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결혼해 올해로 유부 19년 차가 된 배우 한가인은 신인에 가까웠던 지난 2003년 KBS 일일 드라마 <노란 손수건>에 출연해 지금의 남편이 된 연정훈을 만났다. <사랑이 뭐길래>에서 하희라와 자매연기를 선보이며 주목을 받은 신애라는 1994년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 안에>에서 당시 신인배우였던 차인표를 만났다. 드라마를 함께 찍으며 연인으로 발전한 두 사람은 차인표가 군에 입대해 휴가를 나왔을 때 결혼식을 올렸다.

한가인-연정훈 부부, 신애라-차인표 부부, 하희라-최수종 부부처럼 작품을 함께 찍다가 실제 커플이 되고 더 나아가 부부의 연을 맺는 경우는 이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최근에도 영화 <협상>과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 함께 출연했던 손예진과 현빈이 연인으로 발전했다가 2022년 3월 결혼해 11월 예쁜 아들을 얻었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적으로 만났던 임지연과 이도현도 드라마가 끝난 후 연인이 됐다.

사실 같은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이 연인, 또는 부부로 발전하는 경우는 한국보다 더 개방된 환경의 할리우드에서 더욱 자주 볼 수 있다. 특히 할리우드에서는 굳이 결혼식을 올리거나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사실혼' 관계로 아이까지 낳으면서 함께 사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지난 2005년 <미스터&미세스 스미스>에 함께 출연하며 연인과 부부로 발전했던 '브란젤리나 커플'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가 대표적이다.
 
 <미스터&미세스 스미스>는 두 주인공의 열애설이 크게 화제가 되면서 제작비의 4배가 넘는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미스터&미세스 스미스>는 두 주인공의 열애설이 크게 화제가 되면서 제작비의 4배가 넘는 흥행성적을 기록했다.이십세기폭스코리아필름코퍼레이션
 
영화에 함께 출연하며 연인이 된 커플들

굳이 배우가 아니더라도 젊은 남녀가 같은 분야에서 호흡을 맞춰 일하다 보면 묘한 감정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하물며 멋진 남자배우와 아리따운 여성배우가 상대배우와 캐릭터에게 로맨틱한 감정을 쏟아내는 멜로연기를 하다 보면 냉정하게 일에만 몰두하기는 더욱 힘들 것이다. 영화 속에서 멜로 연기를 하면서 만난 배우들이 실제로 사랑에 빠져 연인으로 발전하거나 부부가 되는 사례가 적지 않게 발생하는 이유다.

지난 2004년에 개봉했던 영화 <노트북>은 "서로만 바라보다 먼 훗날 우리 같은 날에 떠나"라는 김경호의 <금지된 사랑> 노래 가사를 123분으로 늘린 듯한 아름다운 멜로 영화다. <노브북>에서 두 주인공 노아와 앨리를 연기했던 라이언 고슬링과 레이첼 맥아담스는 촬영이 끝난 후 연인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2007년에 헤어졌고 현재는 그때의 기억을 추억으로 남긴 채 각각 다른 사람과 살고 있다.

<트와일라잇> 시리즈에서 뱀파이어 에드워드와 인간 벨라를 연기하며 금기의 사랑을 나눴던 로버트 패틴슨과 크리스틴 스튜어트도 <트와일라잇> 촬영 후 연애를 시작했다.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미국의 10대들에게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던 만큼 두 사람이 커플이 됐을 때 10대 관객들의 호응도 대단했다. 하지만 패틴슨과 스튜어트는 시리즈의 마지막편 <브레이킹 던 Part2>가 개봉한 2012년, 기다렸다는 듯(?) 전격 결별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이후 세계 관객들에게 가장 사랑 받는 젊은 남자배우 중 한 명인 티모시 샬라메는 지난 2018년 넷플릭스 영화 <더 킹: 헨리 5세>에 함께 출연한 배우 겸 모델 릴리로즈 뎁과 커플이 됐다. 릴리로즈 뎁은 <케리비안 베이> 시리즈로 유명한 할리우드 스타 조니 뎁의 딸로 두 사람은 약 1년 반의 열애 끝에 2020년 헤어졌다. 참고로 릴리로즈 뎁은 2022년 <오징어 게임>으로 유명해진 한국배우 정호연과 <더 가버니스>에 캐스팅됐다.

현재까지 3명의 배우가 연기하고 있는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도 여주인공을 연기한 배우들과 열애설이 끊이지 않았다.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에서는 토비 맥과이어와 M.J.를 연기한 커스틴 던스트의 열애설이 있었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앤드류 가필드와 엠마 스톤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실제로 공개 연애를 했다. 최근엔 마블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톰 홀랜드와 젠데이아가 수년째 열애설이 따라다니고 있다.

