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틸컷유세프
넷플릭스
잘생긴 얼굴에 말도 잘 하고 운동도 잘 하는 남자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매력적이다. 자기가 매력적인 사람이란 걸 자각하고 자신의 매력을 범죄에 활용하고자 마음 먹으면, 기회를 잡기도 쉽다.
그러나 뛰어난 외모와 언변, 신체적 능력의 사람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선입견에 대해서 의심해보고 살펴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Y 주변에도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 Y를 신고하는 사람들이 제법 여럿 되었다. 그 덕분에 Y는 여러 번 체포됐고 그 결과 여러 번 감옥에 들어갔다.
집주인 괴롭히는 세입자
다음으로 다큐멘터리의 에피소드4-5는 제이미슨(J) 한 사람의 범죄행각에 관한 이야기다. J는 반려동물을 키웠으며, 훤칠한 키·똑똑한 말씨의 소유자였다. 법을 공부한 수재이기도 했다. 졸업 이후 법관이 되진 못했으나, 한때 학교 선생으로 일할 정도로 실력이 있었다(물론 금세 해고됐지만).
J는 특히 임대차법을 완전히 꿰뚫고 있었다. 미국 임대차법에 따르면, 집에 들어온 세입자가 그 주소로 공식적 우편물을 받기 시작하면 집주인은 그 세입자를 쫓아내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J는 바로 그 법을 활용, 아니 악용해서 여러 룸메이트를 괴롭혔다. 일단 룸메이트로 선정돼 어떤 주거지에 들어가게 되면 그는 그곳을 우편물 받는 주소로 등록하고, 그 다음부터 룸메이트(기존 세입자)를 집요하게 괴롭히기 시작한다.
상습 불법 거주자로서 J의 룸메이트 괴롭힘 방식은 다음과 같았다. 룸메이트의 물건들을 제맘대로 옮기고, 성별이 다른 룸메이트의 방에 제맘대로 들락거리며, 룸메이트가 자신을 해코지했다는 등의 없는 사실을 꾸며내 고소하고 법원의 접근금지명령을 받아낸다. 월세를 제때 납부하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그걸 문제삼을 경우 룸메이트를 죽기 직전까지 두들겨 팬다. 견디다 못해 룸메이트가 집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고 집을 나가면, 자기가 그 집을 차지하고는 다음 타자로 집주인을 겨냥한다.
J는 폭행치사, 살인미수 건으로 몇 차례 수감되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형이 보석금을 납부하고 그를 빼내주었다. 시일이 흐르며 J의 본색을 알게 된 사람들은 어떻게든 그를 집에서 쫓아내려 노력했으며, 필요한 경우 유치장에 집어넣었지만, 그의 형은 그를 끝까지 돌봐주었다. 그렇지만 J는 (누가 봐도 잘 도와주는) 형이 자기를 잘 도와주지 않는다고 불평하다가, 급기야 형을 살해했다. 그 때문에 1급살인범으로 체포되었는데, J는 결국 자살해 버렸다.
J를 룸메이트로 들인 사람 중 한 명으로, 훗날 J가 칼을 휘둘러 죽을 뻔한 위기를 넘겼던 한 여성은 J가 키우던 개와 자기가 키우던 개가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며 J를 룸메이트로 확정했다고 회상했다. 반려동물을 학대하지 않고 잘 돌보는 사람들은 믿을 만하다는 생각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런 생각을 선입견이라 부른다면 선입견의 범위는 꽤 광범위하다(고백컨대, 나도 그런 선입견을 갖고 있는 편이다).
그러면 충분히 조심하고 선입견을 배제하고 신중하게 결정 내리면 우리는 못된 룸메이트 범죄자들을 사전에 잘 걸러낼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작정하고 해치려는 사람을 걸러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