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노 준(전북)에 대한 홍명보 감독과 울산의 진실 공방은 끝나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은 선수에 대한 맹비난에도 불구하고 "생각이 바뀐 게 없다"며 도리어 당당한 모습을 보였고, 울산 구단은 관계자들이 총출동하여 아마노의 이적 과정에 대한 '펙트체크'를 하겠다고 나섰다. 
 
아마노는 2022시즌 울산에서 임대 선수 신분으로 활약하며 리그에서만 9골·1도움을 기록하여 울산의 17년 만의 K리그1 우승에 공헌했다. 다음 시즌도 울산과의 동행이 예상되던 아마노는 최근 돌연 라이벌팀인 전북으로 전격 이적하여 축구팬들을 놀라게 했다.
 
이에 홍 감독은 지난 11일 아마노가 울산 잔류를 약속하고 어겼다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홍명보는 "아마노는 우리와 이야기할 때는 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했지만 결국은 돈 때문에 이적했다. 거짓말을 하고 전북으로 간 것이다. 지금까지 만나본 일본 선수 중 역대 최악이다"라고 분노를 드러냈다.

아마노는 하루 뒤인 12일 전북 구단의 기자간담회에 참석하여 홍 감독의 발언에 유감을 표시했다. 아마노는 "홍명보 감독은 나를 K리그에 데려온 은사이자 우승을 함께한 전우이고 존경한다"고 예의를 지키면서도 "홍 감독이 내가 거짓말쟁이라고, 돈을 선택해 이적했다고 말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 울산은 나에 대하여 진심으로 협상을 제안한 적이 없었다. 울산은 전북에서 나에게 정식 오퍼를 하고 나서 제안을 했다"고 해명하며 차분하게 대응했다.
 
"인신공격 아니"라는 홍명보 감독
 
기자회견 하는 홍명보 감독 프로축구 울산 현대의 홍명보 감독이 16일 울산 남구 롯데시티호텔에서 진행된 2023 K리그 동계 전지 훈련 미디어 캠프에서 기자회견 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기자회견 하는 홍명보 감독 프로축구 울산 현대의 홍명보 감독이 16일 울산 남구 롯데시티호텔에서 진행된 2023 K리그 동계 전지 훈련 미디어 캠프에서 기자회견 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연합뉴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홍명보 감독과 울산 측의 후속 대응에 관심이 쏠렸다. 지난 16일 오후 울산 롯데시티호텔에서는 '2023 K리그 동계 전지훈련 미디어캠프 기자회견'이 열렸다. 여기에 홍명보 감독은 정승현, 주민규, 김영권 등과 참석했다. 아마노의 반박이 나온 이후 홍 감독이 공개석상에 처음으로 나선 자리였다. 홍 감독도 이를 의식한듯 "가급적 새 시즌에 관련된 질문을 해달라"고 말했지만, 취재진의 관심은 역시 아마노 이슈에 모아질 수밖에 없었다.
 
홍 감독은 여기서 여전히 아마노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홍 감독은 화제가 되었던 아마노를 향한 비난성 발언에 대하여 "여전히 생각은 변함이 없다"며 후회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아마노에 대하여 인신공격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문제의 원인이 아마노에게 있고, 본인은 잘못한 게 전혀 없다는 반응이었다.
 
또한 울산은 기자회견 이후 아마노 이적 협상과 관련된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해명에 나섰다. '울산이 협상에 소극적이라 전북행을 선택했다'는 아마노의 주장에 대한 반박이었다.

울산의 자료에 따르면 구단은 이미 지난해 7월부터 지속적으로 아마노와 계약연장에 대한 협상을 진행해왔고 선수와 상호합의를 완료한 상태였다는 것. 그리고 홍명보 감독도 같이 참여했기에 계약과정에 대하여 다 알고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노가 돌연 약속을 깨고 전북행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울산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했을 때, 홍 감독과 구단이 아마노에게 분노할 만한 상황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울산은 구체적인 타임라인까지 제시하며 아마노의 해명을 반박했다. 아마노가 새로운 근거를 내놓지 않는 이상 신의를 깬 것은 비판받을 만한 대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아마노가 최종적으로 전북행을 선택한 것은 규정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 울산은 아마노와 상호합의가 된 상태였다고 주장했지만, 팩트체크 어디에도 '아마노가 공식계약서에 사인을 했다'는 내용은 없다.
 
