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 파트2 한 장면.
넷플릭스
미혼모의 딸로 태어나 가난하기 짝이 없는 생활을 영위하던 여고생 문동은(송혜교 분), 어느새 일진의 먹잇감이 되어 있다. 금수저 박연진(임지연 분)을 필두로 역시 금수저인 전재준(박성훈 분)과 이사라(김히어라 분) 그리고 평범한 집안의 최혜정(차주영 분)과 손명오(김건우 분) 5명이 문동은의 영혼까지 앗아간 일진을 구성하고 있다. 문동은은 자퇴하며 일진의 행태를 고발했으나, 돌아온 건 더더욱 심해진 괴롭힘과 담임의 밑도 끝도 없는 폭언 폭행 그리고 그녀를 버리고 도망쳐 버린 엄마.
죽지 못해 살아가던 문동은은 일진 5인방에게 복수하기 위해 악착같이 살아가기로 한다. 박연진의 딸이 다니는 학교 교사가 되는 게 최우선, 이후 박연진으로 하여금 '사회적 죽음'에 이르게 하기까지 나머지 4인방을 이간질시켜 가며 그녀 주위를 황폐화시키기로 다짐한다. 그녀의 복수는 치밀한 계획은 물론 다방면으로 철저한 실행이 수반되어야 했으니 돈도 많이 필요했다.
영혼까지 강탈 당한 만큼 감정을 찾아보기 힘든 문동은, 그래도 그녀가 인복은 있는지 서울주병원장 아들이자 의사 주여정(이도현 분)과 세명재단 이사장 자택 가사 도우미였던 강현남(염혜란 분) 그리고 성우방직 근무 당시 동료였던 구성회와 문동은이 살게 된 에덴빌라의 건물주 할머니와 문동은의 고교 시절 보건 교사 안정미 등이 따로 또 같이 크고 작게 멀리서 가깝게 그녀를 조력한다. 박연진의 남편이자 재평건설의 대표 하도영(정성일 분)은 문동은을 조력하진 않지만 자신만의 길을 가며 박연진, 전재준과 대립하니 지향점은 같다.
과연 문동은과 그녀의 조력자들은 권선징악을 행할 수 있을까? 그야말로 악을 처단할 수 있을까? 악을 처단하고자 스스로가 괴물의 길에 들어선 문동은은 어떻게 되었을까?
피해자의 연대, 가해자의 적대
복수 이야기는 고대 신화 때부터 계속 되어 왔기에 인류의 역사와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의 이 억울함을 내가 아니면 완전히 풀어 줄 수 있는 이가 있을 수 없으니 말이다. 유서가 깊은 만큼 다양하고 또 통용되는 결말의 양상도 존재한다.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는다든지, 복수가 끝난 후에 남는 건 허무일 뿐이라든지. 그래서 근래 와서는 복수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데 많은 공력을 할애한다.
<더 글로리>도 part 1을 통틀어 문동은의 복수에 정당성을 부여하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철저하게 빌드업을 시전한 것인데, 일진 5인방의 믿기 힘들 만큼 파렴치한 짓(그 유명한 고데기 고문 등)은 물론 담임과 엄마까지 즉 세상이 문동은을 철저하게 버렸다. 그녀는 죽음을 머금고 유예한 채 박연진 등등을 향한 복수의 일념으로 살아갈 것을 다짐한다.
문동은이라는 개별적인 존재가 철저하게 버림 받는다는 특수한 이야기가 비로소 수많은 피해자들의 보편적인 복수의 바람에 발을 맞추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엔 가지각색의 이유로 또 가지각색의 방법으로 문동은을 도와주는 조력자들이 매우 큰 몫을 차지한다. 피해자, 생존자들의 연대는 가해자들이 가지지 못하는 그들만의 강력한 무기이기 때문이다. 가해자들은 반드시 언젠가는 서로를 물고 찢을 수밖에 없다.
<더 글로리>가 권선징악의 구도로 아주 잘 그리고 철저하게 그려내고 있는 부분도 그 지점이다. 피해자들은 비록 같은 가해자가 목표가 아니더라도 연대하지만, 가해자들은 자신을 제외한 그 누구든 적으로 돌리며 적대한다. 복수의 칼끝은 그들을 향하지만 그들은 서로를 향해 칼끝을 겨누고 있다.
새로운 가족의 탄생, 사회 병리적 학교폭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