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세계적인 명문클럽 레알 마드리드 CF에는 2010년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 나스르FC)와 카림 벤제마, 가레스 베일로 이어지는 'BBC 트리오'가 존재했다. 포르투갈과 프랑스,웨일스 국적의 유럽선수 3명으로 구성된 BBC트리오는 2013-2014 시즌부터 2017-2018 시즌까지 레알 마드리드에 13개의 우승 트로피를 안기며 현재까지도 레알 마드리드 구단 역사상 '최강 쓰리톱'으로 평가 받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에 BBC 트리오가 있다면 라이벌팀 FC 바르셀로나에는 리오넬 메시와 네이마르 주니오르(이상 파리 생제르맹 FC), 그리고 루이스 수아레즈(그레미우)로 구성된 'MSN 트리오'가 있었다. MSN 트리오는 2014-2015 시즌부터 2016-2017시즌까지 단 세 시즌 동안 호흡을 맞췄지만 그 기간 동안 무려 9번의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BBC 트리오와 달리 전원 남미 출신 선수들로 구성된 것도 MSN트리오의 특징이었다.

사실 축구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호흡이 잘 맞는 사람들과 손발을 맞춰 일을 진행하면 더욱 좋은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다. 이는 영화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 80년대 홍콩 영화계에서는 중국희극학교의 선후배들이 콤비를 결성해 80년대 액션영화계를 주름 잡았다. 그 시절 홍금보와 성룡,원표로 이어지는 같은 학교 출신의 세 액션배우는 80년대 초·중반 콤비로 활동했는데 영화팬들은 이들을 '골든 트리오' 또는 '가화삼보'라고 불렸다.
 
 <프로젝트A>는 홍금보와 성룡,원표(왼쪽부터)가 처음으로 공동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프로젝트A>는 홍금보와 성룡,원표(왼쪽부터)가 처음으로 공동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 조이앤클래식

 
같은 학교 동문 출신 액션배우 3인방

홍금보와 성룡, 원표는 홍콩의 경극학교인 중국희극학교 동문으로 재학시절 각각 원룡, 원류, 원표라는 예명으로 경극작품인 '칠소복'을 함께 공연했다(<쿵푸허슬>에서 돼지촌 부부로 출연했던 원화와 원추도 당시 '칠소복' 멤버였다). 홍금보와 성룡,원표는 1976년 오우삼 감독이 연출, 성룡이 주연을 맡은 <소림문>에서 처음 함께 출연했지만 당시만 해도 세 사람 모두 지금처럼 이름이 널리 알려진 배우가 아니었다.

그러던 1978년 성룡이 <취권>의 대흥행으로 홍콩 최고의 코믹액션배우로 급부상했고, 성룡은 1983년 액션배우로 활동하던 선·후배 홍금보, 원표와 함께 코믹액션영화 <프로젝트A>를 만들었다. 골든 하베스트사가 자랑하는 3개의 보물 '가화삼보'의 전설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프로젝트A>는 국내에서도 서울에서만 39만 관객을 동원하며 크게 성공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80년대 초·중반 가화삼보의 다작행진은 계속 이어졌다. 1983년에는 홍금보가 메가폰을 잡은 <오복성>이 개봉했고 1984년에도 세 사람이 호흡을 맞춘 <쾌찬차>가 개봉했다. 홍금보는 <오복성>을 시작으로 <쾌찬차>,<칠복성>,<복성고조>,<비룡맹장>의 감독을 모두 맡으며 큰 형으로 모범(?)을 보였다. 모두 가화삼보의 개인기에 의존해 만들어진 코믹액션 영화였지만 그만큼 그 시절 가화삼보의 영화들은 관객들에게 잘 통했다.

사실 '가화삼보' 멤버 세 명이 함께 찍은 영화는 단 6편에 불과하다. 하지만 세 사람은 두 명씩 짝을 이뤄 영화를 찍기도 했다. 성룡과 홍금보는 1985년 홍금보가 연출한 <용적심>에 함께 출연했고 성룡과 원표는 1989년에 개봉했던 <성룡의 미라클>에서 호흡을 맞췄다. 5살 차이가 나는 큰 형 홍금보와 막내 원표 역시 1986년 <부귀열차>와 <동방독응>에 함께 출연해 호쾌한 액션연기를 선보였다.

하지만 영원한 명콤비로 남을 거 같았던 가화삼보는 80년대 후반 성룡과 홍금보의 영화에 대한 의견충돌로 인해 <비룡맹장>을 끝으로 사실상 결별했다. 하지만 홍금보는 1995년에 개봉한 <성룡의 썬더볼트>에서 무술감독, 1997년에 개봉한 <성룡의 나이스 가이>에서 연출을 맡으며 성룡과의 관계를 회복했다. 원표 역시 2006년에 개봉했던 <BB 프로젝트>에서 오랜만에 성룡과 연기호흡을 맞추며 올드팬들을 설레게 했다.

