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녹야> 스틸컷
㈜스튜디오디에이치엘
영화를 통해 판빙빙을 다시 보게 되었다. 중국 톱스타의 화려함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화장기 없는 맨얼굴에 초췌한 무채색 톤의 패션, 궁핍한 생활이 곧이곧대로 느껴진다. 사연 있어 보이는 여성을 해석한 변신이 돋보인다. 굳이 언어로 표현하지 않아도 전염되는 슬픔과 고독이 진샤 자체로 보였다. 선뜻 도전하기 어려운 퀴어, 외국어까지 소화했다. 특히 탈세 혐의로 중국 연예계에서 사실상 퇴출 선고받은 판빙빙의 자전적 캐릭터로도 해석된다. 이제 홀로서기를 시작하겠다는 다짐이자, 무엇과도 타협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의심 심장하게 읽힌다.
둘의 케미는 기대 이상이다. 익숙한 불행서사 한계점을 두 배우의 꽉 찬 존재감으로 채운다. 실제 판빙빙과 이주영은 통역사와 짧은 영어로 생각을 전달했다고 전해진다. 서로 알아가기 위한 현실과 영화가 동시에 이루어지며 모호하고 아득했던 관계가 깊어진다.
이주영은 차근차근 독립영화부터 쌓아 올린 내공을 또 한 번 발휘한다. 거칠면서도 사랑스러운 얼굴로 마음을 훔치나. 영화 <야구소녀>나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등에서 보인 중성적인 캐릭터의 진화를 넘어선 발전이다. 선배이자 스타인 판빙빙 앞에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고 본인 한계를 넘어선다. 앞으로 이주영의 연기를 더욱 기대하게 한다.
진샤가 녹록지 않은 현실에 찌든 인물이라면 초록 머리 여자는 <가장 따뜻한 색 블루>의 파란 머리 엠마(레아 세두)처럼 판타지에 가까운 인물이다. 억압되어 있던 진샤를 깨워 목숨을 구해주기도 하고 위험에 휘말리게도 한다. 그러면서 가까워지는 감정은 우정과 사랑, 연대 그 어딘가를 향한다.
이국적인 서울과 이질적인 두 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