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습격사건>과 <신라의 달밤>, <광복절특사> 등을 연출한 김상진 감독은 감독 데뷔 전, 강우석 감독 밑에서 각본가와 조연출로 활동했던 경력이 있다. 따라서 김상진 감독의 영화에는 '사수'인 강우석 감독의 색깔이 느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자신만의 독창적인 색깔이 부족하다고 비판하는 관객들도 있지만 김상진 감독은 사수의 장점을 잘 흡수해 자신만의 스타일로 표현하는 대표적인 감독으로 꼽힌다.
오는 26일 신작 <밀수> 개봉을 앞두고 있는 류승완 감독은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영화들을 섭렵하다가 감독으로 데뷔한 '성공한 영화덕후'다. 류승완 감독 역시 2000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데뷔하기 전 박찬욱 감독의 < 3인조 >와 곽경택 감독의 <닥터K>에서 연출부로 일하며 현장경험을 쌓았다. 하지만 류승완 감독이 연출한 영화들에선 박찬욱 감독이나 곽경택 감독의 색깔은 거의 찾을 수 없다.
충무로에서는 선배감독 밑에서 스태프로 일하면서 경험을 쌓다가 자신의 영화를 만들며 데뷔하는 것이 감독이 되는 정석 코스 중 하나다. 2017년 <택시운전사>를 연출하며 천만 감독이 된 장훈 감독 역시 고 김기덕 감독의 조감독 출신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장훈 감독이 김기덕 감독에게서 독립해 만든 첫 번째 영화 <의형제>를 보면 그가 얼마나 자신만의 독창적인 색깔을 가진 감독인지 금방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