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집값 상승은 이어졌다. 그래서 2030세대는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집 장만을 하기 위해 '영끌'까지 했다. 그러나 세계적 인플레이션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올렸고 한국은행도 미국 금리에 맞춰 올렸다. 따라서 영혼까지 끌어다 투자한 2030대는 대출이자 갚는 데 허덕이고 지난 연말 거래는 절벽이었다. 지금은 어떨까?

지난 17일 KBS 1TV <시사 직격>에서 '집값 하락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폭락이와 폭등이' 편이 방송되었다. 유주택자와 무주택자의 이야기로 시작한 이날 방송에서는 지금 집값 상황과 함께 정부가 발표한 1·3 대책에 대해서도 짚어보았다. 취재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 '집값 하락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폭락이와 폭등이' 편을 연출한 박영미 PD를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만났다. 다음은 박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지방도 전셋값 폭락과 역전세난 심각"
 
 <시사 직격>의 한 장면

<시사 직격>의 한 장면 ⓒ KBS

 
- 지난 17일 방송된 KBS 1TV <시사 직격> '집값 하락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폭락이와 폭등이' 편 연출하셨는데 방송 마친 소회가 어떠세요?
"일단 후련함이 큰 것 같습니다. 저희가 1월부터 3월까지 3개월 동안 부동산 시장을 가까이서 취재하며 지켜봐 왔는데 그 3개월 동안 부동산 거래량이 살짝 반등세가 보였고 가격도 강남 3구를 위주로 다시 올라간다는 뉴스가 나왔었어요. 사실 저희가 처음에 부동산 아이템 잡을 땐 부동산값 폭락 시장 정점이었기 때문에 부동산 폭락장에서 나타나는 힘든 상황들을 보여준다는 메시지가 확고했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하락장의 풍경만 담는다면 변화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의 시의성을 다 담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기존의 구성 방향에서 변화하는 시장의 모습까지 다 담으려 하니 중심 메시지를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 갈피를 못 잡았었어요. 고민 끝에 부동산 하락기에 고통받고 있는 분들과 이 시기에 대해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하며 반등을 기대하는 분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고자 했습니다. 또 저희가 만나는 모든 분이 집값 떨어졌다는 얘기는 하기 싫어하셔서 섭외도 난항이었고요. 때문에 이번 방송, 잘 마무리할 수 있을지 막연한 불안함이 있었는데 가감 없이 보여드릴 수 있게 돼서 그 어떤 편보다 감회가 남다르고 후련합니다."

- 집값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취재하게 되셨어요?
"일단 시사 프로그램은 연초에 항상 하는 아이템들이 있잖아요. 경제 아이템과 부동산 아이템 등이 대표적이에요. 지난해에도 <시사 직격>에서 부동산 관련된 아이템을 했고요. 거기에다 이번에는 역대급 부동산 폭락장과 거래 절벽으로 힘든 상황에 부닥친 분들이 많기에 지금 부동산 아이템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습니다."

- PD님은 부동산에 관심이 있나요?
"저는 내 집 마련을 꿈꾸는 무주택 청년이거든요. 사실 저도 폭락이의 입장에서 부동산 시세는 계속 관심 있게 봐왔었죠. 근데 이 폭락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전세가와 집값은 무슨 관련이 있는지, 미분양과 집값의 관계는 어떤지, 부동산 경매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등의 건 사실 자세히 몰랐었어요."

- 처음에 취재는 뭐부터 하셨어요?
"일단 전국의 집값 동향을 먼저 살펴보고 취재 시작했던 1월 당시에는 급매매 급전세가 엄청 많았던 시기였어요. 제작진은 전국 부동산을 다녀봤고 유명 부동산 카페, 부동산 관련된 오픈 채팅방 등에서 하락장에 고통받고 계시는 분들을 먼저 찾아봤던 것 같아요."

- 1월엔 거래절벽 아니었나요?
"맞아요. 거래 절벽이었습니다. 그 이유가 당시 전세가가 급락하면서 집값이 떨어지고, 집주인들은 역전세와 집값 폭락의 위험에 급매물을 내놓는 상황이었어요. 이렇게 매물은 쏟아지는데 막상 집 살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더 싸게 사고 싶지만 집주인은 되도록 비싸게 팔고 싶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서로 눈치 싸움, 줄다리기가 계속 이어져서 거래 절벽이 왔었던 거죠."

