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를 사랑한 콘스탄체, 이봄소리 지난 1월 27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배우 이봄소리를 만났다. 연극 <아마데우스>에서 콘스탄체 베버 역을 맡은 그는 데뷔 후 처음으로 도전한 연극 무대에서 인상적인 연기로 관객을 만난다. 코로나 19로 인하여 오랫동안 관객을 만나지 못했으나, 재개막을 통해 이별 인사를 나눌 기회를 짧게나마 얻었다.

▲ 내 주변의 모차르트 “주변에 보면 정말 ‘와, 이 사람은 모차르트 같은 사람이야’하는 사람들이 몇 명 있어요. 예를 들면 제 친구 (민)경아나, 아니면 서경수 오빠나…. (웃음) 그냥 ‘본 투 비’ 너무나 타고난 게 많은 사람! 재능이 있는 사람들은 ‘단순!’ ‘명료!’ ‘간단!’ ‘심플!’ 하잖아요. 그런 게 천재라고 생각해요. 사실 모차르트 같은 사람보다는 저처럼 살리에리 같은 사람이 훨씬 많지 않나요?” ⓒ 곽우신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불후의 명곡을 남긴 불세출의 천재. 아무도 모차르트를 외면할 수도 없다. 그를 증오하거나, 그를 사랑하거나 둘 중의 하나다. 연극 <아마데우스>의 안토니오 살리에리가 전자라면, 콘스탄체 베버는 후자였다. 두 사람 다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알아봤다. 하지만 천재를 대하는 태도는 달랐다. '보통 사람들의 대변자'를 자처한 살리에리는 천재의 음악을 이해할 수 있는 귀, 그와 같은 작품을 쓰고 싶다는 욕망을 지닌 이였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자신의 재능은 그에게 범접할 수 없었다. 자신의 재능을 온전히 신에게 바치겠다고 맹세하던 이 금욕적 인간은, 신을 저주하고 원망하며 모차르트를 파멸시키는 것으로 그 반역을 완성하려 한다.
 
콘스탄체 베버 역시 모차르트가 평범한 사람이 아님을 알았다. 하지만 그의 눈에 모차르트는 천재라는 이름 아래에 박제된 존재가 아니었다. 그 스스로 모차르트를 진정으로 빛나게 할 세공사라고 여겼던 것일까. 콘스탄체는 그의 천재성을 시기하고, 그의 재능을 소유하려는 대신 곁에서 함께 지켜보고 꽃피울 수 있도록 애정을 쏟았다.  
 
"콘스탄체는 천재성을 가진 사람을 알아보고, 그 천재성의 위대함을 아는 사람이에요. 그 사람을 동경하고, 또 그 사람이 가진 재능을 응원해 주고 싶어 하죠. 그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조금 무례하고, 다른 사람과는 다른 사고방식으로 타인을 대한다고 할지라도, 콘스탄체한테는 '그런 부분은 내가 옆에서 잡아주면 돼. 그건 중요한 게 아니야'인 거죠.

'이 사람의 인생에는 더 큰 빛나는 뭔가가 있어. 나는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든 그걸 꼭 반드시 끄집어낼 거야. 그리고 그걸 할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모차르트랑 죽이 또 잘 맞았던 거죠. 모차르트 그 천재는, 순간순간의 기분에 충실하지만 그렇다고 내면이 악한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걸 잘 받아주는 콘스탄체와 환상의 짝꿍이 될 수밖에 없었던 거죠. 제가 해석한 콘스탄체는 항상 모차르트를 보호해주고 이끌어주는 느낌의 캐릭터입니다."

