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입에 무는 윤지수 26일 중국 항저우 전자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펜싱 여자 사브르 개인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윤지수가 시상대에 메달을 입에 물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금메달 입에 무는 윤지수 26일 중국 항저우 전자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펜싱 여자 사브르 개인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윤지수가 시상대에 메달을 입에 물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 여자펜싱 사브르 대표팀의 맏언니 윤지수가 금빛 찌르기에 성공했다.

여자 샤브르 개인전 경기에 출전한 윤지수는 26일 중국 항저우의 전자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중국의 사오야치를 15-10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5일 여자 에페의 최인정, 26일 남자 사브르의 오상욱이 한국 선수끼리의 결승에서 승리하며 금메달 3개를 획득한 한국펜싱은 금메달 3개와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차지하며 개인전 일정을 마쳤다.

윤지수는 현역 시절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전대미문의 100완투를 기록했던 '고독한 황태자' 윤학길(한국야구위원회 재능기부위원)의 딸로도 유명하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과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종합대회 개인전과는 인연이 없었던 윤지수는 대표팀의 맏언니 자격으로 출전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개인전의 한을 풀었다.

세계선수권 은-올림픽 동 이끈 '단체전 에이스'

미취학 아동 시절이던 1997년 오빠와 함께 아버지의 은퇴식에 참석해 꽃다발을 안겼던 윤지수는 어린 시절부터 운동을 좋아했지만 아버지의 심한 반대와 진학한 중학교의 펜싱부 해체로 운동을 시작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펜싱에 대해 강한 열의를 보였던 윤지수는 반대가 심했던 아버지를 설득했고 아버지와 함께 교장선생님을 찾아가 없어졌던 펜싱부를 재창단시키고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펜싱 선수로 활동했다. 

뛰어난 운동신경과 좋은 신체조건을 바탕으로 펜싱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국내대회 개인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윤지수는 고교 3학년 때 국가대표 상비군에 선발되면서 펜싱계를 이끌 유망주로 주목 받았다. 그리고 한국 여자 사브르의 간판 김지연이 런던 올림픽에서 여자선수 최초로 개인전 금메달을 따냈던 2012년 윤지수도 일본 와카야마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에 출전해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을 휩쓸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단체전에 출전한 윤지수는 중국을 상대한 결승전에서 중국의 에이스 선천을 상대로 8점을 뽑아내는 결정적인 활약을 하면서 한국의 금메달 획득에 기여했다. 이는 한국펜싱 여자 사브르 종목 최초의 단체전 금메달이었다. 2016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단체전 동메달을 따낸 윤지수는 2016 리우 올림픽 대표팀에 선발돼 생애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았지만 단체전 8강에서 우크라이나에게 패하며 탈락했다.

2017년과 2018년은 윤지수의 첫 번째 전성기였다. 윤지수는 2017년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여자 사브르 사상 최초로 결승에 진출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윤지수는 미국을 상대한 8강전에서 17-25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13득점 3실점을 기록하는 대활약을 선보이면서 대표팀의 결승진출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윤지수는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한국의 아시안게임 2연패를 견인했다.

만 18세의 어린 나이부터 꾸준히 대표팀에 선발됐음에도 개인전보다는 단체전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윤지수는 2019년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단체전 동메달을 차지했다. 그리고 이어진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김지연과 함께 개인전 출전자격을 얻었다. 하지만 윤지수는 개인전 16강에서 우즈베키스탄의 자이나브 다이베코바에게 패하며 탈락했고 대신 단체전에서의 맹활약으로 여자 사브르 대표팀의 첫 올림픽 메달을 견인했다.

올림픽 패배 설욕하며 AG 개인전 첫 금메달 획득

도쿄 올림픽이 끝나고 한국 여자펜싱 사브르 대표팀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런던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리스트이자 2017 세계선수권 단체전 은메달을 이끌었던 여자 사브르의 간판스타 김지연이 지난 4월 14년간의 국가대표 생활을 마치고 은퇴를 선언한 것이 결정적인 변화였다. 그동안 주로 '막내' 자격으로 선배들과 함께 대표팀 경기에 참가했던 윤지수가 졸지에 대표팀의 '맏언니'가 된 것이다.

고질적인 무릎부상 때문에 지난 도쿄 올림픽에서도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던 윤지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국내대회를 치르다 다시 무릎을 다쳤다. 하지만 대표팀의 맏언니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출전을 강행한 윤지수는 개인전 16강에서 우즈베키스탄의 파올라 플리에고를 만나 12-14의 열세에서 연속 3득점을 따내며 극적인 뒤집기로 8강에 진출했다. 함께 출전한 전은혜가 16강에서 탈락하며 윤지수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8강에서 싱가포르의 줄리엣 헝을 15-6으로 가볍게 꺾은 윤지수는 결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지난 도쿄올림픽 16강에서 자신에게 패배의 아픔을 안겼던 우즈베키스탄의 다이베코바와 재회했다. 윤지수는 다이베코바와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접전 끝에 15-14로 승리하면서 2년 전 패배의 아픔을 설욕하며 결승에 진출했다. SBS에서 해설을 하던 대표팀 선배 김지연도 윤지수의 승리에 눈물을 보이며 함께 기뻐했다.

16강과 준결승에서 크게 고전했던 것에 비하면 결승전은 상대적으로 수월(?)했다. 16강에서 한국의 전은혜를 꺾었던 중국의 사오야치를 결승에서 만난 윤지수는 1라운드를 8-2로 마치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윤지수는 2라운드에서 사이야치에게 11-9까지 추격을 허용했지만 다시 페이스를 되찾으면서 연속득점을 올렸고 15-10으로 승리를 확정 지으며 생애 첫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윤지수는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의 이신미,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의 김혜림,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의 이라진에 이어 펜싱 여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역대 4번째 주인공이 됐다. 윤지수는 그토록 바라던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을 따냈지만 아직 그녀의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윤지수는 오는 29일 전은혜, 홍하은, 최세빈 등 후배선수들을 이끌고 여자 사브르 단체전에 출전해 아시안게임 3연패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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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 아시안게임 펜싱 여자 사브르 윤지수 개인전 금메달 맏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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