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 <오버 더 문> 포스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 <오버 더 문> 포스터. ⓒ 넷플릭스

 
페이 페이는 엄마를 일찍 여의고 아빠와 단둘이 월병 가게를 꾸려가는 소녀다. 그녀는 엄마가 생전에 들려준 항아(嫦娥)의 전설을 굳게 믿고 있다. 항아는 중국 고대 신화에 등장하는 달의 여신으로, 혼자 달에 살면서 연인 후예를 기다리고 있다. 페이 페이는 항아와 후예의 영원한 사랑처럼 엄마와 아빠의 사랑도 영원할 거라고 생각한다.
 
엄마가 돌아가신 지 4년이 되었을 때, 아빠는 새로운 가족이 될 쭝 여사와 그의 아들 친을 소개한다. 페이 페이는 새로운 가족이 될 이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아빠가 엄마와의 사랑을 잊어버린 거라고 여긴다. 아빠에게 엄마의 사랑을 다시 기억나게 해 주려면 항아의 이야기가 실제임을 증명해야만 했기에, 항아를 만나러 달로 떠나기로 결심한다.
 
많은 영화가 아이들의 우주 모험을 소재로 삼곤 한다. 하지만 이 영화 <오버 더 문>이 구별되는 건 주인공이 아주 특별하다는 점이다. 페이 페이는 달의 여신 항아를 만나러 달에 가고자 우주선을 직접 만든다. 이제 갓 중학생인 페이 페이는 집으로부터 38만 4400km나 떨어진 달에 가기로 결심한 후부터 우주 프로젝트를 아주 세밀하게 계획한다.
 
페이 페이가 우주선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장면은 영화의 3분의 1을 차지하는데, 아주 인상 깊다. 우주선 자료들을 찾아보고 원리를 파악하는 건 물론, 우주선 제작에 필요한 부품들을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우주선 제작에 필요한 수학과 물리 수식들을 공부하고 프로그래밍도 한다. 모형 우주선을 만들어 실험하며 여러 번의 실패에도 물러나지 않는다.
 
프로젝트 초반에는 모형 발사체에 허술하게 폭죽을 달아 추진동력으로 삼지만, 공부를 해 가며 그럴싸해지는 모습이 기특하다. 결국 자기부상열차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발사체 발사를 위한 레일까지 제작해 달나라 비행에 성공한다.

<오버 더 문>은 2020년 공개된 넷플릭스의 세 번째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으로, 2018년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단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한 <디어 바스켓볼>의 글렌 킨 감독이 연출했다. 2021년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 애니메이션상' 후보에 올랐고 2021년 제78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애니메이션 작품상' 후보에 오르며 작품성을 입증했다.
 
디즈니 르네상스의 주역이기도 한 글렌 킨 감독은 <오버 더 문>의 주제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일과 변화에 열린 자세를 갖는 일'을 언급했는데, 불가능한 것에 과감히 도전하는 소녀 페이 페이의 모습에서 고스란히 읽힌다. 그녀는 판타지와 다름없는 달나라 여행을 믿었고 현실에서 실제로 실현시켰다.
 
모든 건 '흥미'에서 시작된다
 
 영화 <오버 더 문> 스틸 이미지.

영화 <오버 더 문> 스틸 이미지. ⓒ 넷플릭스

 
얼마 전 한 7살 아이가 만든 1분 남짓의 스톱모션 영상을 봤다. 스톱모션은 여러 장의 사진을 연결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애니메이션 기법이다. 장난감 블럭을 활용해 만든 그 영상은, 7살 남자아이가 만든 것답게 괴물을 물리치는 히어로물이었다. 작품도 훌륭했지만, 영상이 인상 깊게 남은 이유는 다름 아닌 어머니의 설명이었다.
 
평소 아이가 블럭을 너무 좋아해 항상 블럭을 가지고 노는데, 사실 조금 걱정되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블럭을 가지고 놀던 아이가 어디서 무엇을 봤는지, 자신이 만든 걸 사진으로 찍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스마트폰을 빌려줬더니 사진을 여러 장 찍어 영상으로 만들었다. 첫 작품으로 15초 정도 되는 영상이었다.
 
그다음에는 제법 스토리도 만들고 이전보다 더 크고 화려한 블럭을 만들었다. 블럭이 커지니 엄마에게 요청하길 손이 하나 더 필요하다며 스마트폰 카메라를 잡고 있어 달라고 했다. 엄마가 오랫동안 쓰지 않던 미니 삼각대를 가져다주니 아이가 아주 좋아하면서 삼각대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아이는 엄마에게 시사회도 열며 의견을 묻고 아쉬운 점도 말했다.
 
책상 스탠드를 가져와 어두운 화면을 밝히고 스마트폰 앱을 활용해 사진 여러 장을 수월하게 이었다. 거실 한편은 어느새 아이의 스톱모션 작업공간이 되었다. 엄마는 도와준 게 거의 없는데도 아이가 혼자 알아서 척척 하는 게 신기하다며, 예전에는 블럭만 가지고 놀아 걱정이었지만 이제는 아이를 그냥 지켜봐야겠다고 했다. 아이는 훗날 스톱모션의 거장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영화 <오버 더 문>의 주인공 페이 페이와 블럭으로 스톱모션 영상을 만드는 아이는 공통점이 있다. 흥미에서 시작해 경험하고 성장했고 당면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갔다는 것이다. 교육에서 흥미는 아주 중요하다. 흥미가 있으면 동기가 유발된다. 그리고 계속하고 싶다. 계속하다 보면 능숙해진다. 능숙하면 자신감이 생긴다. 자신감이 생기면 더 잘하고 싶다. 그리고 목표가 생긴다.
 