축구계에서 선수와 구단이 협상을 하다가 상황이 갑자기 바뀌는 일은 사실 비일비재하다. 계약이 99% 완료된 상황에서도 선수가 갑자기 마음이 바뀌거나, 다른 구단이 '하이재킹'을 들어와서 상황이 반전되기도 한다. 

구두로 합의를 해놓고도 이를 깼다면, 물론 도의적인 비난을 받을 소지는 있다. 하지만 도장을 최종적으로 찍기 전까지는 선택의 자유가 열려있다는 것이, 모든 협상의 룰이고 보장된 권리다. 옳고 그름을 떠나, 이런 뒷이야기를 일일이 들춰내서 문제를 삼기 시작한다면 수많은 프로 선수와 구단이 자유로울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와 관련 없는 출신 언급 비난, 인신공격 맞다

애초에 이 문제가 이렇게까지 이슈가 된 것은 홍명보 감독이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까지 해가며 아마노를 감정적으로 비난한 데서 비롯됐다. 홍 감독이 "울산은 협상에 최선을 다했지만, 아마노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전북행으로 마음을 바꿨다. "며 팩트 전달 위주로만 차분하게 대응했다면 여론은 아마 100% 홍 감독과 울산 쪽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홍 감독은 굳이 이적 문제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선수의 국적-출신을 들먹이며 비난했고, '거짓말쟁이', '역대 최악'같은 자극적이고 과장된 단어까지 동원해가며 초점을 벗어난 감정싸움으로 몰고갔다. 아마노의 이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던 팬들도 홍 감독의 선을 넘은 발언에 당황했을 정도다.
 
'인신공격'의 사전적 정의는 '신상에 관한 일을 들어서 남을 공격하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 자체와 아무 관련이 없는 대상의 외모나 성격, 출신지, 소속 등을 끌어들여 비난하는 것은 비형식적인 논리의 오류에 해당한다. 비록 출신 배경 자체를 직접 비하한 것이 아니라도 언급 자체만으로도 특정 대상을 프레임화하고 선입견을 유발할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아마노 사태를 한국 선수에 비유했을때, 국적이나 출신 지역을 들먹이며 '역대 최악'이라고 비난했다면 어떤 사태가 벌어졌을까. 홍명보의 발언은 본인이 아무리 부인한다고 해도 명백한 인신공격이자 실언이 맞다.
 
아마노는 홍명보 감독의 주장에 반박하기는 했지만 적어도 홍명보와 울산 구단 자체를 개인적으로 비난하지는 않았다. 반면 홍명보 감독은 아마노를 인격적으로 모욕한 것도 모자라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아무 상관없는 제 3자까지 끌어들이는 오류를 저질렀다. 홍 감독은 11일 KBS와의 인터뷰에서는 "제가 아는 일본인 코치들도 아마노의 행동을 자국민으로서 부끄러워할 것"이라는 근거없고 위험한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또한 16일 기자간담회에서는 인신공격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일본에 친구도 많고 존경하는 지도자도 있다. 나도 아마노에게 좋은 감독이 돼주고 싶다는 생각은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인신공격을 한 것은 아니다"이라고 답했다.

일본에 개인적으로 지인이 많다는 것과, 아마노의 국적을 들먹이며 비난한 게 인신공격이 아니라는 홍명보의 주장은 논리적 연관성이 떨어진다. 아마노를 그토록 맹비난했으면서도, 정작 스스로의 실언과 잘못에 대해서는 조금도 인정하지 않으려는 홍 감독의 대응은 아마노 문제와는 별개로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아마노는 울산과 계약기간 동안에는 자기 역할을 다했다. 떠나는 과정이 좋지 않았지만, 자신의 권리에 따라 더 좋은 조건을 찾아 남의 팀 선수가 되었을 뿐이다. 이 사태의 본질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울산 구단은 기자간담회에서 "더 이상의 감정싸움은 원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 정도에서 끝내야 한다. 자극적인 말이 늘어나는 진흙탕 싸움으로 가게 되면 서로 상처만 남고, 앞으로 구단간의 라이벌리에도 부정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홍명보 아마노준 울산현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