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 스틸 이미지.
글뫼
첫 번째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목표를 정한다. 츠보타 선생님은 사야카에게 '게이오 보이'를 들어본 적 있냐고 묻는다. 게이오대학교의 남학생들이 굉장히 멋있어서 붙여진 별명이라고 했다. 게이오대학교에 가면 멋진 게이오 보이들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말하니, 대학에 관심조차 없었던 사야카의 눈이 반짝인다. 그제야 대학에 관심을 갖고 이왕 대학에 갈 거라면 멋진 게이오 보이가 있는 게이오대학교를 목표로 한 것이다.
아버지로부터 변호사가 되어야 한다는 심한 압박을 받아 공부를 싫어하게 된 변호사 집안의 3대 독자 레지에게 법대에 입학해 아버지에게 복수하는 방법을 소개하니, 곧 아버지에게 복수한다는 목표로 공부를 시작한다. 애니메이션에 빠져 있는 오타쿠 학생, 축구만 좋아하는 학생, 아이돌에 심취한 학생에게도 각자 저마다의 관심과 연결되면서도 의욕을 불태울 수 있는 목표를 심는다. 그러자 아이들은 눈을 반짝였고 새로 생긴 목표로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에 흥미를 잃은 아이는 공부 동기가 만들어지기 어렵다. 그래서 공부 동기를 스스로 만들 수 있을 때까지 일단 외적 동기를 심어준다. 외적 동기가 바로 목표다. 결코 거창한 목표가 아니다. 아이 스스로 왜 공부해야 하는지,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명확한 목표가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작은 목표라도 만들어줘야 한다.
목표가 너무 모호하거나 막연하면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이면 나중에 훌륭한 사람이 되는 목표나 입시나 취직 등의 문제들은 잘 와닿지 않는다. 목표는 조금 황당하더라도 아이가 눈을 반짝이며 일단 공부를 시작할 수 있을 정도로 흥미롭고 구체적인 게 좋다.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스스로의 모습도 괜찮다. 단, 공부로 달성할 수 있는 목표여야 한다. 예를 들어 게임기를 사는 건 용돈을 모으는 등 공부 외의 방법으로도 달성할 수 있는 목표다.
부모가 일방적으로 목표를 정해주는 건 효과가 없다. 아이가 스스로 납득하고 목표로 삼을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정보를 줘야 한다. 목표가 조금 황당해도 상관없다. 일단 공부를 위한 궤도로 진입할 수만 있으면 된다. 아이는 목표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목표를 성취해 가면서 스스로 더 큰 목표를 만들 것이다.
수준별 맞춤 학습
두 번째로 아이에게 맞는 난이도로 학습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전국 꼴찌 고2 사야카의 현재 학습 수준은 초등학교 4학년 정도, 츠보타 선생님은 그녀에게 초등학교 문제집을 건넨다. 친구들이 웬 초등학교 문제집이냐며 웃어대니 조금 부끄럽긴 하지만, 사야카는 그나마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어서 자신감을 얻는다.
자신에게 맞는 난이도로 학습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 너무 어려우면 포기하고, 너무 쉬우면 지루해 흥미가 떨어진다. 적절한 난이도는 전반적으로 이해하기 수월하면서도 적당히 도전도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정도다. 적절한 난이도로 공부할 수 있으려면 현재의 학습 수준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볼 때, 전체 문제 중 80% 정도를 맞출 수 있으면 적절한 난이도다.
우리나라 교육과정은 나선형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초등학교 교과와 고등학교 교과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복잡하게 또 심화적으로 살이 덧붙여진다. 교육과정은 거꾸로 된 팽이 모양 같다. 그래서 공부는 건물을 만드는 것처럼 기초부터 쌓아 올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초등 3학년 수학에 처음으로 분수 개념이 나온다. 이걸 이해하지 못하면 4학년 과정부터 나오는 분수의 덧셈과 뺄셈을 이해하기 힘들고, 이후 5학년 과정의 약분과 통분에서 좌절을 느끼기 쉽다. 6학년 과정에선 분수의 곱셈과 나누기도 공부해야 한다. 물론 분수의 기본 개념이 완벽하지 않아도 기계적인 계산 방법으로 문제를 풀 순 있다. 하지만 분수는 중학교 과정과 고등학교 과정에서 더욱 복잡하게 공부해야 하니, 개념부터 확실히 알고 있어야 이후의 공부가 수월하다.
물론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 공부를 잘하지 못하다가 고등학생이 되어 잘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기초가 없는 상태로 상위 지식을 학습하는 건 매우 큰 노력이 필요하다. 만약 초등학교 고학년생이거나 중학생인 자녀가 학습 내용을 어려워한다면, 차라리 이전 학년 내용부터 다시 공부해 쌓아 올리는 게 낫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처럼 느껴지거나 부끄럽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더 효율적인 방법이다. 적절한 난이도의 학습은 아이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공부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아이에게 맞는 공부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