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디쉬>의 한 장면
광주MBC
- 광주 MBC에서 방송된 <레드디쉬> 4부작을 연출하셨잖아요. 방송 끝났는데 소회가 어떠세요?
"홀가분해요. 이 프로그램 제작하다 쓰러져서 입원했었거든요. 예전에는 아쉬운 게 훨씬 많이 남았었거든요.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이 부분은 좀 아쉽다 이게 먼저 보이는데 이번 <레드디쉬> 같은 경우는 끝나고 나니 너무 홀가분하더라고요."
- <레드디쉬>는 우리가 먹는 김치에 대한 이야기잖아요. 어떻게 하게 되셨어요?
"전에 제작했던 <핑크피쉬>는 홍어를 가지고 얘기하는 음식 프로그램이었잖아요. 그 다음에 제가 했던 작품이 <친애하는 나의 도시>라고 지역 3사가 공동으로 제작 했던 거였어요. 그러다 보니까 예전에 <핑크피쉬> 했던 자원들이 아깝더라고요. 그러니까 음식 다큐멘터리 했던 노하우가 회사에 쌓이게 된 건데 이게 몇 년 동안 끊기게 되죠. 당시 <핑크피쉬>로 쌓아놨던 노하우를 다시 연결해 가는 게 좋지 않겠냐는 얘기를 <핑크피쉬> 같이 했던 백재훈 PD와 했어요.
그런데 그때 당시에 같이 고민했던 백재훈 PD도 굉장히 지쳐 있는 상태였어요. 지역사는 업무량들이 굉장히 많아요. PD가 레귤러 프로그램과 캠페인을 제작하면서 특집도 나가고 이 와중에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야 되는 상황이 많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사람 몸이 너무 지치게 돼요. 그래서 백재훈 PD도 굉장히 망설였어요. 둘이 고민했던 게 이대로 우리가 안 하게 되면 우리 선에서 이게 끝나는 거니 계속 진행은 해야 되지 않겠냐는 거였고요. 그렇다면 <핑크피쉬> 잇는 음식 다큐멘터리를 다시 해보자는 거였어요.
뭘 하면 좋을지 얘기했는데 백재훈 PD가 김치를 해보자고 하더라고요. 그때도 김치에 대한 조짐은 있었는데 이렇게까지 유명해질 거라고는 상상 못 했었어요. 그냥 그런 기미만 보였죠. 또 그때 당시에, 중국에서 본인들 전통 음식이라고 김치를 홍보하기도 했던 상황이었거든요. 그래서 지금, 이 시점에 김치가 서서히 알려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제대로 된 김치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는 얘기를 한 거죠."
- 그럼, PD님은 김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셨어요?
"김치는 좋아하는데 다양한 김치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상태였어요. 그러니까 제가 아는 김치는 배추김치, 무김치 그다음에 오이소박이 정도 알고 있었죠."
- 그럼 취재하면서 김치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을까요?
"특별히 달라진 건 아니고 몰랐던 김치들에 대해 많이 알게 됐죠. 제가 알고 있었던 김치는고춧가루가 들어가고 발효해 먹는 채소요리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전국 곳곳에 있는 김치들을 찾으러 다녔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김치라고 우리가 알고 있는 게 굉장히 협소한 개념이더라고요. 훨씬 더 많은 식재료를 활용할 수 있고 채소만이 아니라 고기도 들어갈 수 있는 요리더라고요.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큰 영역이더라고요. 그런 게 되게 재미있었어요."
- 1, 2부는 조희숙 셰프가 이끌고 3부는 이원일 셰프, 4부는 정관 스님이 이끄는 거 같던데.
"<핑크피쉬> 때는 남성 셰프님들이 많이 나오셨어요. 여성 셰프들 이야기가 좀 궁금하더라고요. 특히 김치 같은 경우에는 전국을 다니다 보니 제일 좋았던 점이 김치가 되게 산업적으로는 엄청 발달했잖아요. 지금 CJ나 풀무원 등에서 김치 관련된 제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죠. 그런데 그 이면에는 지역 김치들이 계속 사라지고 있거든요. 지역 김치는 지키지 않으면 계속 없어지는 거예요. 더군다나 저희가 1, 2부 때 촬영 다니면서 종부님들을 많이 모셨어요. 왜냐하면 전통 김치 조리법을 가장 많이 보존하고 계시는 게 종갓집들이라서 갔는데 이미 오래전에 김치를 많이 그만두셨어요.
겉으로는 김치 산업이 굉장히 활성화돼 있지만, 우리 김치의 뿌리가 지역의 김치들이라면 그 근간은 굉장히 많이 흔들리고 있죠. 다양한 김치가 사라지면 결국 남는 건 공장에서 만드는 김치밖에 없구나 싶었어요. 그리고 그 이면에 버티고 있는 분들이 여성분들이더라고요. 그러다 보니까 이거는 여성 셰프님이 하셔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조희숙 셰프님은 굉장히 멋진 셰프님이시거든요. 그리고 연령대도 김치를 전수해 왔던 어머님들 연령대랑도 비슷하시기도 하고. 만나 뵈니까 너무 좋았어요.
3부에서는 주요 내용이 한중일 절임 채소들 비교도 하는 부분이죠. 아무래도 이원일 셰프님은 국제적인 감각이 좋으신 분이라 어울리겠다 싶었던 거죠. 4부 같은 경우 김치를 일종의 대안 식품으로 조명한 거예요. 김치는 불이 필요 없거든요. 한 번 저장을 시켜놓으면 오래 먹을 수도 있고 그다음에 무엇보다도 채식이 중심 되는 요리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굉장히 오래된 요리지만 육식과 같은 라이프 스타일이 기후 위기를 초래한다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 속에서 어떻게 보면 김치로 미래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고 싶어서 4부를 '오래된 미래'라는 테마로 잡았고 그러다 보니까 그 미래는 그럼 누가 얘기를 할 수 있겠냐 했더니 오히려 김치처럼 우리가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불교의 정신이랄지 동양적인 사고랄지 이런 부분들이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4부 같은 경우에도 다시 여성으로 돌아와서 정관 스님이 프리젠터가 되시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김치의 맛 가장 크게 좌우하는 건 젓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