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의 탄생> 스틸컷
씨네소파
하나의 소리를 좇은 장인의 평생
선빈은 하나의 소리를 찾아 평생을 북을 만들었다. 그의 평생이 그 소리 하나를 좇는 과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소리가 무엇인가. 카메라 앞에 앉아 인터뷰하던 선빈이,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든 장인이 감정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왈칵 쏟게 한 기억 속 소리다. 어릴 적 북공방에서 두드린 가죽에서 울려 퍼진 소리다. 엄마를 만나고픈 그리움과 버려져 고생했던 한과 그 서글픔을 달래는 한 음이 우러나와 선빈의 마음과 마주 닿았다. 그 소리로부터 선빈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위로를 받았다고 고백한다.
불편한 다리와 멀어가는 청력에도 소리를 찾고야 말겠다는 장인의 각오가 서슬 퍼렇게 벼려져 있다. 대북에 올라 망치질 하는 장인과 투닥거리며 그의 조수노릇을 하는 아들의 손에서 대북이 탄생한다. 그 대북이 평창패럴림픽의 시작을 알린다.
영화는 마냥 즐겁지 않다. 북과 전통음악과 전통악기가 처한 버거운 현실이 영화 내내 관객을 압박한다. 평창 패럴림픽 조직위원회는 구두 약속에도 불구하고 팸플릿에 북과 임선빈 장인에 대한 문구 한 줄을 넣지 않았다. 북이 두드려지는 모습을 보고 발길을 돌리는 장인과 그 아들의 뒷모습은 도리어 씁쓸하고 황량하다.
<울림의 탄생>은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을 일으킨다. 장인이 어릴 적 들은 소리처럼 말로 잡아다 내보이기 어려운 무엇이 영화의 끝에서 남겨질 뿐이다.
영화는 이정준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로 명성을 얻은 진모영 감독의 조감독으로 다큐멘터리를 배웠다. 그에게도 다큐멘터리 카메라를 든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장인이 소리를 좇듯, 저만의 무엇을 끝없이 좇아야 할 운명을 받은 것일까. 영화는 소리를 좇는 장인과 그를 담아냄으로써 제가 좇을 것에 한 걸음 다가서려는 또 다른 누구의 이야기다. 때로는 즐겁지만 가끔은 서글프고 자주 고될 그 길을 기꺼이 걸으려는 그들에게 전할 것이 고작 작은 박수뿐이라는 게 민망할 뿐이다.
▲<울림의 탄생> 스틸컷씨네소파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