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을 상대로 소비되는 소설과 영화, 오늘의 방식으로 뭉뚱그려 '콘텐츠' 시장이 열린 이래로 탐정물은 꾸준한 인기를 구가해왔다. 결말을 알 수 없어 생겨나는 호기심과 범죄에서 비롯되는 긴장감, 그릇된 것을 마침내 바로잡는 정의로움이 대중의 요구를 그대로 충족시키기 때문이다.
 
아가사 크리스티와 코난 도일 등으로 대표되는 추리 및 탐정물의 거장이 마침내 출현하였고, 세계 곳곳에서 저마다의 문화적 특색을 살린 비슷한 작품 또한 꾸준히 발표되어왔다. 탐정물의 특성상 매력적인 주인공을 작품을 건너가며 계속 등장시키기 수월하다는 점에서 한 편에 그치지 않고 시리즈로 거듭되는 작품 또한 여럿 나왔다.

여기에 영상콘텐츠의 시대가 도래하며 각 나라에선 저마다의 탐정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까지 제작되기에 이르니 바야흐로 새 시대의 탐정이 등장하기에 딱 좋은 시대가 오늘이 아닌가 한다.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포스터

▲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포스터 ⓒ ㈜쇼박스

 
오래 기다려 만난 한국형 탐정물
 
그러나 유독 한국에선 오랫동안 독자적인 탐정물을 갖지 못해 이를 기다리는 이들의 애를 태웠다. 그 오랜 기다림은 지난 2011년에야 멈추니, 작품성과 상업성을 모두 잡은 <조선명탐정> 시리즈 첫 편이 마침내 제작돼 개봉하기에 이른 것이다. 영화는 기대처럼 성공을 거뒀고 이후 속편이 줄줄이 제작되며 한국 탐정영화의 역사를 새로 쓰게 되었다.
 
상업적 성공을 염두에 둔 영화는 선명한 장르적 특성을 내보인다. 특히 한국에서 가장 보편적인 호응을 받는 코미디적 성격을 탐정물 가운데 섞어내어 대중적 입맛에 맞췄다는 평을 받았다.

이야기는 조선 정조(남성진 분)시대, 주인공은 왕으로부터 각별한 신뢰를 받는 신하로써 탐정이란 관직을 받은 인물(김명민 분)이다. 찾을 탐(探)에, 바를 정(正)을 딴 탐정이란 관직은 역사적 사실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이지만, 이처럼 대놓고 상상을 펼치는 설정이 작품에 큰 자유도를 허락한다.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스틸컷

▲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스틸컷 ⓒ ㈜쇼박스

 
탄탄한 구성, 타율 높은 유머
 
탐정물이 늘 그러하듯, 영화는 감춰진 문제를 추적하는 주인공의 도전을 뒤따른다. 여기서 모험이란 어명을 받아 범죄를 수사하는 탐정이 제 앞을 가로막는 위협을 헤쳐 나가는 일이라 하겠다.

그중에서도 첫 편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은 공물에 손을 대는 이들을 색출하여 처단하는 이야기가 되겠다. 수사를 시작한 직후부터 자객의 습격을 받고, 용의자는 줄줄이 죽어나가는 가운데 탐정은 조금씩 범죄의 줄기에 다가서게 된다.
 
가톨릭 박해며 신분제의 모순, 현실적 제약 가운데서도 어떻게든 정의를 세워나가려는 이들의 분투와 같은 작은 이야기 또한 영화 곳곳에서 제 역할을 소화한다. 보는 이를 지루하지 않게 하는 유쾌한 상황 역시 꽤나 타율 높게 터지고 있어 영화가 거둔 성공이 그저 우연은 아니었음을 알도록 한다.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스틸컷

▲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스틸컷 ⓒ ㈜쇼박스

 
온전히 새롭지는 않을지라도
 
<조선명탐정> 시리즈는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그 첫째는 기존에 자리 잡지 못한 장르가 쉽게 흥행하지 못하는 현실 가운데 탐정물을 시리즈로 있게 한 기념비적 작품이라는 점이다. 다음은 TV드라마에선 성공한 배우였으나 영화판에선 거듭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김명민에게 흥행에서의 드문 성공을 맛보게 했다는 점에 있다.
 
여기에 더해 김명민이 연기한 탐정과 그를 보좌하는 개장수(오달수 분)의 합 역시도 적절하여, 한국판 셜록과 왓슨 콤비를 보는 듯 편안하며 유쾌하게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
 
영화는 모든 작품이 온전히 새로울 필요가 없음을 내보이기도 한다. 어떤 영화는 이제껏 없던 영역으로 나아가 내용과 형식에서 새로움을 모색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이와 같이 검증된 방식을 이어받아 완성도를 높인 이야기를 내어놓는 것만으로 충분하기도 한 것이다. 누군가는 이러한 이야기로부터 감동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 속에서 그저 베껴내는 수준을 넘어 자기만의 색채까지 더한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인데, 이 시리즈는 꼭 그러한 작품이 되지 않았나 싶다.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스틸컷

▲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스틸컷 ⓒ ㈜쇼박스

 
덧붙이는 글 김성호 평론가의 얼룩소(https://alook.so/users/LZt0JM)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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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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