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국가대표 황의조

축구 국가대표 황의조 ⓒ 연합뉴스

 
축구대표팀 공격수 황의조(노리치시티)가 결국 국가대표 자격을 잠정 박탈당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11월 28일 오후 황의조와 관련된 회의를 열고 "황의조에 대한 수사기관의 명확한 결론이 나올 때까지 그를 국가대표로 선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축구협회 이윤남 윤리위원장은 "국가대표 선수는 고도의 도덕성과 책임감을 가지고 국가대표의 명예를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고, 그런 점에서 본인의 사생활 등 여러 부분을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했다. 이번 사안이 국가대표팀에 미칠 우려, 국가대표로 이 선수가 출전했을때 대표팀 팬들의 반응 등 여러 제반 사정도 감안했다"고 이번 결정의 이유를 밝혔다.
 
황의조의 국가대표 제외는 '성관계 불법촬영 혐의'로 인한 경찰 수사의 여파다. 지난 6월 황의조의 전 여자친구를 사칭한 여성이 황의조의 성관계 장면이 담긴 사진, 영상 등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사건이 시작됐다. 황의조는 해당 여성을 상대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고, 이때만 해도 황의조는 사생활 유출로 인한 피해자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해당 영상을 황의조가 상대의 합의 없이 불법으로 촬영했다는 피해자의 주장이 제기되며 상황이 바뀌었다. 상대방의 동의없는 영상 촬영은 '성폭력처벌법'에 따라 처벌 대상이 된다. 또한 변호인 측이 황의조를 변호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신원 일부를 특정대상으로 유추할 수 있게 공개한 것을 두고도 '2차 가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황의조는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고, 지난 18일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기도 했다.
 
황의조 논란이 도마에 오르면서 자연히 여론은 그의 국가대표팀 승선 자격에 대한 갑론을박으로까지 이어졌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올해 초 부임 이후 황의조를 대표팀 주축 공격수 중 한 명으로 꾸준히 발탁했다. 이미 황의조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진 뒤인 지난 11월 월드컵 아시아예선 2연전에 발탁하여 황의조를 경기에 출전시키기까지 했다.
 
당시 클린스만 감독은 황의조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한국에서 논란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명확한 사실이 나오기 전까지는 진행 중인 사안일 뿐이고, 당장 죄가 있다고 말할 순 없다. 그때까지 황의조는 '우리 선수'"라고 답한 바 있다. 앞으로도 황의조를 계속 대표팀에 중용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힌 것이었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의 발언은 국가대표 선수로서의 품위와 명예라는 중요성을 지나치게 간과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낳으며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인종차별 논란으로 프로축구연맹 징계를 받은 박용우도 버젓이 대표팀에 발탁하여 A매치에 출전시킨 전력이 있는 클린스만이었기에 팬들의 반응은 더욱 싸늘했다. 결국 축구협회가 황의조의 대표팀 자격 잠정 박탈을 결정함에 따라 클린스만 감독의 발언은 더더욱 웃음거리가 되어버렸다.
 
대체 자원 준비 안 된 클린스만호

황의조는 현재 유럽에 있으며 소속팀 노리치 시티(임대)에서는 정상적으로 경기에 출전하여 시즌 2호골까지 터뜨렸다. 영국에서도 황의조 사건을 인지하고 있지만 황의조가 영국에서 영국 여성을 대상으로 일으킨 사건이 아니기에 일단 프로팀 출전과 사생활은 별개로 구분하는 모습이다.

다비트 바그너 노리치 감독은 "내가 판단하고 통제할 수 있는 건 경기장에서 본 모습뿐"이라며 황의조의 경기력만 보고 출전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혀다. 하지만 경찰 수사에서 황의조의 혐의 유무가 어떻게 판명되느냐에 따라 국내로 소환을 요청할 수도 있기에 언제든 상황은 바뀔 수 있다.
 
물론 황의조 사건은 아직 경찰 수사중이고 혐의가 구체적인 입증된 것에 아니기에,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섣불리 성범죄 여부를 단정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불미스러운 논란에 휩쓸린 것만으로도 국가대표로서의 품위를 실추한 책임은 결코 가볍지않다.

태극마크는 말 그대로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를 상징하며, 국민적 관심을 받는 만큼 더 높은 사회적 책임감과 명예가 강조되는 집단이 국가대표팀이기 때문이다. 황의조는 현재 유럽에 있지만 경찰수사에 최대한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진실을 밝혀야 할 책임이 있다.
 
