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번 칸스틸컷
싸이더스
사내는 무르만스크에서 자원을 채굴하는 회사에 인부로 채용된 참이다. 돈을 벌기 위해 일거리를 찾아 떠나는 노동자, 보통이라면 3등석을 끊을 텐데 2등석을 끊은 걸 보면 범상한 이는 아니다. 과연 그런 것이 그는 잔뜩 취하고 낯선 여자에게 적극적으로 말을 걸며 한국이라면 추행으로 고소까지 당할 일도 서슴없이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또 나쁜 이는 아니어서 화들짝 놀랐던 여자도 며칠 동안의 동행에 조금씩 마음을 열어간다.
영화는 두 사람이 조금씩 서로 사이의 선을 넘는 과정을 보여준다. <비포 선라이즈>처럼 조심스럽고 섬세한 만남도, <그날의 분위기>처럼 자신감 넘치는 도전도 아닌, 보다 투박하고 현실적이며 그래서 마음을 움직이는 관계의 시작이 그려진다. 무례하지만 진솔하고 서투르지만 마음이 가는 사내는 여러 계기로 차츰 여자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그로부터 여자에게 죽는 날까지 선명히 기억될 도움을 안기니 이 영화는 있는 그대로 온전한 한 편의 로맨스가 되고 마는 것이다.
세상의 많은 사랑은 조심스럽고 섬세한 접근으로부터 피어난다. 그러나 때로 무례하게 여겨지거나 거칠어만 보이는 시도로부터 더 나은 관계가 태어나기도 하는 것이다. 도전하지 않고 쉽게 밀어내는 이는 결코 만날 수 없는 행운이 있다는 것을 이 영화가 선명히 보여준다. 어둡고 위험해보였던 터널을 지나, 기차를 놓칠 수 있다는 불안을 건너 문을 연 창고에서 활짝 웃는 사내들이 내민 선물처럼, < 6번 칸 >은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선을 넘지 않으면 얻지 못하는 관계며 행복들이 있단 걸 증명하려 든다. 그 거침없는 도전들이 사라진 듯 보이는 오늘의 한국에서 나는 저 먼 북국의 영화를 보며 내가 몇 년 전 만났던 여행의 수많은 추억들을 떠올린다. 나는 이 영화에 동의한다.
▲6번 칸스틸컷싸이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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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