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OTT 드라마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였던 디즈니플러스의 <무빙>이 지난 9월20일 최종화까지 공개되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강풀의 인기웹툰을 원작으로 원작자인 강풀 작가가 직접 각본을 쓰면서 더욱 화제가 됐던 <무빙>은 후반작업이 늦어지면서 지난해 4분기로 예정됐던 공개시기도 8개월 이상 연기됐다. 하지만 <무빙>은 공개가 늦어진 만큼 더욱 뛰어난 완성도를 선보이면서 국내외 시청자들의 극찬을 받았다.

무엇보다 <무빙>이 공개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던 것은 류승룡과 한효주, 조인성, 차태현, 류승범, 김성균, 양동근, 박희순 등으로 이어지는 화려한 캐스팅 때문이었다. 실제로 <무빙>은 주·조연의 경계가 무색할 정도로 등장인물 대부분이 극 중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심지어 <무빙>에서 2세 역을 맡았던 이정하와 고윤정, 김도훈도 부모 세대 배우들 못지 않은 존재감을 보여주면서 주연 캐릭터로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처럼 호흡이 긴 드라마에서는 여러 인물들이 저마다의 사연과 서사를 담으면서 주인공으로 활약할 수 있다. 하지만 2시간 내외로 이야기를 담아내야 하는 영화에서는 여러 캐릭터가 주인공을 담당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1980~1990년대 액션스타들이 총출동했던 이 영화에서는 출연했던 주요배우들이 모두 주인공이었다. 바로 20세기 액션영화 팬들의 향수를 자극했던 영화 <익스펜더블>이다.
 
 <익스펜더블>은 출연배우 이름을 열거하는 것만으로도 영화의 훌륭한 광고카피가 됐다.

<익스펜더블>은 출연배우 이름을 열거하는 것만으로도 영화의 훌륭한 광고카피가 됐다. ⓒ (주)싸이더스

 
다수의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들

대부분의 영화는 한 명, 또는 소수의 인물이 주인공으로 영화를 이끌어간다. 주인공이 적어야 감독도 이야기를 진행시키기 수월하고 관객들도 영화를 이해하기가 더욱 용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로는 감독과 제작사에서 의도적으로 많은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집단 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들은 저마다 특징이 다른 여러 캐릭터가 한꺼번에 등장하거나 관객들에게 익숙한 스타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작품에서 주로 나타난다.

지난 2000년에 개봉했던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엑스맨>은 프로페서 엑스(패트릭 스튜어트 분)가 이끄는 엑스맨과 매그니토(이안 맥켈런 분)가 이끄는 브라더후드의 돌연변이 대결을 다룬 영화다. 각 집단마다 저마다 다른 특징을 가진 돌연변이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특정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삼기보다는 각 캐릭터가 저마다 중요한 역할을 차지했다. 물론 울버린(휴 잭맨 분)처럼 관객들에게 특별히 많은 사랑을 받는 캐릭터들은 나오기 마련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어벤저스> 역시 집단 주인공이 등장했던 대표적인 영화다. 2008년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각자의 솔로무비로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슈퍼 히어로들은 <어벤저스> 시리즈를 통해 한자리에 뭉쳐 작게는 지구, 크게는 우주의 인류를 구하기 위해 힘을 모았다. 물론 <어벤저스>에서도 헐크(마크 러팔로 분)처럼 솔로무비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관객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얻었던 캐릭터가 있었다.

중화권에서는 소위 '거장'으로 불리는 감독들의 영화에서 집단 주인공이 등장하곤 했다. <해피 투게더> <화양연화>의 왕가위 감독은 1994년 <동사서독>을 통해 고 장국영과 임청하, 양조위, 장학우, 장만옥 등 당대 최고의 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했다. 2000년 <집으로 가는 길>을 통해 베를린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던 장이머우 감독도 2002년 무협액션영화 <영웅>에서 이연걸과 양조위, 장만옥, 장쯔이, 견자단 등을 집단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한국에서는 2012년 1298만 관객을 동원했던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이 집단주인공이 등장하는 대표적인 영화로 꼽힌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도둑들>에는 김윤석과 김혜수, 이정재, 전지현에 '명품조연' 김해숙과 오달수, 홍콩배우 임달화까지 출연해 '태양의 눈물'을 훔치기 위해 힘을 모았다. 여기에 연초 <해를 품은 달>로 인지도가 부쩍 오른 김수현까지 가세하면서 <도둑들>은 그야말로 '집단 주인공의 모범'을 보여준 영화가 됐다.

왕년의 액션스타들을 한 영화에서 보는 재미
 
 <익스펜더블>은 실베스터 스탤론(왼쪽)이 <록키> 시리즈를 제외하고 연출까지 직접 맡은 흔치 않은 영화 중 하나다.

<익스펜더블>은 실베스터 스탤론(왼쪽)이 <록키> 시리즈를 제외하고 연출까지 직접 맡은 흔치 않은 영화 중 하나다. ⓒ (주)싸이더스

 
실베스터 스텔론과 제이슨 스타뎀, 이연걸, 돌프 룬드그렌, 미키 루크, 아놀드 슈왈제네거, 브루스 윌리스까지. 여전히 <메카닉>과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 출연하며 '현역'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던 제이슨 스타뎀 정도를 제외하면 모두 전성기가 한참 지난 배우들이다. 만약 이들을 단독주연으로 내세운 영화가 2010년대에 만들어진다면 흥행을 보장할 수 없었다. 따라서 <익스펜더블>은 왕년의 액션스타들을 한꺼번에 캐스팅하는 '묘수'를 발휘했다.

