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에 개봉한 비고 모텐슨 주연의 영화 <그린북>은 이듬 해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휩쓸었다. 당시 경쟁작이 스파이크 리 감독의 <블랙클랜스맨>,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보헤미안 랩소디>, 브래들리 쿠퍼 감독의 <스타 이즈 본> 등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린북>의 작품상 수상은 이변에 가까웠다. 게다가 <그린북>을 연출한 감독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코미디 전문 감독으로 유명했던 피터 페럴리였다.
피터 페럴리 감독은 동생 바비 페럴리와 함께 지난 1994년 짐 캐리와 제프 다니엘스 주연의 코미디 영화 <덤 앤 더머>를 공동 연출하면서 혜성처럼 등장했던 형제 감독이다. 패럴리 형제는 예술영화 감독으로 명성을 떨치던 코엔 형제와 달리 철저하게 웃음을 쫓는 가벼운 코미디 영화를 전문으로 만들었다. 특히 카메론 디아즈 주연의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는 패럴리 형제의 장난기가 응축된 코미디 영화였다.
그렇게 할리우드의 대표 코미디 감독이었던 패럴리 형제도 2000년대부터는 처음부터 끝까지 노골적으로 웃음을 쫓는 영화보다는 코미디 속에서 풍자와 교훈, 감동이 담긴 영화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패럴리 형제가 선사한 '교훈적인 코미디'의 대표작이자 그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작품이 바로 기네스 팰트로와 잭 블랙이 주연을 맡아 북미에선 2001년, 국내에선 2002년에 개봉했던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