- 이번에 MC가 스튜디오에서 안 하고 야외에서 진행했는데 왜 그렇게 했나요?
"일단 이전에 부동산을 다뤘던 <시사 직격> 편들은 다 스튜디오에서 했었는데 저희 스튜디오가 어둡고 현장감이 떨어지잖아요. 근데 이번에 저희 VCR 들이나 1.3 대책의 주인공인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를 짚어주는 파트가 있었어요. 그리고 우리가 사는 집에 대한 이야기니까, 스튜디오보다는 '집'이라는 공간에서 MC가 브릿지를 한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집을 가진 장효근씨와 무주택자인 김상우(가명)씨 이야기로 시작하셨잖아요. 둘을 같이 배치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일단 저희 회차 제목이 '부동산 하락장을 맞는 우리의 자세 -폭락이와 폭등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는데 그 두 분이 딱 맞아떨어지는 캐릭터를 가지고 있으셨어요. 두 분 다 내 집 마련에 대한 꿈을 가진 청년이었고요. 그중 한 분은 2년 전에 집값이 폭등했을 때 집을 샀었던 영끌러셨어요. 그러니까 '폭등'을 더 바라겠죠. 그래서 '폭등이' 캐릭터로 했고요. 또 다른 한 분은 폭등기에 집을 사지 않았고 '지금도 더 떨어져야 된다. 지금도 내 집 마련하기 너무 힘들다'며 폭락을 바라는 '폭락이'가 있었어요. 그 제목 회차와 저희의 콘셉트에 딱 들어가는 두 분이었기 때문에 저희가 구성상 제일 앞에, 같이 배치를 같이했었던 것 같습니다."

- 두 명 다 좋은 날이 오기를 바라는데 좋은 날의 의미가 다른 것 같던데.
"맞아요. 둘 다 좋은 날을 바라는데 유주택자인 한 분은 집값이 오르는 좋은 날을 바라고 있고 무주택자분은 내리는 좋은 날을 바라고 있죠. 비슷한 맥락에서 '집값 정상화'라는 키워드를 봤을 때 집값이 내려가는 게 정상화라는 분들도 있고 올라가는 게 정상화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었어요. 이건 전문가들도 마찬가지고 시민들도 마찬가지고요. 모든 분한테 좋은 날이 올 수는 없겠죠. 근데 취재하면서 느꼈던 게 우리들이 각자 바라는 그 좋은 날의 접점은, 집값의 등락이 예측불가능할 정도로 왔다 갔다 하는 게 아니라, 최소한 우리가 예측이 가능한 수준으로 집값이 유지됐으면 좋겠다는 거로 생각합니다."

"부동산 시장, 아직 눈치 싸움 중"
 
 박영미 PD

박영미 PD ⓒ 이영광

 
- 지금 전체적인 부동산 상황은 어떤가요?
"지금 저희 취재의 마지막 상황을 봤을 때 아직 눈치 싸움 중인 것 같아요. 다만 예전에 나왔던 급매매나 급전세 매물은 많이 사라졌어요. 이게 급매매 물건부터 해소되다 보니까 거래량도 소폭 회복되고 있는 상황이죠. 근데 급매매가 사라져도 실수요자들은 조금이라도 더 떨어진 가격을 기대하고 계시기 때문에 여전히 거래 절벽은 계속되고 있었어요. 또 지금 금리가 아직 높은 이 상황에서는 사람들이 빚을 내서 집을 마련하기가 좀 힘든 상황이다 보니까 지금은 아직 부동산 반등이 왔다는 주장을 하긴 힘든 상황으로 보여집니다."

- 집거지라는 말이 있나 봅니다?
"맞아요. 쉽게 말하면 '집만 있는 거지'를 뜻하는데 하우스 푸어라고도 해요. 이게 2020년에서 폭등기에 집을 산 분들이 내 집 마련을 위해 전 재산과 영혼을 끌어모아서 투자한 결과죠. 정말 '의식주 중에서 주에만 몰방하신 분들'이죠.

근데 이거와 반대로 당시에는 '벼락 거지'라는 말도 있었거든요. 집 없이 전세로 옮겨 다니시는데 전세가가 올라가니까 이사할 곳 찾을 수 없어 힘든 처지에 놓인 분들이죠. '집거지', '벼락 거지'라는 얘기를 저희가 취재하면서 많이 들었는데요. 이게 어떻게 보면 집으로 계급을 나누고 서로의 처지를 비하하는 말이잖아요. 그래서 저희도 되게 씁쓸하고 안타까웠던 기억이 납니다."

- 강지훈씨 같은 경우 광주광역시잖아요. 지방도 집값 문제가 있나요?
"진짜 그렇더라고요. 사실 저희한테 제보 오셨던 많은 분은 다양한 곳이 있었어요. 근데 중간에 해결되신 분들도 물론 있었지만, 지방도 전셋값 폭락과 역전세난이 정말 심각했어요. 이분은 역전세난에 세입자에게 역월세를 제한하신 분이거든요. '전세대출 이자를 월에 50만 원씩 드리겠다. 조금 더 살아달라'고요. 그런 분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 그러나 지방은 미분양이 심각하다고 하던데 미분양이 많은데 왜 집값 문제가 있나요?
"취재하면서 저희가 느꼈던 게 지방이든 수도권이든 미분양 난 아파트들의 공통점은 일단 입지와 실수요자분들의 집값이 구매할 수 있는 능력 대비해서 분양가가 되게 높게 책정이 되어 있는 곳이더라고요. 그러다 보니까 현장에서 듣는 실수요자분들의 얘기는 '분양가가 너무 높다. 우리가 집을 살 땐 대부분 대출받아 사야 되는데 지금 금리가 너무 높으니 이 분양가에서는 살 수가 없다'고 하셨어요. 한마디로 메리트가 없다는 거죠. 지방에는 특히나 투자자나 실수요자분들의 자금이 몰리지 않으니까 미분양이 높아지는 거죠."

