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 <내 귀가 되어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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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귀가 되어줘>
감독: 장동윤
출연: 장동윤, 김승윤, 이은주
남자(장동윤 분)는 헤어진 여자친구 승윤(김승윤 분)의 연락을 받고 모텔로 향한다. 그곳에 홀로 남겨져 있는 아이 하나. 남자는 아무 말 없이 그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와 자신의 아들처럼 키우기 시작한다. 함께 살고 있는 부모의 도움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아이를 홀로 키우는 일은 쉽지 않다. 아이에게 엄마의 품을 줄 수 없는 것도 그렇지만 사실 남자는 청각장애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남자는 직장 동료들이 '승윤'을 동네에서 목격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가까운 곳에 지내면서도 연락 한번 하지 않던 전 여자친구이자 아이의 엄마. 남자는 아기와 함께 그녀를 찾아가기로 마음먹는다.
영화 <내 귀가 되어줘>는 모든 결정의 바탕이 타인을 향해 있는 한 사람의 마음이 담겨있는 작품이다. 부모에게 자식의 존재를 '타인'이라고 부르는 것이 다소 건조한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라는 의미로 보자면 틀린 말도 아니다. 특히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남자와 아이의 관계의 경우에는 영화의 중반부 이후에 등장하는 승윤의 고백으로 인해 전통적인 의미의 부자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조금 더 적합한 면이 있다. 홀로 남겨져 있던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향하는 순간에서부터, 자신을 떠난 여자를 굳이 찾아가기까지, 또한 이기적이고 잔혹하기까지 한 현실 앞에서 남자가 내리게 되는 모든 결정이 어디를 향해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 이 영화가 만들어진 이유인 것처럼 느껴진다. 특별한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아이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모두를 내놓을 준비가 된 모든 부모의 마음.
남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선택을 포기하거나 비틀지 않는 종류의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영화가 선택하는 장치는 승윤의 비겁하고 이기적인 태도다. 오랜만에 만난 그녀는 자신이 그를 좋아하고 사랑하기는 했지만 아직 나이가 어렸다는 이유를 핑계로 조금 더 안정적인 남자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청각 장애를 앓고 있는 남자와 달리 자신은 청인(소리를 들을 수 있는 비장애인)이라는 사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가 중국집 주방에서 어렵게 일하고 있다는 것을 외면한 채로. 그러니까 이 영화에서 제시하는 승윤은 성(姓)을 대표하는 인물이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동안에 벌어질 수 있는 여러 장애물의 총체와도 같다고 볼 수 있다.
영화의 중심에 서 있는 남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책임감을 다해 아이를 키우고자 하는 마음과 태도에 도전하는 외부적 압력이며, 자신의 선택과 이 위력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하도록 만드는 장치가 된다. 이후 이어지는 아이의 친부에 대한 고백과 아이를 다시 돌려받겠다는 여자의 일방적인 선언마저도 모두 같은 맥락 위에 있다. 감정적인 부분은 차치하고, 남자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일까? 무엇이 자신을 위한 것이고, 또 무엇이 아이를 위한 것일까. 하나의 상황으로 연출된 극이기에 이 선택은 단순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선택을 하고, 또 어떤 선택은 타인에게 책임질 수 없을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친다.
"아빠는 엄마 말이 진짜인 줄 알았어. 아빠는 이준이 엄마랑 결혼해서 가족하고 싶었거든. 아빠 얼굴이 잘 생겼잖아? 그래서 착각했나 봐. 아빠는 이준이 아빠 아들 아닌 거 알고 있었어. 아빠가 이준이 보니까 데려와서 가족이 되고 싶었어. 내 잘못이야. 용서해 줄래? 아빠는 우리 아들이 희망이야. 아빠가 이준이 많이 많이 사랑해."
영화의 마지막 장면. 남자를 부르는 여자의 목소리 뒤로 아빠를 부르는 한 아이의 목소리가 함께 들린다. 얼마 정도의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나게 된 걸까? 잠깐이지만 아들이라 생각하고 기른 아이를 다시 보내고 지내온 시간을 그는 어떤 마음으로 보냈을까. 승윤으로부터 아이가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는 고백을 처음 듣던 순간에 품에 안고 있던 보자기를 꼭 움켜쥐던 남자의 모습이 다시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