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후의 명작 '사랑과 영혼'고등학교 입학시험이 끝나고 난생 처음 극장에서 본 영화 '사랑과 영혼'. 극중 주제곡인 언체인드 멜로디와 함께 도자기를 빚으며 사랑을 나누는 두 주인공의 모습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명장면으로 추억되고 있다.
Daum 영화
이후 촌구석 시골에 살던 나는 고등학교에 입학시험을 보러 나온 1990년 겨울, 대전의 한 정식극장에서 첫 영화를 관람했다.
내 인생 첫 영화를 관람한 그곳은 대전에서는 꽤나 큰 규모의 극장이었던 '아카데미 극장'이었다. 대전역 근처 골목에 위치하고 있던 아카데미 극장은 1964년 개관해 대전 시민들의 문화갈증을 해갈해 줬지만 아쉽게도 2016년 7월 문을 닫았다.
아카데미 극장에서 처음으로 봤던 영화는 불굴의 명작인 <사랑과 영혼(Ghost)>이었다. 불멸의 주제곡 '언체인드 멜로디(Unchained Melody)'와 함께 스크린 속에서 데미 무어와 패트릭 스웨이지가 도자기를 빚는 장면은 지금도 여전히 심쿵 장면으로 남아있다.
다소 야한 듯한 장면에선 손가락으로 얼굴을 가리고 손가락 사이로 훔쳐봤던 기억도 떠오른다.
이렇듯 순진했던 고등학생은 사춘기를 만났고, 어느덧 교복을 뒤집어 입고 성인영화관을 출입하는 엉큼한 학생으로 변해있었다.
학교와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작은 영화관의 간판은 사춘기였던 고등학생을 유혹하는 훌륭한 미끼였다. 게다가 두 편 동시상영. 그중에 한편은 '청불'이었으니 간판 속 여주인공의 모습은 사춘기 고등학생을 극장 안으로 불러들였다.
매표소 아저씨를 속이기 위해 입고 있던 교복까지 뒤집어 입었다. 제법 양복처럼 보였고, 양복을 흉내 낸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이 성숙해 보였을까 아니면 알면서도 모른 척 했을까 매표소 아저씨는 어떠한 제재도 없이 호기심 많은 고등학생을 극장 안으로 들여보냈다.
극장 안. 맨 뒷자리에 앉은 고등학생은 청불 영화가 상영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순수한 감성을 끌어냈던 <비오는 날의 수채화>는 고등학생 관람객의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머릿속은 온통 간판 속 'XXX 부인'의 고혹적인 자태로 가득 찼다.
한편의 영화가 끝나고 마침내 기다리고 기다리던 간판 속 'XXX 부인'이 스크린 속에서 유혹을 시작했다. 극장 안에서는 호기심 많은 고등학생 관람객들의 침 삼키는 소리만 들렸다.
동시상영에 맛들인 고등학생들은 이후에도 교복을 뒤집어 입고 동시상영 극장을 찾아다니며 사춘기의 반항을 해소했다.
작은 영화관에서 다시 시작된 문화생활
▲이제는 작은 시골마을에서도 동시상영 영화를지난해 태안군에 생긴 작은영화관. 비록 65석, 34석의 작은 관람관이지만 관람료가 저렴하고 편안한 좌석 덕분에 많은 주민들이 애용하는 장소 중 하나다. 필자 또한 작은영화관의 단골관람객이기도 하다.김동이
동시상영 극장에서 제법 많은 편수의 영화를 섭렵하며 문화생활을 누렸던 난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 그리고 군대를 제대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을 극장과는 담을 쌓고 살았다. 특히, 지금 살고 있는 태안군에는 영화관이 없다보니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해 9월경 추석을 앞두고 태안에도 영화관이 생겼다. 태안군에서 지은 65석, 34석의 2개관을 갖춘 '작은 영화관'이었다. 관람료도 일반 극장에 비하면 저렴했다. 일반 5천원, 청소년‧65세 이상 노인‧국가유공자‧장애인과 단체관람의 경우는 4천원이다.
비록 일반 영화관에 비해 상영관이 제한되다보니 많은 영화를 접할 수는 없지만 일주일에 4~5편 정도는 볼 수 있다. 태안 작은 영화관은 좌석이 일반 영화관보다 넓고, 앞뒤 좌석 간격도 넉넉해 편안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어 제법 인기가 많다.
첫 상영작으로 위안부 할머니를 담은 <아이 캔 스피크>를 상영한 이후 태안 작은 영화관에는 꾸준히 관람객들이 찾고 있다.
나 또한 작은 영화관의 단골 관람객이다. 일주일이면 2~3편의 영화를 본다. 주말에는 부러 가장 마지막 타임을 골라 영화를 보며 일주일을 마무리할 정도로 영화광이 됐다.
지금도 작은 영화관을 찾을 때면 어린 시절 시내버스를 타고 대전시민회관까지 나와 우뢰매를 보고 책받침을 받고 친구들과 손 꼭 잡고 집으로 돌아왔던 추억이 소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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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