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야수, 특히 '키스톤 콤비'에 위치하는 2루수와 유격수는 수비 플레이 하나로 경기를 지배한다는 표현을 종종 듣기도 한다. 타석에서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한 날에 진기명기급 호수비로 실점을 막아 승리에 보탬이 될 수 있다. 반대로 타석에서 활발한 모습을 보인 날, 결정적인 실책을 저질러 패배의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삼성 라이온즈 2루수인 김지찬에겐 28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가 그랬다. 9번타자 겸 2루수로 선발 출장한 김지찬은 1회말 첫 수비부터 흔들렸다. 상대 고승민의 2루수 땅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포구된 공을 바로 뽑지 못하면서 출루를 허용하는 실책을 저지르고 말았다. 해당 주자는 결국 홈을 밟아 삼성 선발투수 수아레즈의 비자책점이 추가됐다.

문제는 이것이 맛보기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김지찬의 실책으로 1점을 내주긴 했지만 삼성 타선은 롯데 선발 이인복을 초반부터 공략하며 5-1까지 앞서 나갔다. 수아레즈가 다소 불안했지만 점수차만 유지한다면 승리를 거둘 가능성이 높은 경기였다. 하지만 4점차로 앞선 4회말, 김지찬의 연속 실책이 터졌다.

김지찬은 4회말 1사 후 유강남의 땅볼 타구를 포구하지 못하며 실책으로 출루를 허용했다. 경기 초반 실책이 연달아 나오며 마음이 조급해진 탓일까? 김지찬은 후속타자 박승욱의 2루수 땅볼을 잘 포구했지만 1루 송구가 빠지면서 3번째 실책을 저질렀고 이닝이 종료되야 하는 상황이 1사 2-3루가 되고 말았다. 이후 수아레즈는 3연타를 허용하며 무너져 5-5 동점이 됐고 김지찬은 결국 4회말 수비 도중 교체됐다.
   
사실 이후 삼성 타선은 7회초 김동엽의 1점 홈런을 제외하면 침묵했고 수아레즈 이후 올라오는 불펜 투수들도 추가 실점을 허용했기 때문에 패배의 이유를 김지찬의 책임으로만 돌리기엔 무리가 있다. 하지만 4점차로 앞서가던 경기에서 김지찬의 연속 실책이 동점의 빌미가 된 것은 사실이다.

김지찬은 27일 롯데와의 경기에서도 9회말 3-2로 앞선 1사 1,3루 상황에서 병살 플레이를 진행 중 1루로 강한 송구를 뿌리지 못해 결국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당시 이 수비는 실책으로 기록되진 않았지만 팀이 하락세에 빠진 6월 이후 김지찬의 수비는 지켜 보는 이들마저 조마조마할 정도다.
 
KBO리그 최단신 선수임에도 9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까지 발탁된 김지찬은 올시즌 타율 0.290 출루율 0.398로 삼성 타선에서 뺄 수 없는 존재다. 2020년 프로 입단 후 매시즌 타격에서 꾸준히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뛰어난 컨택과 빠른 발을 활용해 팀 타선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하지만 매시즌 수비 불안에 대한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28일 경기를 중계하던 이순철 해설위원은 이날 김지찬이 실책을 거듭하자 "빨리 바꿔야 한다. 그대로 두면 트라우마가 남는다. 입스(YIPS·불안한 상태에서 근육이 경직되는 현상)에 걸릴 수도 있다"며 김지찬의 상태를 걱정했다.

시즌 중반 최하위로 추락한 삼성이 하락세를 멈추기 위해서는 수비를 탄탄히 하는 것이 우선 조건이다. 김지찬의 활발한 출루도 중요하지만 내야 수비에서 어이없는 실수가 이어진다면 경기를 내주기 십상이다. 29일 1군에서 말소되며 2군에서 정비 기간을 가지게 된 김지찬이 실책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고 공수를 겸비한 완전체 2루수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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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KBReport.com), KBO기록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