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종착역> 포스터.
필름다빈
아이에게 친구는 어떤 의미일까? 가족도 아닌 데다가 나와 비슷하지만 완벽하게 타인인 또래 친구는, 난생처음 만나 인사를 나누고 친해지면 어느덧 감정을 나누는 특별한 사이가 된다. 가족이 전부였던 아이의 인간관계는 사회 속으로 들어가며 친구, 선생님, 이웃들까지 확장된다.
그중에서도 또래 관계는 사회성 발달의 기본으로 아이에게 매우 중요하다. 사회성은 상호 주고받음이 가능한 평등 관계에서 발달하기에, 수직 관계인 부모나 선생님보다 또래 친구와의 관계가 훨씬 더 중요하다. 아이들은 친구와 우정과 배려, 사랑, 갈등, 싸움, 화해 등 행동과 감정들을 주고받으며 사회성을 발달시킨다.
인간으로서 사회의 일원이라는 개념이 만들어지고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공인된 언어나 사고, 감정이나 행동 등을 학습하며 타인과 건전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성향이 사회성이다. 사회성이 발달하면 자신의 말이나 행위가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생각하고 조절할 수 있다.
사회성이 발달하면 타인과 소통하고 즐거움을 나누는 것과 친구를 사귀고 사회적 활동을 즐길 수 있다. 반면 사회성이 결여되면 사회의 일원으로서의 개념이 잘 만들어지지 않아 나만 생각하는 사람이 되기 쉽다. 타인과 소통하고 어울리는 걸 힘들어하거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걸 어려워할 수 있다.
친구와 놀기, 아이에겐 소중한 시간
대개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즈음 부모는 아이의 공부보다 친구 관계를 더 걱정한다. 아이가 친구를 사귀지 못하거나 어울리지 못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다. 그런데 아이가 성장할수록 부모의 걱정은 반대로 바뀐다. 아이가 너무 친구만 신경 써서 공부에 방해가 될까 봐 걱정이라고 한다.
부모의 걱정도 당연하지만, 친구만 찾는 아이의 행동도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아이의 뇌는 끊임없이 발달하는데, 정서와 동기를 담당하는 '변연계'는 10~12세 무렵 거의 성숙해진다. 반면 감정을 통제하고 이성적인 사고를 하는 '전전두엽'은 20세가 되어서야 성숙해진다. 이 둘의 성숙 속도에 따른 혼란으로 힘들어하는 시기가 바로 청소년기다.
변연계는 감정을 담당하는 곳으로, 이곳을 이루는 주된 구조물인 '편도체'는 즉각적인 만족과 보상을 추구한다. 전전두엽은 추상적이고 종합적인 사고를 가능케 하고, 감정이나 행동을 통제하며, 타인의 입장을 고려하는 사회적 행동이나 감정, 언어들을 조율할 수 있도록 하는 부분이다.
이 시기의 아이는 이전까지 '나'라는 개인을 사회에 속한 '나'로 인식하면서 타인의 시선이나 친구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는 경향이 생기기 때문에 당연히 또래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또한 자신을 조절하고 타인과의 공감을 훈련하는 게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바로 사회성이 발달하는 것이다.
영화 <종착역>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대사는 "아, 진짜?"다.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누군가 말이 끝나면 무조건 "아, 진짜?" 하며 반응한다. 이 짧은 추임새는 타인의 말을 듣고 공감하는 표현이다.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사고가 확장되는 것이다. 공감도 하고 나와 다른 생각도 이해한다.
세상의 끝이 대체 어디인가,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정하고자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서로 의견을 들으며 대화를 이어나간다. 타인과의 대화를 통해 행동과 감정을 조절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가 친구 관계에 너무 신경 쓰기보다 공부에 집중해주길 바라지만, 친구 문제는 학업 성취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감정을 담당하는 변연계는 거의 성숙했으나 계획하고 조절하는 이성적인 일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은 아직 미성숙 상태이니, 친구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면 학업에 집중하기 어렵다. 부모에겐 공부할 시간에 친구를 만나 노는 게 시간 낭비 같거나 쓸모없는 일처럼 느껴질 수 있겠지만, 아이들에겐 너무나도 중요한 시간인 것이다.
특히 초등학교 시절은 친구 관계가 더욱 단단해지는 시기로, 균형 있는 발달을 위해선 친구들과 노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사회성 발달은 아이들과 함께 놀며 다져지므로 부모가 해 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러니 오히려 아이의 친구 관계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 인간관계의 기초가 만들어지는 시기이니 말이다.
안정적인 애착과 불안정한 애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