 
배우 이봄소리는 지난 2012년에 데뷔하여 최근 제5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여자조연상을 수상하기까지, 착실하게 자신의 길을 개척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하지만 <아마데우스>의 콘스탄체는 여러모로 그에게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아마데우스>는 그가 무대에 데뷔한 후 처음으로 소화한 연극 작품이었다. 스스로 연극과 거리를 두려고 한 것은 아니었지만, 학생 때와는 달리 배우의 길을 걸으며 연극과 맞닿을 기회가 많지 않았다. 지난 1월 27일, 그를 만나 콘스탄체가 살리에리와 다른 길을 택한 이유를 물었다.
 
콘스탄체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모차르트를 사랑한 콘스탄체, 이봄소리 지난 1월 27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배우 이봄소리를 만났다. 연극 <아마데우스>에서 콘스탄체 베버 역을 맡은 그는 데뷔 후 처음으로 도전한 연극 무대에서 인상적인 연기로 관객을 만난다. 코로나 19로 인하여 오랫동안 관객을 만나지 못했으나, 재개막을 통해 이별 인사를 나눌 기회를 짧게나마 얻었다.

▲ 콘스탄체에게 모차르트는 “모차르트? 죽을 때까지 나를 괴롭혔지만, 죽고 나서도 나를 도와준 사람. 나를 채워주는 사람…. 그러니까 모순적이죠. 이 사람은 너무 천재고, 난 그런 게 멋있고, 사랑스럽지만 그 사람을 품음으로써 따라오는 고통스러운 상황들을 버텨야 했던 삶이잖아요. 그러니 콘스탄체가 모차르트를 떠올리면 이런 식으로 표현하지 않을까요. ‘죽을 때까지 나를 힘들고 괴롭게 한 사람, 하지만 죽고 나서도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라고.” ⓒ 곽우신

 
죽은 모차르트를 영원히 살 수 있도록 한 건 콘스탄체의 공이다. 콘스탄체는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그의 작품을 집대성하고 기록을 보존한다. 후대의 문화 콘텐츠에서 콘스탄체를 표현하는 방식은 제각각이다. 예컨대 뮤지컬 <모차르트!>의 콘스탄체 베버는 자신에게 주어졌던 모차르트의 성을 적극적으로 거부한다. 하지만 연극 <아마데우스>에서는 다르다.
 
"역사라는 게 참 재미있다고 느낀 게, 콘스탄체라는 사람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른 사람이에요. 콘스탄체가 모차르트를 너무 사랑한 것도 맞는데, 반면에 모차르트의 방탕함에 진저리를 친 것도 맞죠. 그래서 이 작품에도 모차르트와 싸우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고…
 
저는 콘스탄체가 참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모차르트랑 별거하면서 떨어져 있기도 했지만, 끝까지 모차르트의 작품을 사수하죠. 그리고 모차르트가 죽고 나서 결국 제일 잘 산 사람이거든요. 재혼한 남편이랑 모차르트의 전리품들을 사람들에게 구경 시켜 주고, 또 악보들도 가지고 있고, 그걸로 돈을 벌어서 죽을 때까지 행복하게 산 여자란 말이에요. 그러니까 엄청나게 똑똑한 여자였던 거죠. 어떻게 해석해서 풀어내느냐의 차이일 뿐이지 틀린 건 없는 것 같아요. 그 콘스탄체도 콘스탄체고, 제 콘스탄체도 콘스탄체인 거죠."

   

모차르트를 사랑한 콘스탄체, 이봄소리 지난 1월 27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배우 이봄소리를 만났다. 연극 <아마데우스>에서 콘스탄체 베버 역을 맡은 그는 데뷔 후 처음으로 도전한 연극 무대에서 인상적인 연기로 관객을 만난다. 코로나 19로 인하여 오랫동안 관객을 만나지 못했으나, 재개막을 통해 이별 인사를 나눌 기회를 짧게나마 얻었다.