- 지금 집값은 더 하락할 거라는 전망이 많은가 본데 한 전문가는 지금이 기회라고 하던데 좀 더 하락하면 집 사는 게 낫지 않나요?
"사실 저는 동의합니다. 그런데 사실 집값에 대한 언제 집을 사야 하냐는 거에 대한 전문가분들의 의견은 다 달랐어요. 어떤 분은 '지금 떨어졌을 때 사야 한다. 지금이 적기다'라는 분도 있고 '2, 3년 뒤에 하락의 정점을 찍는 시기가 온다. 그러니 기다렸다가 2, 3년 뒤에 사라'는 전문가분들도 있으셨거든요. 사실 자본금이 부족한 무주택 청년인 제 입장에서는 당연히 조금 더 기다려야 할 필요가 있다라는 데에 적극 동의합니다."

- 경매 공부하는 스터디도 있나 봐요?
"맞아요. 경매 임장(실제로 내가 사고 싶은 물건이 있는 곳을 다녀보는 것)을 다니시면서 스터디를 하시는 분들도 있고 방송에는 안 나왔지만, 경매 학원을 촬영하기도 했거든요. 젊은 분들이 정말 많아요. 그런 분들이 실제로 경매로 하면 분양가나 지금 시세보다 훨씬 싸게 구매를 할 수 있으니까 메리트를 느끼고 공부하고 있으신 것 같았어요."

- 학원이란 게 진짜 우리가 말하는 학원인가요?
"에듀윌 같은 큰 학원도 경매 강의를 열어서 하고 계시더라고요. 그리고 방송에 나왔던 분은 유튜버이신데 경매 스터디를 유튜브로 방송 내보내시고 실제로 수강생분들과 같이 임장을 다니시기도 하시고요."

- 경매 강의 분위기는 어때요?
"분위기는 완전 뜨거웠었던 것 같아요. 젊은 분들이 되게 많았다고 했잖아요. 진짜 질문을 엄청 하시고 '여기에 지금 거래 절벽이니까 내가 만약에 여기 경매를 당첨되었는데 전세난 일어나면 어떡하냐' 이런 질문도 많이 하시고 실제로 매물을 가지고 와서 '선생님 여기 괜찮나요'라고 질문을 적극적으로 하시는 분들도 많고 되게 열기가 뜨거웠죠."

- 1.3 정책의 효과가 있나요?
"악성 미분양이라고 해서 그냥 미분양이 아니라 이미 건설을 다 했는데 미분양이 난 방송에 나온 강북구 아파트를 악성 미분양이라고 하는데요. 악성 미분양이 계속 나면 거기에 투자한 건설사 시공사가 투자금을 회수를 못 하니까 파산할 수밖에 없잖아요. 이걸 막는 데에는 1·3 대책이 유효한 효과를 냈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이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 살리기'라는 별명을 얻었을 정도로 수도권 아파트들의 미분양을 막기 위한 정책이었기 때문에 지방에 있는 미분양 아파트라든가 아니면 투자자가 아닌 실수요자분들을 위한 정책은 아니었다는 비판도 같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저도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청년 중에 한 사람으로서 지금 집값이 너무 많이 올라갔었기 때문에 거품이 살짝 꺼졌을 뿐이지 더 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아직 집은 사는 공간이라기보다는 사는 물건, 투자하는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무튼 언제 내 집 마련을 해야 하느냐에 대한 처음 질문에는, 내가 실거주할 집 큰 무리 없이 구매할 수 있는 때가 왔다면 그때가 내 집 마련의 적기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 취재할 때 어려운 점은 뭐였어요?
"제일 이번에 어려웠던 건 모든 분이 집값 떨어졌다는 얘기를 하기 싫어하는 거죠. 왜냐하면 저희는 시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니까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야 되는데 부동산 분들도 특히 그렇고 사례자분들도 그렇고 집값 내려갔다고 얘기하기 싫어하시더라고요. 아직 우리 한국에서는 부동산이 주거용이기도 하지만 투자용이기 때문에 그냥 당사자가 인터뷰하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더라고요. '내가 살고 있는 이 아파트가 나오게 되면 집값이 떨어질 테니까 주민들이 나한테 뭐라고 할 거다'라는 식으로 거절하신 분도 많았고 남편분이 '무슨 부동산 투자했다가 망한 게 자랑이라고 방송 나가서 인터뷰하느냐'라고 거절하시는 분들도 있었고요."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아직 우리나라 집값이 무주택 청년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높은 것 같아요. 저희 방송에는 언제 집을 사야 하는지, 앞으로 집값이 어떻게 될지까지는 다루지 못해 아쉽지만 그래도 다음에 만약 이런 부동산 특집을 또 하게 된다고 하면 그때는 '집값이, 청년들이 부담 없이 내 집 마련을 할 만한 그런 세상이 왔습니다'라는 기분 좋은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박영미 시사직격 집값 폭등이 폭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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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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