 걸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 번째 감정] 상덕의 집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