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독립언론 뉴스타파는 <정치깡패가 된 아스팔트 유튜버>란 다큐를 업로드 했다. 이 다큐는 아스팔트 유튜버들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이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 이런 활동이 양산하는 문제점은 없는지 파헤쳤다. 

방송에서 다 하지 못한 뒷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 지난 13일 다큐 <정치깡패가 된 아스팔트 유튜버>를 연출한 박종화 PD와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큐 <정치깡패 된 아스팔트 유튜버>의 한 장면

다큐 <정치깡패 된 아스팔트 유튜버>의 한 장면 ⓒ 뉴스타파

 
다음은 박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소회가 어떠세요?
"유튜브 문제는 제가 관심 있던 분야여서 작년 9월에 취재를 시작했거든요. 준비해온 방송을 했기 때문에 홀가분한데 사실 유튜브 문제들이 많은데 방송에 못 담는 내용이 많아서 찝찝하긴 해요."

- 극우 유튜버에 대한 다큐는 어떻게 제작하게 되신 거예요?
"사실 제가 작년 8월에 '거리를 뒤덮은 혐오'라고 해서 수요 시위를 방해하는 혐오 세력들을 짧게 보도한 적이 있었어요. 수요 시위를 방해하는 혐오 세력 중에 유튜버가 진짜 많았거든요. '저 유튜버들은 뭘까' 궁금했는데 그때도 아스팔트 유튜버 집회 신고를 사랑제일교회 신도들이 대신해 주고 있는 거예요. 특이하다고 하니까 팀장님이 '유튜버들의 생태계를 한번 기획 취재해 보는 것이 어떻냐'라고 해서 유튜버 생태계 취재를 시작하게 됐죠."

- 왜 '아스팔트 유튜버'만 취재하셨어요?
"아스팔트 유튜버라는 게 집회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거거든요. 사실 집회만 하는 아스팔트도 있지만 그 집회를 방해하기 위해서 집회 신고하는 아스팔트들도 있단 말이죠.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통해서 악의적인 집회를 하며 돈 버는 행태가 저는 불법에 가깝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합법이니까 집회 신고를 하고 강남대로나 대통령실 앞에서 혐오발언을 하고 있지만, 이런 혐오 발언을 공공장소에서 내뱉는 게 불법에 가깝다고 생각되는 거죠. 그래서 아스팔트 유튜버들을 타깃으로 취재하게 된 거죠."

- 유튜버 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하셨는데.
"취재 나가면 정치인들이 유튜버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자주 봤거든요. 정치인들이 언론은 다루기 어렵고 유튜버는 자기들 입맛대로 다루기 쉬운 측면이 있어서 스피커로 활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국회 출입하는 유튜버들 문제를 원래 하고 싶었는데 그건 취재가 어려웠어요."

- 취재하면서 생각이 달라진 부분이 있나요?
"저도 처음에는 거의 아는 게 없었는데 유튜버들을 소개받아 가면서 이런 사람도 만나고 저런 사람도 만나가면서 생태계를 알게 됐죠. 그러니까 아스팔트 유튜버들이 집회를 할 때 사랑제일교회에서 물주가 되어 주는 거예요. 유튜버들이 문제가 생기면 전광훈 목사 쪽에서 변호인이나 영치금 등을 지원해 줘요. 실체가 안 보였을 때는 우리 사회가 점점 혼탁해져 간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메커니즘이 보이니까 뭐가 문제인지 아는 정도로 생각이 바뀐 게 있는 것 같아요."

- 취재는 뭐부터 했어요?
"맨 처음에는 유튜버들을 많이 만났어요. 이 사람들이 언제부터 시작했고 돈이 많이 된 이슈들이 뭐였는지를 크로스 체크 했어요.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이해하게 됐고, 그 다음에 갔던 곳이 평산마을이었죠."

- 유튜버들을 실제 만나보니까 어때요?
"말이 많다는 공통점은 있었어요. 사실 제가 만난 유튜버들이 과거에 모욕적인 발언을 안 했던 사람이냐, 그런 것도 아니거든요. 김상진씨(아트팔트 유튜버, 신자유연대 대표)와 같이 어울렸던 사람들도 있죠. 저희가 착한 사람들만 만날 수 있는 건 아니고 죄가 없는 사람들만 만나야 되는 건 아니잖아요. 대부분 자기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 나왔죠."

- 지난 1월 28일 용산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응원 집회로 다큐를 시작하셨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그건 정애주 편집 감독이 가장 첫 장면으로 썼으면 좋겠다고 강력하게 주장해서 쓰게 됐어요. 그 집회가 굉장히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생각해서 저도 만족스러웠어요. 먼저 그 집회가 대통령실에서 바로 내려다보여요. 그러니까 매주 토요일마다 그 자리에서 하는데 윤석열·김건희 부부에게 노골적으로 자신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행위라고 생각하거든요. 그 집회도 그냥 집회가 아니라 맞불 집회예요. 이것도 김상진 대표가 주최하는 건데 사실 그게 다 권력의 관심을 받기 위해 하는 거고요. 집회가 크게 열릴 때는 유튜버들이 다 올라와요. 욕도 그냥 욕이 아니라 정말 이상한 욕들을 하죠."

