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언노운: 우주를 보는 타임머신> 포스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언노운: 우주를 보는 타임머신> 포스터. ⓒ 넷플릭스

 
2021년 12월 25일, 프랑스령 기아나의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을 실은 로켓 아리안 5가 성공적으로 발사되었다. 지구로부터 약 160만km 떨어진 라그랑주점으로 향한 제임스 웹은 이듬해 2022년 2월부터 본격적으로 임무를 시작했고 7월에 이르러 공식적인 첫 관측 임무를 해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언노운'의 네 번째 작품 <우주를 보는 타임머신>이 제임스 웹 우주 만원경의 최초 구상부터 발사까지 역사적인 여정을 들여다봤다. 제임스 웹을 두고 타임머신이라고 칭한 건, 138억 년 전 우주의 탄생과 기원을 이해할 수 있는 관측 자료를 수집해 줄 거라 기대해마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별은 과거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밖에도 제임스 웹은 은하와 별이 어떻게 탄생해 변해 왔는지, 외계 생명체가 존재하는지에 관한 관측 자료 수집을 주요 임무로 띄고 있다. '제임스 웹'이라는 이름은 다름 아닌 NASA 제2대 국장으로 아폴로 계획의 초반을 진두지휘했던 제임스 에드윈 웹에서 따왔다. 그의 헌신을 기리는 의미겠다. 그렇지만 우리에겐 허블 우주 망원경이 더 유명하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의 설계와 개발까지

미국 천문학의 시조격인 에드윈 파월 허블에서 이름을 따온 허블 우주 망원경은 최초의 우주 망원경이라 불린다. 1990년에 쏘아올렸는데 이후 보수 작업을 거쳐 3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작동하고 있다. 그야말로 '우주 망원경'의 상징과도 같다. 사실 허블 이후에도 여러 번 우주 망원경이 우주로 향했다. 스피처 우주 망원경, 케플러 우주 망원경, 가이아 우주 망원경 등이 대표적이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은 허블 우주 망원경의 정식 후임으로 설계와 개발이 시작되었다. 1996년 정식으로 '차세대 우주 망원경'이라는 이름으로 프로젝트가 시작되어 허블을 회수할 거라 예상되는 2010년 전후에 맞춰 우주로 보내고자 했다. 하여 최초 계획에서의 발사 목표는 2007년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수많은 오류로 엄청나게 연기되고 말았다.

부담감도 심했을 테고 예산 문제도 있었을 것이다. 시간이 지체되다 보니 프로젝트에 참여한 1만여 명의 관계자들이 인생을 걸다시피 할 수밖에 없었고, 최초 5억 달러 정도였던 예산이 100억 달러에 이르렀다. 1조 원이 채 되지 않는 예산이 몇 년새 10조 원이 훌쩍 넘어 버린 것이다. 이 정도면 무조건 성공시켜야 할 프로젝트였다. 인류의 최대 업적 중 하나일 테지만, 성공하는 게 당연했고 실패하면 NASA의 존폐까지 위태로울 수 있었다.

우주로 향한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

'오늘 발사는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웹 망원경은 계획한 궤도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이는 우리 모두와 과학과 우주 탐험 면에서 큰 차질입니다. 우린 분명 실망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경험한 이 차질이 힘든 만큼 절대 변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과학적으로 우주를 탐험하겠다는 우리의 다짐입니다.' 나사 과학부 부국장 토머스 주부큰이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 발사 실패를 상정해 쓴 연설문의 일부분이다.

주부큰 부국장은 성공했을 때의 연설문을 걱정하지 않는다. 성공 자체가 중요하지 연설 따위가 중요하지 않기에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거라면서 대충 말하면 된다고 한다. 그만큼 성공을 향한 집념과 바람이 간절하다. 하지만 우린 익히 잘 알고 있다. 제임스 웹이 성공적으로 발사되어 이후 행보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걸 말이다. 하지만 발사 당시는 알고 다시 봐도 긴장된다.

전 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 창궐의 절정으로 신음하고 있었을 2021년 12월 25일,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은 우주로 향했다. NASA 역사상 최대, 최고, 최악의 임무였을 테고 인류 역사에도 길이남을 임무였을 텐데 때가 때였던 만큼 전 세계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지진 못했던 듯하다. 바로 내 앞에서 사람들이 픽픽 쓰러지는데 먼 우주 이야기가 들어왔을 리가 없다. 그러던 게 사실상 코로나 팬데믹이 막을 내린 지금,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의 위대함이 새삼 부각되고 있는 것 같다.

인류의 미래는 우주에 있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관측한 자료들은 전 세계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데, 그중 기억에 남는 몇 개를 추려봤다. 5억 광년 떨어진 '수레바퀴 은하', 2억 9천만 광년 떨어진 '스테판의 5중주', 6500만 광년 떨어진 '창조의 기둥', 7600광년 떨어진 '용골자리 성운' 등이다. 황홀하다 못해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꼭 느껴보시길 바란다.

제임스 웹에는 단일 장애 지점이 344개 있다. 이중 단 한 곳에라도 문제가 생기면 실패하고 만다. 그야말로 모든 면에서 완벽해야 한다. 제대로 된 위용을 갖추기까지가 가장 중요하고 또 성공의 기준점으로 삼기에, 이후부턴 세심히 살피며 관리만 해 주면 된다. 영화 <그래비티>에서 보듯 문제가 생기면 우주비행사가 직접 가서 고치면 되는 허블과 달리 제임스 웹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갈 수가 없으니 각별히 살펴야 한다.

제임스 웹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과학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인류의 미래는 우주에 있다고 말이다. 우주에 희망이 있다고 말이다. 어둠으로 휩싸여 있는 힘든 시대에 한 줄기 빛을 선사해 준다는 다소 추상적인 이유부터, 우주로 나가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협심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성공을 이뤄냈다는 현실적인 이유까지. 영화 <인터스텔라>의 명대사가 떠오른다. 잘 맞을 것 같다.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형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우주를보는타임머신 제임스웹우주망원경 허블 NASA 성공과실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