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80년대와 비교해서 국내에서 대중적인 인기가 가장 떨어진 대표적인 스포츠 종목 하나를 고르라면 역시 복싱을 꼽을 수 있다. '4전5기' 홍수환이나 '짱구' 장정구, '작은 들소' 유명우처럼 한국이 배출한 복싱 세계챔피언들이 '국민영웅'으로 대접 받는 것은 이제 상상하기 힘들어졌다. 복싱에서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나온 것도 2008년 베이징올림픽의 김정주(웰터급 동메달)가 마지막일 정도로 아마추어 복싱 역시 크게 침체된 상황이다.

한국에서는 격투스포츠에 재능 있는 유망주들이 복싱보다 종합격투기를 선택하는 추세지만 북미나 유럽 등에서 복싱의 인기는 여전히 뜨겁다. 지난 2015년에 있었던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와 매니 파퀴아오의 경기는 '세기의 대결'로 불리며 양 선수의 대전료 합계만 4500억 원이 넘었고 가장 좋은 자리의 암표는 2억 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됐다. 지금도 타이슨 퓨리나 카넬로 알바레즈 같은 스타 선수들의 경기가 열리면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된다.

복싱은 복잡한 룰 없이 두 선수가 맨몸으로 링 위에서 두 주먹으로 승부를 겨룬다는 점에서 스포츠 팬들의 오감을 자극하는 종목이다. 그리고 1976년에 개봉했던 이 영화 역시 복싱의 인기에 불을 지피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1976년에 개봉한 영화들 중 가장 높은 흥행성적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실베스타 스텔론이라는 무명배우를 일약 최고의 스타로 만들어준 복싱영화 <록키>였다.
 
 <록키>는 상영관이 많지 않았던 70년대에도 서울에서만 35만 관객을 동원할 만큼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록키>는 상영관이 많지 않았던 70년대에도 서울에서만 35만 관객을 동원할 만큼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 (주)영화사오원

 
시대 변해도 꾸준히 등장하는 근육질 스타들

1950~60년대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근육질 스타는 단연 <십계>의 모세와 <벤허>의 유다 벤허, <혹성탈출>의 조지 테일러를 연기했던 고 찰턴 헤스턴이었다. 반듯하고 호감가는 얼굴에 건장한 근육질의 체격을 가진헤스턴은 그 시절 많은 영웅 역할들을 도맡으며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1980년대부터 90년대 중반까지는 실베스타 스텔론과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근육질 배우의 시대를 양분했다. 각각 <록키>와 <람보>,<터미네이터>와 <코만도>라는 확실한 대표작을 가진 스텔론과 슈왈제네거는 그 시절 각종 액션영화들의 주연을 전담하며 최고의 스타배우로 군림했다. 그렇게 오랜 기간 라이벌로 활동하던 두 배우는 전성기가 지난 2010년 <익스펜더블>과 2013년 <이스케이프 플랜>에 함께 출연해 연기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1990년대부터 할리우드에도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 꽃미남 배우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지만 2001년 드웨인 존슨이 등장하면서 다시 근육질 배우가 주목 받았다. 프로레슬링 팬들에게는 '더 락'이라는 링네임으로 더욱 유명했던 존슨은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비롯해 많은 액션영화에서 엄청난 '근육액션'을 선보이며 2018년부터 2020년까지 할리우드에서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린 배우로 등극했다. 

지난 2008년 마블코믹스에서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출범해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마블의 히어로들을 영화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블은 아스가르드의 왕자 토르를 연기할 배우를 물색하다가 호주 출신의 신예 크리스 햄스워스를 낙점했다. <토르>에 캐스팅된 후 몸을 키우고 더욱 멋진 근육질의 몸매를 완성한 햄스워스는 토르 역을 멋지게 소화하며 2010년대를 대표하는 할리우드의 근육질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제작비 100배 넘는 수익 챙긴 복싱영화
 
 <록키>는 촬영 도중 실제 상인들의 돌발행동을 영화에 그대로 넣었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완성한 영화다.