실제 사이 알기에 더 흥미로웠던 부부싸움
 
 <미스터&미세스 스미스>를 통해 만난 '브란젤리나 커플'은 3명의 아이를 낳으며 2016년까지 실질적인 부부로 살았다.
<미스터&미세스 스미스>를 통해 만난 '브란젤리나 커플'은 3명의 아이를 낳으며 2016년까지 실질적인 부부로 살았다.이십세기폭스필름코퍼레이션
 
<미스터&미세스 스미스>는 서로의 정체를 숨기고 5~6년간 부부로 살아왔던 킬러가 부부싸움을 한다는 콘셉트로 제작된 영화다. 기본설정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소재의 영화였지만 두 주인공에 열애설이 있던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가 출연하면서 관객들의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실제로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는 1억 10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 세계적으로 4억 8700만 달러의 높은 흥행성적을 기록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의 국내 인지도가 높았던 데다가 두 사람의 열애소식까지 들리면서 <미스터&미세스 스미스>는 국내에서도 354만 관객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재미있는 사실은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가 슬하에 3명의 아이를 낳고 10년 넘게 함께 살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관계였다는 점이다. 실제 두 사람이 법적인 부부로 지낸 기간은 약 2년 정도에 불과했다.

<미스터&미세스 스미스>에서 관객들의 환호를 이끌어낸 장면은 역시 존(브래드 피트 분)과 제인(안젤리나 졸리 분)의 살벌한 부부싸움이다. 두 사람은 서로의 정체를 의심하며 눈치를 보다가 본격적으로 서로에게 총을 쏘고 칼을 던지며 엄청난 스케일의 부부싸움을 시작한다. 놀랍게도 그렇게 한바탕 엄청난 전쟁을 치른 두 사람은 베테랑 킬러답게 가벼운 타박상과 찰과상 정도의 부상 밖에 당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서로의 조직에서 보낸 부대를 떨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카체이싱 액션 역시 상당히 흥미로운 볼거리다. 존과 제인은 힘을 합쳐 조직이 보낸 부대를 해치우면서도 서로가 말 못했던 비밀을 털어 놓으며 티격태격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목숨이 위태로운 살벌한 상황에서 흐르는 배경음악은 "아무것도 아니었던 우리가 어떻게 사랑하게 된 건지"라는 가사의 감미로운 러브송 'Making Love Out Of Nothing At All'이었다.

<미스터&미세스 스미스>를 연출한 더그 라이만 감독은 1996년 MCU의 '해피' 존 파브로가 각본과 주연을 맡은 <스윙어즈>를 만들었고 2002년 웰메이드 첩보영화 <본 아이덴티티>를 연출했다(<본 슈프리머시>와 <본 얼티메이텀>은 기획에만 참여). 라이만 감독은 2008년 <점퍼>, 2014년 톰 크루즈와 에밀리 블런트 주연의 <엣지 오브 투모로우>를 만들었고 2021년엔 톰 홀랜드와 매즈 미켈슨 주연의 스릴러 <카오스 워킹>을 연출했다.

존이 유일하게 모든 걸 털어놓는 친구
 
 빈스 본이 연기한 에디(오른쪽)는 존이 고민들을 솔직하게 털어 놓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친구다.
빈스 본이 연기한 에디(오른쪽)는 존이 고민들을 솔직하게 털어 놓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친구다.이십세기폭스필름코퍼레이션
 
대부분의 영화들은 주인공의 이야기만으로 런닝타임을 채우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매력적인 조연캐릭터를 등장시켜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미스터&미세스 스미스>는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 커플에게 크게 의존해서 만든 영화이기 때문에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두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 장면을 찾기 힘들다. 다만 <미스터&미세스 스미스>에서는 각각 존과 제인을 돕는 조력자가 한 명씩 등장한다.

존에게는 조직과 제거대상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고 때로는 존의 고민상담도 해주는 에디라는 친구가 있다. 존은 제인의 정체를 알았을 때도 에디에게 가장 먼저 그 사실을 이야기할 정도로 에디에 대한 신뢰가 높다. 에디 역의 빈스 본은 미국의 배우 겸 프로듀서로 라이만 감독의 초기작 <스윙어스>에 출연했고 <쥬라기 공원: 잃어버린 세계>와 <피구의 제왕> <스타스키와 허치> <웨딩 크래셔> 등 1990년대와 2000년대 많은 흥행영화에 출연했다.

에디가 존과 서로 허물 없이 지내는 친구 사이라면 케리 워싱턴이 연기한 제인의 조력자 재스민은 직장상사와 부하직원 사이로 나온다. 재스민은 주로 제인에게 타깃의 정보를 알려주고 본부에서 현장을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 재스민 역시 제인이 조직에게 배신을 당한 후에도 위협을 무릅쓰고 제인을 도왔다. 재스민 역의 케리 워싱턴은 <미스터&미세스 스미스> 이후 <장고: 분노의 추적자>와 <카3:새로운 도전>(목소리 출연) 등에 출연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미스터&미세스 스미스 더그 라이만 감독 브래드 피트 안젤리나 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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