고층 시계탑에서 맨몸으로 떨어지는 날 것의 액션
 
 성룡은 <프로젝트A>에서 좁은 골목, 자전거를 활용한 독창적인 추격씬을 선보였다.

성룡은 <프로젝트A>에서 좁은 골목, 자전거를 활용한 독창적인 추격씬을 선보였다. ⓒ 조이앤클래식

 
<프로젝트A>는 1984년 홍콩 흥행 1위를 차지한 작품으로 홍콩과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크게 흥행했다. <프로젝트A>는 1970년에 창립한 홍콩의 영화사 골든 하베스트 전성기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작품이기도 하다. 그 시절 성공한 홍콩영화 대부분이 그렇듯 <프로젝트A> 역시 1987년 속편이 개봉했는데 장만옥과 관지림 등 여성배우들이 대거 보강됐음에도 전편의 주역 홍금보와 원표가 빠지면서 국내에서는 그리 좋은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성룡은 80년대 초반까지 <취권>과 <사형도수>로 대표되는 고전적인 무협영화에 전문으로 출연하던 액션배우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현대물에 가까웠던 <프로젝트A>에서 해경 마여룡 역을 맡으면서 현대물에서도 충분히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배우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성룡은 <프로젝트A> 이후 <쾌찬차>와 <폴리스 스토리> 시리즈, <용형호제> 등 다양한 시대를 배경으로 한 액션영화에 출연하며 관객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사실 홍금보는 둔해 보이는 큰 덩치 때문에 무술실력이 저평가 받는 배우 중 한 명이다. 하지만 홍금보는 70년대부터 여러 영화의 무술연출을 맡을 정도로 무술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날 뿐 아니라 80년대에는 자신이 출연했던 영화 대부분을 직접 연출한 감독이기도 하다. 홍금보는 <프로젝트A>에서 감독과 무술감독으로서의 부담을 내려놓고 오로지 배우로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며 관객들에게 많은 즐거움을 선사했다.

<프로젝트A>는 해경과 육경의 술집난투극과 귀족클럽 격투장면, 자전거 추격씬, 해적과의 결투씬 등 40년이 지난 후에 봐도 감탄을 자아낼 만한 멋진 액션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프로젝트A>를 상징하는 최고 명장면은 성룡 스턴트 액션의 진수를 볼 수 있는 시계탑 추락씬이다. 그 어떤 합성이나 대역 없이 성룡이 맨몸으로 소화한 시계탑 추락씬은 촬영 후 성룡이 머리와 허리에 심한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프로젝트A>에서는 영화 중반 해적생포에 실패하고 육경과 난투극을 벌였다는 이유로 해경이 해체되는 장면이 나온다. 물론 장르가 코믹액션인 만큼 영화 속에서 심각하게 다뤄지진 않지만 국가 안보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국가기관이 특정 권력자에 의해 해체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런닝 타임 내내 유쾌하게 즐길 수 있었던 <프로젝트A>에서 유일하게 씁쓸하게 볼 수 밖에 없었던 장면이다.

액션영화 마니아들에게 더욱 사랑 받던 원표
 
 가화삼보의 막내 원표(오른쪽)는 이소룡을 연상케 하는 빠른 몸놀림으로 액션영화 팬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

가화삼보의 막내 원표(오른쪽)는 이소룡을 연상케 하는 빠른 몸놀림으로 액션영화 팬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 ⓒ 조이앤클래식

 
8~90년대 액션영화 팬들 사이에서는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성룡이나 이연걸보다 조금은 마이너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원표가 은근히 높은 평가를 받곤 했다. 실제로 원표는 <프로젝트A>에서 화려한 발차기를 활용한 멋진 액션 연기로 덩치에 비해 몸놀림이 빠른 홍금보, 주변 지형지물을 잘 활용하는 성룡과 함께 멋진 액션의 합을 선보였다. 특히 영화 초반부 성룡과의 1대1 대결 장면을 통해 매우 수준 높은 액션연기를 선보였다.

무술에 있어서 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러운 고수들인 마여룡(성룡 분)과 탁일비(홍금보 분), 홍교관(원표 분)도 해적두목 라삼포와의 마지막 대결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한다. 결국 세 사람은 힘을 합쳐 라삼포를 상대하고 힘들게 해적두목 라삼포를 헤치우며 해적일당을 소탕했다. 해경과 육경, 그리고 얼떨결에 사건에 말려든 사기꾼이 힘을 합친 끝에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프로젝트A'를 성공으로 이끈 것이다.

홍콩 영화계를 대표하는 최고의 액션배우 3인을 고전하게 만든 해적두목 라삼포 역은 80년대 여러 액션영화에 출연했던 적위가 연기했다. 적위는 성룡과 <복성고조>,<용적심>,<칠복성>,<비룡맹장>,<성룡의 미라클> 등에 출연했고 홍금보와도 여러 작품을 함께 했다. 1985년에는 작년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 출연했던 양자경이 주연을 맡은 <예스마담>에 출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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