한편으로 황의조 리스크는 자연히 축구대표팀에도 적지 않은 나비효과를 불러오게 됐다. 클린스만호는 당장 황의조를 대체할 공격수를 찾아야 한다. 황의조는 2018년 이후 한국축구에서 가장 많은 A매치에서 중용되어 온 부동의 주전 공격수였다. 2022 카타르월드컵 본선과 클린스만호 출범 이후에는 조규성에게 주전 원톱 자리를 내주고 위상이 내려오기는 했지만, 그래도 국가대표소집에서는 한 번도 제외된 적이 없으며 선발 1회, 교체로 8회 출전했고 득점도 3골이나 기록했다.
 
문제는 클린스만 감독이 그동안 황의조를 대체하거나 경쟁할 수 있을 만한 자원을 전혀 준비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이후 총 10차례의 A매치를 치르는 동안 최전방 공격수는 황의조와 조규성, 오현규 등 지난 카타르월드컵에 출전한 벤투호 3인방만을 그대로 기용했다. 그동안 K리그나 연령대별 대표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다른 공격수들이 있었지만, 대표팀에서는 아예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이제 와서 새로운 공격수를 발굴하는 것도 시간이 촉박하다. 당장 내년 1월에는 아시안컵이 열린다. 한국축구가 64년 만의 우승을 노리는 매우 중요한 대회이며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신임이 걸려있는 대회이기도 하다. 클린스만 감독도 아시안컵 우승을 여러 차례 공언해온 바 있다.
 
사실상 현재로서 황의조가 아시안컵에 출전할 수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올해 A매치 일정이 모두 종료되면서 2024년 1월 12일 개최되는 아시안컵 본선까지는 예정된 A매치 평가전도 없다. K리그도 시즌 막바지라 선수들의 경기력을 점검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
 
황의조가 빠지면 클린스만호의 원톱 자원은 조규성과 오현규만 남는다. 조규성(A매치 30경기 8골)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오현규(A매치 7경기 무득점)는 소속팀에서의 주전 경쟁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대표팀에서는 아직 한 골도 넣지 못했다.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는 클린스만호로서는, 만에 하나 조규성이 부상이라도 당하거나 부진에 빠진다면 사실상 대안이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인터뷰하는 클린스만 감독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중국과의 경기에서 3-0으로 승리를 거둔 축구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입국장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 인터뷰하는 클린스만 감독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중국과의 경기에서 3-0으로 승리를 거둔 축구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입국장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편으로 이는 클린스만 감독의 근무 태만과 K리그 홀대 논란과 맞물려 자초한 위기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는 부분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그동안 '대표팀 감독은 국제적으로 활동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국내 K리그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을 살피기보다는 해외로 나돌며 유럽파 관리나 해외축구 비평 등에 더 많은 시간을 쏟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황의조 논란 자체는 클린스만 감독의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국가대표팀 감독이라면 언제든 다양한 변수를 대비하여 선수를 실험하고 대체자원을 발굴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어야 했다.
 
역대 전임대표팀 감독들이 경쟁체제를 강조하고 위험부담을 무릅쓰고 새로운 선수를 실험하려는 노력을 거듭했던 것에 비하여, 클린스만 감독은 이미 전임 감독 시절부터 검증된 선수층에 안주하려는 성향이 강했다. 때마침 한국축구가 역대급 유럽파 황금세대를 맞이하는 운까지 따라줬기에 클린스만 감독이 더욱 새로운 선수를 발굴하려는 실험에 소홀했던 측면이 있다.

물론 새로운 선수의 발탁이 아니더라도 기존 선수들의 포지션 이동이나 전술적 변화로 상황은 타개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EPL 득점왕 경쟁을 펼치고 있는 손흥민이나 황희찬은 대표팀에서는 주로 윙어로 기용되지만 최전방 공격수도 얼마든지 소화할 수 있는 자원들이다.
 
클린스만 감독이 아시안컵 우승을 노린다면 다양한 돌발변수가 대비할 수 있는 전술적 유연성과 위기관리능력 또한 보여줘야 한다. 황의조 리스크는 과연 클린스만호의 향후 선수단 개편과 아시안컵 우승도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황의조 클린스만호 아시안컵 대한축구협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