<록키>는 촬영 도중 실제 상인들의 돌발행동을 영화에 그대로 넣었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완성한 영화다. ⓒ (주)영화사오원

 
무명 시절의 실베스타 스탤론이 무하마드 알리와 척 웨프너의 복싱경기를 보고 영감을 얻어 각본을 쓴 <록키>는 많은 영화사에서 시나리오를 탐냈지만 자신에게 주연과 감독을 맡겨주지 않아 영화화가 쉽지 않았다. 결국 여러 영화사와의 협상 끝에 감독을 따로 기용한다는 조건으로 스탤론에게 주연을 맡기고 100만 달러의 많지 않은 제작비로 영화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록키>는 개봉 후 스탤론과 영화사의 운명을 바꿔 버렸다.

<록키>는 가난한 복서가 우연한 기회에 챔피언과 대결을 벌이는 단순한 전개와 내용의 영화지만 주인공 록키 발보아의 영웅적인 서사와 실베스타 스탤론의 카리스마가 어우러지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북미에서 1억17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제작비의 100배가 넘는 수익을 올린 <록키>는 국내에서도 1977년에 개봉해 서울에서만 35만 관객을 동원했다(박스오피스 모조,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록키>는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영화답게 영화 곳곳에 억지로 끼워 넣은 듯한 장면들이 적지 않다. 록키가 경기를 앞두고 포스터의 트렁크 색깔이 다르다며 프로모터에게 항의하는 장면은 실제 포스터가 잘못 제작됐지만 제작사에서 포스터를 새로 만드는 대신 대사를 바꿔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영화에서 록키가 살고 있는 아파트와 록키가 키우는 반려견 '버커스' 역시 실제로 스탤론이 거주하는 집과 함께 사는 반려견이었다.

<록키>는 빌 콘티가 맡은 OST도 영화 못지 않게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 Gonna Fly Now >는 록키의 트레이닝 장면에 등장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고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록키와 크리드의 결전에서 흘러나오는 < Going The Distance > 역시 < Gonna Fly Now > 못지 않게 유명한 곡이다. 이 음악은 훗날 힙합뮤지션 MC스나이퍼가 < Better Than Yesterda y >라는  노래에 샘플링하며 국내 힙합팬들에게 더욱 널리 알려졌다.

영화가 개봉하고 세월이 한참 흐른 후 무하마드 알리와 싸웠던 전 프로복서 척 웨프너는 영화 <록키>와 각본을 쓴 스탤론을 상대로 소송을 걸기도 했다. <록키>가 자신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영화인 만큼 영화 수익금의 일부를 달라는 내용이었다. 스탤론 역시 영화의 모티브가 된 인물이 웨프너였음을 부정하지 않았고 2003년 합의를 통해 법적분쟁을 끝냈다(합의금은 끝내 공개되지 않았다).

모자-안경 벗고 매력 드러낸 여주인공
 
 탈리아 샤이어는 록키의 애인이자 아내인 애드리안 역으로 1990년에 개봉한 <록키5>까지 출연했다.

탈리아 샤이어는 록키의 애인이자 아내인 애드리안 역으로 1990년에 개봉한 <록키5>까지 출연했다. ⓒ (주)영화사오원

 
<록키>에서 탈리아 샤이어가 연기한 '록키의 연인' 애드리안 페니노는 안경과 모자, 소심한 성격 안에 자신을 감추고 있다가 록키와 가까워지면서 숨기고 있던 진면목을 드러낸다. 

<록키> 1편부터 5편까지 등장하는 애드리안은 2편에서 록키와 결혼식을 올렸지만 2006년에 개봉한 <록키 발보아>에서 암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것으로 나온다. 애드리안을 연기한 탈리아 샤이어는 <대부> 3부작을 연출한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여동생이자 니콜라스 케이지의 고모로도 유명하다. 샤이어는 오빠가 연출한 <대부>에서 말론 브란도가 연기했던 비토 콜레오네의 철없는 막내딸 코니 콜레오네를 연기하기도 했다.

<록키>에서 애드리안의 오빠이자 록키의 처남, 그리고 절친인 폴리 페니노는 정육업체의 직원으로 록키가 고기창고에서 훈련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한다. 다소 장난스러워 보이는 외모와 달리 폴리를 연기한 고 버트 영은 실제 복서출신으로 현역 시절 프로무대에서 17승 무패의 화려한 전적을 자랑했다. 버트 영은 <록키> 촬영 당시에도 스탤론과 아폴로 크리드 역의 칼 웨더스 등 배우들에게 복싱지도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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