만약 어느 날 느닷없이 페이 페이에게 우주선을 하나 만들어 달나라로 가 보라고 하면 과연 우주선을 만들어 달로 갈 수 있었을까? 앞서 말한 7살 남자아이에게 어느 날 느닷없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한편 제작해 보라고 하면 그렇게 했을까? 되려 하기 싫어졌을지도 모른다.
 
흥미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좌절을 금방 극복하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이론물리학자로 이름이 드높은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실험에서 얼마나 많은 실패를 겪었는지는 모두가 알 만큼 잘 알려져 있다. 실험이란 게 실패를 통해 발전하는 것이니 말이다. 예상치 못한 어려움은 좌절이 되지만, 예상한 어려움은 도전이 될 수 있다. 그러니 모든 건 '흥미'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직접적인 흥미를 자극하라
 
 영화 <오버 더 문> 스틸 이미지.

영화 <오버 더 문> 스틸 이미지. ⓒ 넷플릭스

 
일찍이 흥미의 중요성을 강조한 교육학자가 있다. 존 듀이(John Dewy)다. 그가 강조한 흥미가 단순히 재미를 느끼거나 신나고 즐거운 자극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듀이는 흥미를 두 가지로 구분했다.
 
첫 번째는 '직접적인 흥미'다. 어떤 행위 자체가 좋아서 현재 활동에 몰입하는 상태다. 다른 목적 없이 지금의 활동 자체가 목적인데, 블럭으로 스톱모션을 만든 아이가 좋은 예다. 이런 흥미는 단순히 좋아하고 재밌는 것에서 더 나아가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는 활동으로 발전한다. 좋아하는 대상과 활동에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싶은 마음이 들고 목표를 갖게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블럭 만들기 자체를 좋아했지만 더 나아가 스톱모션 영상 같은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고 싶어지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활동이 흥미롭고 재밌을 수만은 없다. 아이가 공부 자체에 흥미를 느끼면 다행이겠지만, 모든 과목과 모든 영역이 흥미롭고 재밌는 건 아니다. 어렵고 하기 싫은 것들이 더 많을 것이다. 그럼 어떻게 흥미를 느끼게 해야 할까 고민일 텐데, 흥미의 두 번째 종류에 답이 있다. 바로 '간접적인 흥미'다. 간접적인 흥미는 그 자체로는 좋아하는 활동이 아니지만, 직접적인 흥미의 대상을 위해 필요한 과정이라는 걸 인식하며 흥미가 전이된 상태다.
 
<오버 더 문>의 페이 페이는 우주선을 제작하고자 밤낮없이 노력한다. 침대에 지쳐 쓰러지도록 열심히 하며 머리를 싸매고 끙끙대기도 한다. 물리나 수학, 프로그래밍이나 우주선 조립 자체가 페이 페이에게 마냥 재밌는 작업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직접적인 흥미 대상인 항아 이야기를 증명해야 했기에 의식적으로 노력한 것일 테다. 
 
부모는 아이의 현재 직접적인 흥미를 관찰하고 능력을 자극해야 한다. 그리고 흥미가 의미 있게 실현될 수 있는 지식이나 활동으로 연결되어 간접적인 흥미로 전이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재밌는 건, 듀이에 의하면 간접적인 흥미도 의미 있는 계기로 언제든 직접적인 흥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항아를 만나고자 달에 가야 했던 페이 페이는 우주선 제작을 해야했지만 계속하다 보니 그 자체에서 흥미를 느낀다. 스톱모션을 만들었던 아이도 처음엔 블 만든 걸 기록으로 남기고자 스톱모션을 공부하고 시작했지만 결국 활동 자체를 좋아하게 된 것과 같다.
 
아이의 흥미에 관심을 갖는 것과 함께 아이가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 듀이는 'Learning by doing(경험으로부터 배움)'이라는 말로도 잘 알려져 있다. 아이는 경험하면서 배운다. 그런데 경험은 단순히 '한번 경험해 봤다'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능동적인 입장에서 실제로 해 보는 것이다. 아이는 경험하며 흥미를 확장하고 발달시킨다. 같은 경험이라도 아이가 가진 관심과 흥미에 따라 얻어지는 게 다를 것이다. 아이는 기존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경험을 재구성해 나가기 때문이다.
 
교육은 미래를 위해 힘겹게 이겨내고 참아야 하는 게 아니라 지금 살아가고 있는 인생 자체다. '좋아하는 건 나중에 해, 지금은 공부만 해'라고 하지 말고 아이의 흥미가 확장되어 배움이 필요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공부에 힘들게 접근하면 공부를 향한 마음이 열리기 힘들다. 공부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이면서 그 자체가 아이의 발달 과정이 되는 것이다.
 
누구나 흥미를 지니고 살아간다. 부모는 공부 외에 아이가 지닌 흥미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대하거나 공부와 동떨어져 있는 것으로 보고 막지 말아야 한다. 보다 중요하고 진지하게 다뤄야 한다. 단순히 아이가 재밌어하는 것만 시키는 게 아니다. 아이의 흥미와 관심은 수많은 방향으로 퍼질 수 있는 힘이 있다. 그러니 아이의 흥미가 의미있게 성장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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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배우는 방법과 잘 가르치는 방법을 고민하는 이선생입니다. 고려대학교에서 교육학으로 석사와 박사 과정을 공부했습니다. 수업 컨설팅 및 학습 컨설팅 자격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학습 상담과 학습 프로그램 운영, 교육 콘텐츠 기획과 개발 그리고 연구 프로젝트에 다수 참여했습니다.

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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