▲ 강인한 콘스탄체 “콘스탄체가 안쓰러웠어요. 정신적으로 의지할 곳이 그녀에게는 없었죠. 콘스탄체도 사실 굉장히 강인한 여자인데, 마지막에 모차르트를 떠나기 전 신에서는 절규하고 무너져 내리는 모습, 포기하는 모습을 보이잖아요. 저도 ‘참 이 여자의 삶이 기구하다. 불쌍하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마지막 대사의 텍스트가 마치 ‘나 동정하지 마. 내가 제일 잘 살았어’ 같은 거예요. ‘모차르트는 나에게 정말 다정한 사람이었다. 단 한 번도 나를 거칠게 대하거나 무시한 적이 없다. 나는 그 사람의 악보에 쓰인 잉크의 양에 따라서 값을 매길 거야. 음표가 많으면 많을수록 값을 비싸게! 이 세상에서 제일 영광스러운 여자는 나일 거야’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살리에리 들으라고 하는 거거든요. ‘네가 모차르트에 관한 모든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해? 아니야’라고, 그 여자의 마지막 불꽃이 저에게까지 번지는 거죠.” ⓒ 곽우신

 
<아마데우스>의 콘스탄체는 강인한 존재이다. 잠시 그와 갈등할지언정, 모차르트를 끝까지 사랑했다. 모차르트를 위해 헌신하지만, 그렇다고 단순히 모차르트를 위해서 종속된 존재는 아니다. 보다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조력자. 콘스탄체가 이 어딘가 불안한 좌표 위에 굳건하게 버틸 수 있던 게, 그저 '천재' 모차르트에게 매료되었기 때문일까?
 
"처음엔 천재 모차르트를 사랑했겠죠. 그런데 만약 '인간 모차르트'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분노나 외로움과 같은 감정이 휘몰아쳤을 때 이 사람을 버렸을 것 같아요. 콘스탄체는 모차르트를 진심으로 사랑했어요. 이 작품에서의 콘스탄체는, 천재라서 사랑을 했다기보다, 그 사랑에 자신도 모르게 잠식되어서 모차르트'화' 되어가는 것 같아요. (웃음) '음탕한 놀이를 한다'라고 살리에리가 표현하는데, 그러니까 첫 장면에서 막 미친 듯이 그런 음탕한 놀이를 할 수 있는 것도 모차르트화가 됐기 때문에 콘스탄체도 가능했던 거죠.
 
중간에 모차르트한테 엄청나게 화내다가도 풀어지잖아요, 장난치면서. 그런 것들이 다 이 사람을 사랑하니까 가능한 지점이라고 생각해요. 만약에 콘스탄체가 정말 무서운 사람이었다면, 그렇게 진심으로 웃고 장난치고 하지 않았겠죠. '그래, 마음껏 놀아라. 나는 네 돈만 있으면 된다' 이랬겠죠. (웃음)"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리며, 콘스탄체 역시 모차르트를 원망하고 소리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걸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살리에리도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 모차르트를 완전히 무너트리기 위해서는, 그의 지지대인 콘스탄체를 치워버려야 한다는 사실을. 반대로 말하면, 그 결정적 순간에 콘스탄체가 곁에 있었다면, 이 작품의 서사가 모차르트의 파멸로 귀결되는 게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에 연기할 때 죄책감도 있는 것 같아요. '볼피, 나 당신 돌보려고 왔어. 나 이제 당신 곁을 떠나지 않을 거야'라고 대사를 하는데, 그 순간 너무 미안해요. 모차르트가 피폐해지고 정신적으로 너무 고난을 겪는 상황을 만든 건 살리에리지만, 그 피폐해진 상황 속에서 만약 아이가 없었다면 콘스탄체는 이겨냈겠죠. 살리에리의 수작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콘스탄체의 발이 묶인 거죠. 그러면 이 똑똑한 여자가 생각했을 때 '우리에게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일까? 잠깐 떨어져서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만 분리해놓고, 나중에 다시 바로잡아야겠다'가 아니었을까요? 그래서 떨어져 있다가 모차르트가 위독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더 콘스탄체의 마음이 아픈 거죠."

