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를 연출한 허진호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어쩌면 허진호 감독의 욕심이었을 것이다. 한국영화 부흥기를 이끈 배우 최민식과 한석규를 한 작품에 다시 풀어놓는 일 말이다.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아래 <천문>)는 그렇게 허 감독의 머리에서 자리를 잡아갔다.
물론 부담이 꽤 있었다. 전작 <덕혜옹주> 개봉 당시 역사 표현 문제에서 일부 지적을 받기도 했고, <나랏말싸미> 등 먼저 개봉한 영화에 세종이 등장하기도 했다. 배우 한석규는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서 세종 역할을 이미 소화했고 말이다. 감독의 뚝심과 배우들의 결심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덕혜옹주>를 제작했던 김원국 대표가 제의했는데 처음엔 제가 해낼 수 있는지 고민했다. 할 수 있을 것 같아 참여하게 됐다. 이야기에 일단 흥미가 있었다. 누구나 다 아는 사람에 대한 거고, 여기에 상상력과 새로운 해석이 필요하더라.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지금 이 시대와 같이 갈 부분도 있을 것 같았다.
세종과 장영실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지 생각할 때 딱 최민식, 한석규가 떠올랐다. 누가 무슨 역을 하든 내 조건은 두 배우가 같이 했으면 좋겠다였다. 혹시라도 한 사람이 안 한다고 하면 안 되니까. 그래서 세종과 장영실 역을 정하지 않고 두 사람이 고민하도록 했다. 아마 서로 형님 먼저, 아우 먼저 하면서 고민했을 것이다."
역사를 대하는 감독의 마음
결론은 한석규의 세종, 최민식의 장영실이었다. 형인 최민식이 한석규에게 선택권을 줬고, 한석규가 드라마와 또 다른 세종을 표현해보고 싶다며 제안한 결과다. 허진호 감독은 "최민식의 세종도 새로운 선택이고 재밌었을 것 같지만, 임금을 향한 절절한 마음을 떠올렸을 때 최민식의 장영실이 더 어울릴 것 같더라"며 두 배우 선택에 힘을 보탰다.
가장 부담이 됐던 역사의 고증 문제. 허진호 감독은 <덕혜옹주> 때 경험을 살려 논란과 영화에 대한 불필요한 비판을 줄이고자 했다. 아무도 진실을 알지 못하는 장영실의 최후를 '영화적 상상력'을 발휘해 그리고자 했는데 근거가 바로 실록 등에 표현된 세종과 장영실의 관계였다.
"상상력과 극화의 경계에 대해 생각했다. 이 정도까지 상상해도 되지 않을까 한 거지. 사실 <덕혜옹주>를 아주 재밌게 작업한 건 아니다. 영화라는 게 현장성이 중요하고 저 역시 현장에서 대사나 어떤 상황에 변화 주는 걸 좋아하는데 사극은 그게 불가능하거든. 자유롭지 못하지. 근데 시간의 힘인지 역사의 힘인지 다른 매력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이번 영화에서 가장 크게 상상력을 발휘한 건 안여(임금이 타는 가마)사고를 과연 누가 냈냐는 것이다. 기록을 보면 세종이 자신을 위협했던 존재라도 필요하면 등용했거든. 황희도 그렇고, 장영실의 발탁도 당시 시대와는 안 맞는 거니까. 자격루, 관측기 등을 장영실이 만들었을 때 세종이 엄청 기뻐했다고 돼 있는데, 그리고 내관만이 들어갈 수 있는 곳까지 장영실을 불러 얘기도 했다는데 과연 그를 마지막에 내쳤을까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