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캔디맨>의 한 장면
콜럼비아트라이스타영화(주)한국
캔디맨은 <텍사스 전기톱 학살> 시리즈의 레더 페이스, <나이트 메어> 시리즈의 프레디 크루거, <할로윈> 시리즈의 마이클 마이어스, <13일의 금요일> 시리즈의 제이슨 부히스 같은 피에 굶주린 살인마가 아니다. 백인 여성을 사랑한 흑인 남성이란 인종적 차이로 인해 잔인하게 희생당한 후 불멸의 존재가 된 캔디맨의 전설은 그가 백인 여성인 헬렌을 사랑하는 모습은 브람 스토커의 소설 <드라큘라>에 가깝다. 말하자면 공포 소설과 로맨스가 결합한 고딕 소설에 뿌리를 둔 셈이다.
현대 미국의 도시를 배경으로 한 고딕풍 내러티브 속에서 중후한 저음과 우아한 몸짓으로 노래하는 바리톤 같은 캔디맨은 매혹적이다. "나만의 <오페라의 유령>을 찾고 싶었다"는 버나드 로즈 감독의 설명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한손에 남성의 성기를 떠올리게 날카로운 갈고리를 하고 안에 벌떼를 숨긴 캔디맨의 외모도 강렬하다. 토니 토드의 멋진 연기와 근사한 음색은 캔디맨을 무서우면서 동시에 매력적인 존재로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
한편으로 캔디맨은 인종 차별, 사회적 빈곤을 은유한다. 영화 초반부에 헬렌은 카브리니 그린에 사는 사람들을 향해 "한 지역 사회 전체가 일상의 공포를 전설적 존재 탓으로 돌리고 있어"라고 말한다. 시카고의 부유하고 안전한 곳에서 살던 백인 여성 헬렌은 가난하고 치안이 불안정한 카브리니 그린에 갔다가 캔디맨으로 인해 흑인이 겪는 불안과 부당함을 경험하게 된다. 앤 마리의 "모두 두려워해요. (캔디맨이) 이 벽을 뚫고 들어올 수도 있잖아요"란 대사는 무척 상징적이다. '캔디맨' 자리에 '범죄 조직'이나 '백인 경찰'을 대신 집어넣어면 현실과 들어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