 
콘스탄체와 살리에리
  

모차르트를 사랑한 콘스탄체, 이봄소리 지난 1월 27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배우 이봄소리를 만났다. 연극 <아마데우스>에서 콘스탄체 베버 역을 맡은 그는 데뷔 후 처음으로 도전한 연극 무대에서 인상적인 연기로 관객을 만난다. 코로나 19로 인하여 오랫동안 관객을 만나지 못했으나, 재개막을 통해 이별 인사를 나눌 기회를 짧게나마 얻었다.

▲ 콘스탄체에게 살리에리는 “오히려 살리에리를 뭐라 한 마디로 규정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사실 제가 보는 살리에리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사람’ 같아요. 왜냐하면 속이 빤히 보이는데, 그래서 이 사람이 어떻게 할 지 너무 아는데, 그래서 내가 이렇게 잡아 가두려고 하면 빠져 나가는 것 같은 그런 사람이요. ‘이 사람 수가 너무 보이고,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나는 너무 잘 알겠는데, 왜 다른 사람들은 자꾸 저 사람 술수에 놀아나지? 왜 자꾸 이 사람이 원하는 대로 상황이 흘러가지?’ 그러니까 콘스탄체는 더 화가 났겠죠, 그 사람한테.” ⓒ 곽우신

 
살리에리는 천재성에 질투를 느끼는 이들의 마음을 대변해 모차르트를 기소한 검사에 가깝다. 그러나 콘스탄체는 평범의 이름으로 천재를 시기하는 대신, 그 역시 불완전하고 보잘것없는 인간임을 눈여겨보고 변호하는 인물에 가깝다. 콘스탄체는 모차르트에게서 살리에리와 같은 것을 볼 수 있었음에도, 모차르트를 중심으로 살리에리의 정반대 방향에 서 있는 안티테제적 인물처럼 보인다.
 
"살리에리랑 비슷한데, 또 살리에리랑 정말 달라요. 살리에리가 미칠 것 같은 질투심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제 콘스탄체는 '어떻게 이런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이 존재할 수 있지? 너무 멋있다'에요. '나는 저 사람 옆에서 평생 사랑해주면서, 저 사람이 부족한 건 내가 채워주고, 저 사람의 천재성에 내가 함께 감명받고 싶다' 이런 느낌이에요. 만약에 그 시대 때 여자들이 작곡을 할 수 있었다면, 그래서 콘스탄체도 작곡을 하는 사람이었다면 또 모르죠. 콘스탄체도 살리에리처럼 모차르트에 굉장히 큰 충격을 받고 질투를 느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모차르트를 사랑할 수 있었던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살리에리와 콘스탄체가 겹치는 신은 많지 않다. 하지만 살리에리의 집에서 두 사람이 충돌하는 장면의 파괴력은 상당하다. 아마데우스가 등장하지 않음에도 가장 <아마데우스> 적인 장면 중 하나다. 살리에리에게 모차르트를 부탁하기 위해 찾아온 콘스탄체는, 목적을 위해 '몸을 파는' 것처럼 묘사되는 인물들과는 그 결을 달리한다. 그는 자신이 가진 것을 충분히 이용할 줄 알고, 자신이 줄 수 있는 것일지라도 주고 싶지 않은 것까지는 내주지 않는 인물이다.
 
"제일 고민이었어요. 연출께서는 '똑똑하게 행동했으면 좋겠다'라고 하셨거든요. 이 신을 할 때는 콘스탄체가 오히려 살리에리의 위에 있다는 느낌이 있어요. 더 계산적이고 영악하게요. '나 지금 네가 무슨 생각하는지 다 알아'라고요. 그게 위험한 게, 모차르트에 대한 마음도 계산된 것처럼 보일 수 있거든요. 나에게 이득이 되니까 모차르트 옆에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니까, 그게 걱정됐어요. 콘스탄체는 모차르트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이 사람의 성공과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이런 '딜'을 하는 건데, 사람들이 '콘스탄체는 자기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 모든 일을 다 계산적으로만 대하는 사람'이라고 느낄까 봐 그게 제일 무서웠어요.
 
