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원큐가 BNK를 4연패의 늪에 빠트리며 안방 3연전을 모두 승리로 가져갔다.

김도완 감독이 이끄는 하나원큐는 10일 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우리WON 여자프로농구 3라운드 BNK 썸과의 홈경기에서 68-60으로 승리했다. 하나원큐는 지난 3일부터 시작된 안방 3연전에서 삼성생명 블루밍스와 신한은행 에스버드,BNK를 차례로 꺾으며 삼성생명을 반 경기 차로 제치고 단독 3위로 올라섰다(5승6패). 하나원큐가 3연승을 기록한 것은 지난 2021년2월11일 이후 2년 10개월 만이다.

하나원큐는 에이스 신지현이 3점슛 4방을 포함해 18득점4리바운드5어시스트2스틸로 맹활약하며 승리를 이끌었고 베테랑 김정은이 6득점8리바운드2어시스트3블록슛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날 하나원큐 선수단에서 가장 실속 있는 활약을 펼친 선수는 따로 있었다. 단 14분30초에 불과한 출전시간으로 83.3%(5/6)의 슛 성공률을 기록하며 알토란 같은 13득점을 올린 하나원큐의 식스우먼 김애나가 그 주인공이다.

WKBL을 대표했던 식스우먼들
 
 미국에서 나고 자란 교포선수 김애나는 2019-2020 시즌 신인드래프트 전체 2순위 지명을 받으며 WKBL에 진출했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교포선수 김애나는 2019-2020 시즌 신인드래프트 전체 2순위 지명을 받으며 WKBL에 진출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농구경기에서 주전 5명이 40분 내내 체력이 떨어지지 않고 부상도 당하지 않으며 파울트러블에도 걸리지 않는다면 감독들은 선수기용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경기를 치르다 보면 주전 선수들에게 어떤 변수가 생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각 구단들은 주전 선수 못지 않게 활약할 수 있는 좋은 벤치선수들을 준비시켜야 한다. 그리고 한국여자농구연맹에서는 매 시즌이 끝난 후 시상식에서 최고의 식스우먼을 선정한다.

2010년대 초·중반 리그 최고의 식스우먼으로 군림하던 선수는 신한은행에서만 15시즌 동안 활약한 김연주(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였다. 김연주는 신한은행이 '레알 신한'으로 불리던 시절부터 주로 외곽슛을 쏘고 상대 슈터들을 수비하는 식스우먼으로 활약하며 2011-2012시즌부터 2013-2014 시즌까지 세 시즌 연속 식스우먼상을 수상했다. 김연주는 통산 4번의 식스우먼상을 받은 후 2018년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지금은 우리은행 우리원의 핵심 주전선수가 된 최이샘도 2016-2017 시즌에는 통합 4연패를 노리던 우리은행에서 주전으로 활약하지 못했다. 당시 우리은행은 박혜진과 임영희(우리은행 코치), 양지희, 홍보람, 존쿠엘 존스(코네티컷 선)로 이어지는 쟁쟁한 주전들이 있었고 최이샘은 식스우먼으로 활약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이샘은 6.09득점3.44리바운드의 성적으로 우리은행의 통합 4연패에 기여하며 식스우먼상을 수상했다.

KB스타즈의 포워드 김민정은 180cm라는 좋은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음에도 2017-2018 시즌까지 경기당 평균 10분 내외의 출전시간에 그치며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김민정은 2018-2019 시즌 팀의 핵심 식스우먼으로 활약하며 6.23득점3.46리바운드로 쏠쏠한 활약을 선보였다. 그리고 KB는 김민정이 식스우먼상을 수상했던 2018-2019 시즌 프로출범 후 처음으로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식스우먼상은 최이샘이나 김민정처럼 이제 막 성장하면서 팀 내 입지를 넓히는 젊은 선수들이 받는 경우도 있지만 은퇴가 임박했다고 여겨지던 베테랑 선수가 자신의 건재를 확인하며 수상하기도 한다. 2021-2022 시즌 신한은행의 이경은이 대표적인 경우. 전성기 시절 국가대표 가드로 활약하다가 잦은 부상으로 전성기가 일찍 저문 이경은은 2021-2022 시즌 7.5득점3.0리바운드로 식스우먼상을 수상했고 다음 시즌부터 주전 자리를 되찾았다.

14분 출전에 13득점 기록한 김애나의 효율
 
 김애나는 지난 시즌 21.6%였던 3점슛 성공률을 이번 시즌 36.8%로 끌어 올렸다.

김애나는 지난 시즌 21.6%였던 3점슛 성공률을 이번 시즌 36.8%로 끌어 올렸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미국으로 이민을 간 한국인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난 김애나는 대학까지 모두 미국에서 다녔다. 특히 롱비치 주립대 시절엔 팀의 주전선수로 활약하며 롱비치 주립대가 속한 리그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고 토너먼트 MVP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애나는 대학 졸업 후 WKBL 진출을 원했지만 WKBL이 '첼시 리 사태'를 겪으면서 교포선수에 대한 규정을 폐지, 김애나가 WKBL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막히고 말았다.

하지만 김애나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남자선수들과 운동하면서 농구를 포기하지 않았고 2019년 7월 교포선수 규정이 보완되면서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했다. 2019-2020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신한은행에 지명된 김애나는 한국무대 데뷔전에서 십자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하며 수술을 받았다. 재활에만 최소 1년이 걸린다는 큰 부상이었지만 김애나는 2020년 12월 빠르게 코트로 돌아왔다.

2020-2021 시즌 8경기에 출전한 김애나는 2021-2022 시즌에도 발목부상을 당하면서 10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리고 작년 5월 FA 구슬에 대한 보상선수로 하나원큐로 이적한 김애나는 지난 시즌 하나원큐에서 24경기에 출전해 평균 23분33초를 소화하며 9.5득점3.7리바운드2.9어시스트1.5스틸로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김애나는 지난 3월에 열린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식스우먼상을 수상하며 프로 데뷔 네 시즌 만에 처음으로 개인상을 수상했다.

김애나는 이번 시즌에도 하나원큐의 핵심 식스우먼으로 활약하고 있다. 특히 김애나는 코트에 들어오는 시간 동안 활발한 움직임으로 경기 분위기를 바꾸는 역할을 하고 있다. 김애나는 10일 BNK전에서도 단 14분 30초 동안 코트를 누볐지만 80%의 확률(4/5)로 4개의 2점슛, 100%의 확률(1/1)로 1개의 3점슛,100%의 확률(2/2)로 2개의 자유투를 적중시키며 신지현(18득점)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13득점을 기록했다.

하나원큐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김지영(신한은행)이 김정은의 보상선수로 팀을 떠났지만 트레이드를 통해 김시온을 영입하면서 가드자원을 보강했다. 여기에 기존의 에이스 신지현과 매 시즌 기량이 성장하고 있는 정예림까지 있어 김애나는 좋은 활약에도 출전시간이 급격히 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난 시즌 식스우먼상을 수상한 김애나처럼 좋은 가드가 벤치멤버라는 점은 그만큼 하나원큐의 가드전력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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