- 김상진씨 섭외는 어렵지 않았나요?
"안 어려웠어요. 김상진씨는 요청하면 인터뷰를 다 해주고요. 불법이 아니고 합법적으로 집회 신고를 내고 하는 거라서 인터뷰에 당당하게 응하셨겠죠. 그리고 또 자기한테 긍정적인 메시지를 계속 던져주는 정치인들이 있으니까 좀 더 당당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저희 인터뷰에 응한 이유는 권력의 눈에 띄고 싶어서라고 생각해요. 어쨌든 노출이 되는 거잖아요. 자기가 지금 윤석열 대통령 응원 집회를 하잖아요.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 부부는 자신의 행위에 부정적인 메시지를 한 번도 던진 적 없고 오히려 긍정적으로 메시지를 던져왔기 때문에 그걸 믿고 이렇게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만 같이 취재 했던 안정권씨 같은 경우는 지금 인천구치소에 있는데 인터뷰에 응해주지 않았어요."

- (방송을 보면) 신자유연대 집회신고를 사랑제일교회 신도들이 하는 것 같던데. 비용도 전광훈 목사가 지원해 준 적도 있고요. 
"신자유연대가 집회를 주최하는데 집회 신고는 위임할 수 있어요. 본인이 직접 가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이 집회 신고를 해줄 수가 있는데 그걸 사랑제일교회 신도들이 해주고 있는 거잖아요. 그 정도면 거의 한 몸 아닌가요? 관계가 없다고 보기는 어렵죠. 김상진씨 말로는 집회 3번, 9천만 원 정도 지원해줬다고 해요."

- 아스팔트 유튜버의 시작이 박근혜씨 탄핵 때라고 나와요. 아스팔트 유튜버에게 박씨 탄핵이 어떤 의미일까요?
"아스팔트는 원래 있었지만 아스팔트가 유튜버와 결합해 '아스팔트 유튜버'가 태어난 시점이 박근혜 탄핵 시기거든요. 태극기 부대 입장에서는 시작이었겠지만 돈을 좇는 아스팔트들에는 돈벌이가 꽤 됐던 장사판 정도의 의미이지 않을까 싶네요."

- 지금의 유튜브 시장이 이렇게 된 건 슈퍼챗(유튜브가 2017년 도입한 콘텐츠 구매 플랫폼, 시청자가 일정 금액을 지불해 유튜버를 후원할 수 있다-기자주) 때문이 아닐까요?
"그렇죠. 사실 슈퍼챗이 2017년 1월에 도입이 됐어요. 이건 무형의 인정 가치라고 해야 맞겠죠? 그러니까 나를 알아봐주고 사람들이 나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해주는 거잖아요. 내 존재가 인정받는 것 같고. 저희 다큐에서 김학진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님도 '이런 건 인정 중독 증상까지 간다'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인정 중독이라는 무형의 재화를 시장 논리로 이용해 돈으로 만들어내는 것 같아요."

- 유튜버 안정권씨는 신념이 아니라 돈벌이 수단으로 유튜브를 한 게 아닐까요?
"신념이 있을 수도 있겠죠. 근데 신념이라기보다 저도 안정권씨를 오랜 시간 취재하면서 (느낀건데) 이분은 분명히 세월호를 자기가 설계했다는 식으로 거짓말 해서 사람들 속였어요. 그리고 표현의 자유라는 방패막이로 폭력적인 집회를 열면서 돈을 쓸어모았거든요. 그건 분명하기 때문에 신념보다 돈을 좇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다큐를 보면, 문제 중 하나는 정치인과 아스팔트 유튜버의 결탁인 것 같아요. 단적인 예가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아스팔트 유튜버를 초청한 거죠.
"그게 우리 다큐멘터리의 가장 중요한 질문이었다고 생각해요. 다큐에 나온 두 명의 전문가들이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김내훈 평론가는 정치의 저질화가 되는 것이라고 얘기를 했고 박구용 전남대 철학과 교수는 반지성주의로 정치가 오염되는 것이라고 표현해 주셨거든요. 저는 정치가 정말 빠르게 저질화되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삼각지에서 그렇게 큰 스피커를 통해 혐오 표현이 세상에 울려 퍼질 거라고 누가 생각했겠어요. 그뿐 아니라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도 주사파와는 협치가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하잖아요. 처음에는 '어떻게 이런 말을 하지'라고 놀라워하다가 두 번, 세번 듣다보면 익숙해진단 말이죠. 그러다 보면 그런 말들을 쉽게 내뱉는 정치인들이 한두 명씩 더 생기게 될 것이고 그러면서 전체적인 저질화가 되는 것 같고요. 그리고 유튜브의 탓도 크죠. 유튜버들의 세상과 현실 사회를 구분해야 하는데, 그것을 구별하지 못하는 정치인들이 이상한 혐오 발언에 동조해가면서 저질 사회를 만들었다는 생각합니다."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제가 말씀드린 내용이긴 한데 이미 정치 저질화가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생각해 보면 진짜 과거 한 10년 전만 해도 우리가 정치에 있어서 철학적인 논쟁을 굉장히 많이 했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어떻게 이런 말을 해'라는 식의 저질적인 발언들에 놀라는 일이 더 많아졌어요. 그런 저질화의 풍토를 만들어가고 있는 몇몇 정치인과 유튜버들의 발언을 우리가 어떻게 잘 걸러낼 수 있을까 고민해야죠. 또 그런 걸 생각해볼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고, 발언도 구분해서 들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종화 아스팔트 유튜버 김상진 안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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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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