어떤 부분에서는 살리에리한테 유약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단호하고 정말 냉정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거를 잘 섞어서 표현하기가 어려웠어요. 사실 콘스탄체 입장에서는 '아,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미친놈이었구나. 너도 만만찮은 놈이구나' 이거든요.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이 정도였는데, 상대는 더 큰 걸 원하고, 나는 더 큰 걸 던지고, 그러다가 더 못하겠다고 하면서 악보 챙겨서 나가잖아요. 그때 살리에리가 또 말도 안 되는 연기를 하는데 이게 제일 가소로운 거죠, 콘스탄체가 보기에. '와, 지금 네가 무슨 생각하는지 다 보이는데 이렇게 연기를 한다고?'라고요."

  

모차르트를 사랑한 콘스탄체, 이봄소리 지난 1월 27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배우 이봄소리를 만났다. 연극 <아마데우스>에서 콘스탄체 베버 역을 맡은 그는 데뷔 후 처음으로 도전한 연극 무대에서 인상적인 연기로 관객을 만난다. 코로나 19로 인하여 오랫동안 관객을 만나지 못했으나, 재개막을 통해 이별 인사를 나눌 기회를 짧게나마 얻었다.

▲ 이봄소리가 타고난 것 "아, 그 웃기는 건 좀 타고난 것 같은데…. (웃음) 남이랑 있을 때 ‘얘 되게 재밌어’ 이런 거에 있어서는 ‘어? 나 좀 타고난 거 아냐?’라고 생각한 적은 있어요. 그게 배우로서의 장점도 되지만…. (웃음)" ⓒ 곽우신

 
작품을 보다가 문득 의문이 들었다. 살리에리는 정말 '보통 사람들의 대변자'라고 할 수 있는가. 살리에리는 '평범한 자'인가. 그는 궁정악장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재능이 있고, 마음만 먹으면 꽤 자신을 과시할 수 있을 정도의 재력이 있는 기득권자였다. 그런데도 그가 '모든 평범한 이들의 대변자'라는 타이틀을 내걸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일까.
 
"저도 가끔 연습하면서 보면 '어휴 잘난 것들이 왜 저렇게 싸워' 막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살리에리나 모차르트나 지금까지도 사람들이 그 이름을 다 알고 있는 사람들인데… 그런데 살리에리의 대사 중에 우리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을 치는, 울리는 대사들이 많아요. '욕망을 주셨으면 재능도 주셨어야죠'라든가… 우리가 어떤 일을 진짜 열심히 할 때 '저 사람은 무슨 복을 타고나서 저렇게 모든 일이 다 잘될까?' 같은 마음이 솔직히 들잖아요.
 
우리 모두의 속에 있는 것, 평범한 사람들이 생각하지만, 입 밖으로 내지 못하는 자격지심이나 피해 의식을 살리에리가 너무 온몸으로 고통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스스로 '평범한 사람들의 대변인'이라고 이야기하고, 우리는 살리에리를 보면서 '네가 이해된다. 당신이 이해된다'라고 공감하죠. 우리가 살면서 '불공평해'라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한 고찰을 살리에리가 우리 대신해주고 있는 것 같아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배우 이봄소리 본인은 자신을 모차르트보다 살리에리에 더 가까운 존재로 인식하는 듯했다. 관객의 입장에서 이봄소리는 빛나는 재능을 지닌 배우 중 하나다. 어떤 작품을 하더라도, 어떤 역을 맡더라도, 이봄소리는 그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 확연한 존재감을 뿜어내는 이다. 스쳐 지나가는 신이더라도 그가 오간 자리에는 그의 잔상이 남는다. 신이 자신에게 준 달란트를 채 깨닫지 못한 채, 다른 이에게 주어진 달란트를 질투하는 이들은 얼마나 많은가.
 