1980~1990년대의 액션스타들을 한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익스펜더블>은 80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 제작비의 3배가 넘는 2억 7400만 달러라는 준수한 흥행성적을 기록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한때 액션계를 풍미했던 스타들이 액션영화 마니아들의 향수를 자극하면서 기대 이상의 흥행으로 이어진 것이다. 다만 <익스펜더블>은 국내에서 <아저씨>와 <악마를 보았다> <인셉션> 등에 밀리며 전국 39만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실베스터 스탤론이 감독과 주연을 모두 맡은 <익스펜더블>은 오락영화로서 나무랄 데 없는 재미를 선사한다. <익스펜더블>은 익숙한 얼굴의 배우들이 차례로 등장해 런닝타임 내내 격투액션과 총격액션, 폭파액션, 카체이싱까지 다양한 종류의 '액션쾌감'을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특히 1980~1990년대의 액션영화에 심취했던 남성관객들이라면 <익스펜더블> 속 배우들이 주는 향수만으로도 영화에 불만을 가질 이유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안온함과 안쓰러움이 함께 느껴지는 노인정 블록버스터'라는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한줄평처럼 <익스펜더블>은 결코 완성도가 높은 영화는 아니었다. 물론 관객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것이 영화의 목적이었지만 지나치게 이에 연연한 나머지 옛날 액션영화를 보는 듯한 장면들이 곳곳에 등장한다. 실제로 20세기 액션영화에 대한 향수가 없는 관객들에게는 <익스펜더블>이 꼰대들만 잔뜩 등장하는 'B급 액션영화' 정도로 보였을 것이다.

1편을 통해 2억 7400만 달러의 흥행 성적을 기록한 <익스펜더블>은 2012년 척 노리스와 장 클로드 반담, '젊은 피' 리암 햄스워스 등이 가세한 속편을 선보였다. 속편 역시 1억 달러의 제작비로 3억 1400만 달러의 좋은 흥행성적을 기록했고 2014년에는 웨슬리 스나입스와 해리슨 포드, 멜 깁슨, 안토니오 반데라스 등이 합류한 3편이 제작됐다. 하지만 주요배우들이 대거 이탈하고 새 얼굴들이 가세한 4편은 올해 9월에 개봉해 흥행 참패하고 말았다.

여전히 날렵하게 날아다니는 이연걸
 
 <익스펜더블>에서 건재한 움직임을 선보인 이연걸은 2014년에 개봉한 <익스펜더블3>까지 출연했다.

<익스펜더블>에서 건재한 움직임을 선보인 이연걸은 2014년에 개봉한 <익스펜더블3>까지 출연했다. ⓒ (주)싸이더스

 
<익스펜더블>에는 많은 액션스타들이 출연하지만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관객들이 가장 관심 있게 본 인물 중 하나는 <황비홍> 시리즈로 유명한 이연걸이었다. 홍콩에서 최고의 액션배우로 활약하다가 할리우드 진출 후 성룡 만큼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이연걸은 <익스펜더블>에서 인양을 연기했다. 인양은 '아이 학비를 벌어야 한다'는 이유로 배당금을 더 받으려 하지만 영화 후반 "나도 언젠가 가족이 생기겠지"라는 대사로 싱글임을 고백한다.

1980년대 할리우드 최고의 섹시스타로 명성을 날리다가 마약에 찌들고 오토바이 사고를 당하면서 몰락했던 미키 루크는 <씬 시티>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후 <더 레슬러>로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익스펜더블>에서는 은퇴 후 문신업자로 생활하고 있는 툴을 연기했는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답게 때리고 부수는 액션영화 <익스펜더블>에서 유일하게 섬세한 눈물연기를 선보였다.

<익스펜더블>에는 전설적인 액션배우들뿐 아니라 종합격투기와 프로레슬링의 전설들도 출연했다. UFC 헤비급과 라이트 헤비급 두 체급 챔피언에 빛나는 랜디 커투어는 <익스펜더블>에서 폭파 전문가 톨 로드 역을 맡았지만 격투기 선수 출신답게 육탄전에서 더욱 위력을 발휘했다. 전설적인 프로레슬러 스티브 오스틴은 여자를 때리고 고문하는 파렴치한 악역으로 등장하는데 영화 후반 랜디 커투어와의 격투 도중 몸에 불이 붙어 사망한다.

지금은 영화계에서 은퇴한 <다이하드> 시리즈의 브루스 윌리스와 <터미네이터>로 대표되는 배우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카메오로 출연해 얼굴을 비췄다. 브루스 윌리스는 교회에서 바니(실베스터 스탤론 분)에게 가르자 장군(데이비드 제야스 분) 암살을 의뢰하는 미스터 처치를 연기했다. 슈왈제네거는 바니와 동종업계에서 일하는 라이벌로 바니에게 가르자 장군 암살 의뢰를 양보하는 트렌치 마우스 역을 맡았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익스펜더블 실베스터 스탤론 감독 제이슨 스타뎀 이연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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