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남녀 동반 금메달에 도전하는 한국 축구가 나란히 8강에서 첫 고비를 맞이한다. 콜린 벨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은 30일 오후 5시 30분 북한과 맞대결을 치른다. 하루 뒤인 10월 1일에는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 24세 이하(U-24) 남자 축구 대표팀이 홈팀 중국을 상대로 8강전을 치른다.
 
단체 구기 종목에서 남북 대결이 열리는 것은 29일 여자 농구에 이어 30일 여자 축구가 두 번째다.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 랭킹은 우리나라가 20위이며 북한은 최근 몇년간 국제 대회에 출전하지 않아 랭킹이 없다.
 
하지만 남북한이 여자축구 국가대표 상대 전적에서는 우리나라가 1승 3무 15패로 절대 열세를 보이고 있다. 유일한 승리는 2005년 동아시아컵으로 무려 18년전이며 이후로는 최근 12경기 연속 무승(2무 10패)의 열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장 최근에 대결한 건 2017년 12월 일본 치바에서 열린 동아시안컵으로 역시 한국이 0-1 패배를 당했다.
 
아시안게임에서도 북한은 3번이나 금메달을 따냈지만 한국은 최근 3회 연속 동메달만 수확한게 최고 성적이었다. 아시안게임 상대 전적도 북한에 5전 전패다. 한국은 북한과는 2024년 파리 올림픽 예선에서도 같은 조에 속해 있기 때문에 파리올림픽 본선 진출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승부이기도 하다.
 
벨호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조별리그를 3연승으로 여유있게 통과했다. 한국은 E조에서 미얀마를 3-0, 필리핀을 5-1, 홍콩을 5-0으로 크게 완파했다. 오랜만에 국제무대에 나선 북한도 C조에서 싱가포르(7-0, 10-0)와 두 번 경기를 치러 2승으로 1위를 차지했으며 17골 무실점의 가공할 경기력을 과시했다. 북한의 최다득점자인 김경용은 벌써 6골을 터뜨리며 한국전에서도 가장 경계해야할 대상으로 꼽힌다.
 
한국은 체력적인 부분에서 북한보다 불리하다. 한국은 조별리그 3경기를 치른 반면, 북한은 2경기만 치렀다. 여기에 북한은 27일에 2차전을 마치고 이틀의 휴식기간을 가졌지만, 한국은 28일 홍콩전을 마치고 단 하루의 휴식 뒤에 곧바로 북한전을 치러야한다. 벨 감독은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16팀이 각각 다른 경기 수를 치러야 하는 시스템에 개인적으로는 이해가 안 된다"며 경기운영 방식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한국이 또 북한에 덜미를 잡혀 8강에서 탈락한다는 것은, 벨호에게는 대참사를 의미한다. 벨호는 지난 8월 FIFA 여자 월드컵에 16강 이상의 성적을 공언하고 나갔다가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여기에 아시안게임마저 4강진출에 실패한다면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5위) 이후 25년 만에 최악의 성적이 된다.

북한의 전력과 상대전적이 우세에 있다고 해도, 몇 년간 국제대회조차 나오지 못했던 팀을 상대로 역대 최고의 '황금세대'와 4년간의 조직력을 다져온 벨호가 무너진다면 그동안의 프로젝트가 모두 실패했다는 의미밖에 되지 않는다.
 
남북 대결에서 승리한다면 결승까지 가는 길이 한결 수월해진다. 승자는 4강에서 우즈베키스탄-대만전의 승자와 만나게 된다. FIFA 랭킹은 대만 38위, 우즈베키스탄이 50위로 두 팀모두 낮다. 우승 후보로 꼽히는 일본(8위)과 중국(15위)은 결승에 올라야 만날 수 있다. 한국 여자축구로서는 북한 징크스를 털어내고 사상 첫 금메달과 역대 최고성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물러설 수 없는 한 판이다.
 
아시안게임 3연패에 도전하는 남자축구 황선홍호도 중국전이 고비로 여겨진다. 한국은 에이스 이강인이 늦게 합류하여 아직 팀에 충분히 녹아들지 못했음에도 조별리그부터 16강전까지 4경기 21골을 넣고 단 1실점하는 막강한 전력을 과시했다.
 
상대인 중국도 전력과 상대전적에서는 명백히 대한민국의 우위임을 인정하고 있을 정도지만, 막상 손쉬운 승리를 낙관하기에는 변수가 많다. 중국은 개최국으로 홈어드밴티지가 예상되는데다 VAR의 부재, 거친 소림축구, 홈콜과 홈팬들의 광적인 응원이 우리 선수들에게는 상당한 압박이 될 전망이다.
 
중국은 직전 경기인 카타르전에서 거친 플레이로 카드를 대량수집하고 상대 선수들과 충돌을 짖은 전적이 있다. 한국이 이번 대회에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데다 '공한증'에 대한 콤플렉스가 심한 중국으로서는 더 과격한 플레이가 속출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대회는 VAR이 도입되지 않았기 때문에 결정적인 득점이나 PK, 퇴장 관련 상황 등에서 불리한 홈콜이 나올 수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두고 냉철한 멘탈관리가 필요한 대목이다.
 
중국도 거친 플레이의 댓가를 치르고 있다. 한국전에서는 와일드카드인 미드필더 가오톈이가 경고 누적으로, 수비수 장선룽이 카타르전 퇴장으로 각각 결장하며 주전급 2명의 전력 누수를 안고 나서야한다. 반면 한국은 적절한 카드관리와 로테이션을 지금까지 이렇다할 전력 손실이 없었다. 유일하게 남은 과제는 팀전력에 늦게 합류한 이강인과 송민규의 컨디션이 얼마나 올라올 수 있을지에 달렸다.
 
황선홍호는 이미 지난 6월 중국 원정 친선 2연전을 통하여 중국의 소림축구와 홈텃세를 사전 체험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당시 한국은 중국의 거친 플레이에 고전하며 1승 1패에 그쳤고 여러 선수들이 큰 부상을 당하는 아찔한 장면이 나왔다. 이로 인하여 대한축구협회와 황선홍 감독은 경기후에도 왜 중국과의 평가전을 수락했냐는 비판 여론에 시달리며 곤욕을 치러야했다.
 
설령 이긴다고 해도 부상자가 또 발생한다면 4강 이후의 경기에도 큰 지장을 받게 되는 만큼, 초반에 점수차를 벌리거나 부상자가 나올 상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안전한 승리가 절실하다. 결과적으로 이 경기에서 부상자 없이 승리할 수 있다면 황선홍호로서는 3개월 전 그렇게 욕을 먹으면서 중국과의 평가전을 미리 경험해본 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으로 재평가받게 될 수도 있다.
 
황 감독도 중국전을 앞두고 "충분히 예상한 시나리오다. 많은 관중이나 거친 플레이에 대한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면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없다"며 정면돌파를 다짐했다.

한편 다른 8강 대진도 모두 완성됐다. 한국은 중국을 꺾으면 우즈베키스탄-사우디 아라비아의 승자와 4강에서 만나게 된다. 또한 일본과 북한의 대결은 8강의 또다른 빅매치로 꼽힌다. 한국은 결승까지 오르면 일본 또는 북한과 만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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