"저는 굳이 따지자면 노력형 인간인 것 같아요. 제가 다른 사람들을 봤을 때 '아 나도 저런 거 타고나고 싶다' 싶은 게 있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청순한 느낌이나, 처연함, 사연 있어 보이는 얼굴 이런 거요. (웃음) 아무래도 어떤 캐릭터를 연기할 때 굉장히 다양한 모습이 필요하잖아요. 그런데 그런 처연함, 한, 이런 거는 제가 정말 노력을 해서 만들어야 해요. 예를 들면 <아랑가>도 그렇고, <마리 퀴리>의 안느도 그랬고요. 연기도 그렇고, 노래도 그렇고, 춤도 그렇고, 뭐 그냥 타고난 건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아쉽다고 생각해요. 그런 생각을 늘 하기 때문에 마음수련을 해요. 사람들이 저한테 '너 되게 긍정적인 사람 같아'라고 하는데, 그것도 다 노력의 산물이에요. 저는 너무 나약하고, 욕심이 많은 사람이기 때문에 그 번뇌를 좀 없애고자 긍정적인 생각을 더 많이 하는 거고, 내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자꾸 더 찾으려고 애쓰는 거죠. 습관이 오래되면 결국 그 사람의 삶이 된다고 하잖아요? 자꾸 그런 에너지를 가지고 삶을 살아 보다 보니까, 그냥 그런 사람이 된 것 같아요. 내가 부족한 건 본인이 가장 잘 알잖아요? 그래서 앞으로도 부족한 건 부족하다고 인정하고, 더 나은 거를 쫓아가는 사람인 거에 만족해요. 쫓아갈 수 있다는 것도 축복이잖아요."

 
이봄소리와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를 사랑한 콘스탄체, 이봄소리 지난 1월 27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배우 이봄소리를 만났다. 연극 <아마데우스>에서 콘스탄체 베버 역을 맡은 그는 데뷔 후 처음으로 도전한 연극 무대에서 인상적인 연기로 관객을 만난다. 코로나 19로 인하여 오랫동안 관객을 만나지 못했으나, 재개막을 통해 이별 인사를 나눌 기회를 짧게나마 얻었다.

▲ 다시 만나는 <아마데우스> “처음 개막할 때랑은 마음이 다르죠. 더 소중해졌어요. 연습도 열심히 했는데, 이렇게 짧게 공연하고, 마무리도 제대로 못하고, 사람들 기억 속에 ‘아, 그 잠깐 했던 그 공연’ 이렇게 남는 게 너무 싫었어요. ‘안 돼!’ (웃음) 지나간 공연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명언이 있잖아요. 이 극장에서 이 시기에 이 모든 배우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또 어떻게 있겠어요. 그래서 잠깐의 멈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더 너무 소중하게 느껴져요. 다시 단 며칠이라도 공연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해요.” ⓒ 곽우신

 
동명의 영화로도 더 유명한 이 작품이 그에게 찾아온 건 위기이자 기회였다. 여러 뮤지컬에서 시원하면서도 섬세한 보컬로 감정을 표현하던 그가 노래 없이 관객 앞에 섰다. 분절된 신과 신 사이에서도 자신의 감정을 잇기 위해 노력해가며, 이봄소리는 관객에게 보다 설득적이고 주체적인 콘스탄체를 조형했다.
 
"어떻게 보면 새로운 도전이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죠. 다른 사람들한테 되게 색달랐겠죠? <아마데우스>는 배역에 대한 애착보다는, 극의 전반적인 내용에 더 마음이 가는 작품이에요. 예를 들면 <차미>에서는 '차미'에 대한 애착이 너무 강하고, <마리 퀴리>에서는 안느나 마리에 대한 애착이 강한 게 있었다면, 이 공연은 그냥 <아마데우스>에 나오는 모든 대사에 애착이 가요.

콘스탄체의 분량이 많지 않더라도, '내가 이 작품을 했다니!'라는 데 의의를 둘 정도로 영광스러워요. '어쩌면 이렇게 대사를 잘 쓸 수가 있나', '이렇게 대사가 많은데 지루하지 않고 짜임새 있게 극이 흘러갈 수 있나' 하며 감탄을 많이 했어요. 살리에리가 말하는 모든 대사가 가슴에 탁탁 와 닿았기 때문에, '이 정도면 정말 평범한 사람들의 대변인이 맞다!' 이런 생각도 들었고요."


원래 <아마데우스>는 지난 1월 17일에 종연을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코로나 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이 강화되면서, 개막한 지 얼마 안 돼 공연을 쉴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이번 시즌을 마감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도 컸다. 기약 없는 기다림 속에서, 그래도 다행히 <아마데우스>는 마지막으로 관객과 이별 인사를 나눌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래서 이봄소리에게도 이 작품은 더욱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도 무대를 찾아와주는 관객 앞에 더더욱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 19 때문에 집 밖에 나오는 것 자체가 되게 큰 용기잖아요. 원래도 공연을 찾아오시는 관객들에게 '정말 감사합니다'밖에 드릴 말씀이 없었는데, 지금 이런 시국이 되니까 어떻게 말로 표현이 안 될 정도예요. 그 큰 용기에 제가 보답을 할 수 있는 길은, '이 걸음이 헛되었다'라는 생각이 안 들도록 정말 매 공연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 외에는 대체할 수 있는 말이 없는 것 같아요. 너무 감사드리고, 그 발걸음이 굉장히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게 매 순간 최선을 다할게요.
 
관객들이 '나 <아마데우스> 봤는데 너무 좋았어' 그 마음으로 가셨으면 좋겠어요. 공연 자체가 되게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고, 보고 나서 한참이 지나도 계속 곱씹어서 생각할 수 있는 공연이었으면 하고요. 사람은 누구나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잖아요. 누구에게나 살리에리 같은 마음도 있고, 모차르트 같은 마음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혼자 생각하고 고민해보는 여운을 길게 드렸으면 좋겠어요."

 
모두가 힘들고 추운 시기이다. 하지만 아무리 추운 겨울도 봄에 꺾이고 만다. 결국은 봄이 오고야 만다. 겨울이 추울수록, 다가오는 봄은 더 강인하게 싹을 틔워낸다. 이 배우가 가진 힘은 그래서 봄을 닮았다. 어려운 시기를 버티고 지난 2일 재개막한 연극 <아마데우스>는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오는 14일까지 관객을 맞는다. 그리고 이봄소리는 잠시 휴식을 가진 뒤, 또 다른 작품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모차르트를 사랑한 콘스탄체, 이봄소리 지난 1월 27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배우 이봄소리를 만났다. 연극 <아마데우스>에서 콘스탄체 베버 역을 맡은 그는 데뷔 후 처음으로 도전한 연극 무대에서 인상적인 연기로 관객을 만난다. 코로나 19로 인하여 오랫동안 관객을 만나지 못했으나, 재개막을 통해 이별 인사를 나눌 기회를 짧게나마 얻었다.

▲ 내면과 외면의 차이 “밖에서는 막 들떠 있고, 밝고 그렇지만, 집에서는 푹 쳐지고 그랬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그 간극이 작아졌어요. 아마 무대를 통해서 여러 배역을 만나면서 많이 나아진 것 같아요. 무대 위에서 소리치고 울고 감정 표출을 다 하잖아요. 그러고 집에 오면 표출할 게 없는 거죠. 너무 슬퍼하고 이럴 것도 없어요. ‘아, 힘들어’ 이러고 그냥 자고…. (웃음)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털어내게 되더라고요. 그게 제 직업에 만족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웃음)” ⓒ 곽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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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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