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창동계패럴림픽 결산 기자회견이 18일 오후 평창 바이애슬론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열렸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배동현 선수단장과 신의현 노르딕스키 선수가 환히 웃으며 껴안고 있다. 창성건설 대표이사인 배 단장은 2015년 민간기업으로서는 최초로 장애인 노르딕스키 팀을 만들어 신 선수를 지원해왔다. ⓒ 소중한
"계속 관심 가져달라. 열심히 하는 신의현 되겠다."평창 동계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 신의현 선수가 19일 강원도 평창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열린 결산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명호 대한장애인체육회(KPC) 회장과 정진완 선수단 총감독도 평창 패럴림픽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부탁했다.
한국선수단은 그야말로 이번 대회를 통해 패럴림픽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크로스컨트리 스키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하나씩 획득하고, 장애인 아이스하키에서 동메달을 얻었다.
'사상 최초'라는 수식어도 함께 얻었다. 신의현 선수가 거둔 금메달은, 한국 선수단이 1992년 알베르빌 동계패럴림픽에 처음 출전한 이후 26년 만에 획득한 것이었다. 또 한국 크로스컨트리 스키 역대 최초의 메달이기 하다. 장애인 아이스하키팀의 동메달 역시 사상 최초다.
성적뿐만 아니다. 평창 패럴림픽에 참가한 한국 선수단 자체가 역대 최대 규모였다. 한국 선수단은 이번 대회에서 6개 전 종목에 선수 36명을 포함, 83명을 파견했다. 26년 전 첫 패럴림픽 파견 때 한국 선수단의 규모는 선수 2명과 임원 3명에 불과했다.
이처럼 새 역사를 쓴 선수단이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이번 대회가 국내에서 열린 덕에 상대적으로 관심과 지원이 컸기에, 평창 패럴림픽 이후의 상황도 같을 것이라고 낙관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 지원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에서 동참해주신다면..."
▲ 평창동계패럴림픽 결산 기자회견이 18일 오후 평창 바이애슬론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열렸다. 기자회견 도중 신의현 선수가 "(바이애슬론에서 메달을 따지 못했으니) 사격에 더 매진하겠다"고 웃으며 말하자, 배동현 선수단장도 함께 웃고 있다. ⓒ 소중한
장애인 역도선수 출신인 이명호 회장은 "선수들이 좋은 결과를 만들기까지 정부가 지난 몇년간 458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시설, 경기력 향상 부분을 적극 지원해주셨다"라면서 "패럴림픽에서 보여준 경기력을 갖기 위해서는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전문 체육만 아니라 생활 체육에 대한 지원 방안을 묻는 질문에는 "장애인은 (선천 장애가 아닌) 중도 장애가 많아서 생활 체육을 통해 선수들이 발굴되는 편"이라면서 장애인 생활체육 지원 확대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그는 "스포츠를 통한 (장애인들의) 의료비 절감 효과는 1조7000억 원이나 된다. 우리 장애인들이 사회에 복귀하는 데도 가장 큰 힘이 된다"라면서 "그러나 사실 17개 시·도에 장애인들이 가까운 곳에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은 아직 부족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정부에 협조를 구해서 각 시·도의 공공체육시설을 개선한다든지, 하다 못해 중증장애인들을 위한 체육시설을 각 구별이라도 따로 만들 수 있다든지 그런 방안을 정부와 긴밀하게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00년 시드니 패럴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정진완 총감독은 "이제 다음을 준비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패럴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부족했던 것들을 평가하고 다음 2022년 베이징동계패럴림픽에 대비해 선수 중심의 종합 계획을 수립하겠다"라면서 "정부의 지원뿐 아니라 배동현 선수단장처럼 민간 기업에서 선수들을 위한 정책에 동참해주신다면 우리 선수들이 더욱 힘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총감독이 언급한 배동현 선수단장은 지난 2015년 민간 기업으로는 최초로 장애인 노르딕스키(바이애슬론·크로스컨트리 스키) 실업팀을 창단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나타났 듯 국내에선 중계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비인기 종목인 탓에 홍보 효과를 기대하기도 힘들었지만 배 단장은 선수들을 꾸준히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한국 첫 패럴림픽 금메달도 그 덕이다. 당초 휠체어농구·핸드사이클 등을 했던 신의현 선수는 실업팀이 창설되면서 종목을 전향했다.
그러나 배 단장은 "사실 처음 실업팀을 만들 때는 이런 날이 올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신 선수가 열심히 해준 덕"이라고 공을 선수에게 돌렸다. 또 "(실업팀 창설 땐) 홍보 효과보다 선수들을 지원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렇게 시작한 지원이 큰 일로 이어져서 저도 꿈만 같다"라며 "선수들이 더 많은 지원을 받는다면 제2의 신의현도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88 패럴림픽 이후 많은 것이 변했듯 평창 이후에도..."
▲ 평창동계패럴림픽 결산 기자회견이 18일 오후 평창 바이애슬론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열렸다. 이명호 대한장애인체육회장, 정진완 선수단 총감독, 신의현 노르딕스키 선수, 배동현 선수단장(왼쪽 아래부터 반시계방향으로)이 기자회견을 마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소중한
한편, 선수단은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바뀌리라 전망했다.
이 회장은 "88올림픽과 함께 열렸던 패럴림픽 이후 장애인 복지 수준이 엄청나게 발전했다. 그 당시에는 장애인에게 운전면허도 안 내주던 시절이었다"라며 "30년 만에 국내에서 개최된 패럴림픽을 통해서 장애인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바뀌리라 본다. 그 의미가 상당히 크다"라고 말했다.
배 단장은 "개인적으로는 많은 국민들이 패럴림픽을 응원하고 관심 가져주신 것이 큰 의미라 생각한다"라며 "저도 예전에는 패럴림픽에 대해 잘 몰랐다. 자국에서 열린 패럴림픽을 통해 장애인 선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게 큰 의미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정 총감독 역시 "저는 1987년 사고로 장애를 입고, 1988년 서울에서 열린 패럴림픽을 보면서 운동을 처음 시작했다"라면서 공감했다.
"평창 패럴림픽 이후에 많은 것이 변화할 것 같다. (국제패럴림픽위원회 앰블럼인) '아지토스'는 '동등하게·함께·나란히'라는 뜻이다. 앞으로 교육·체육활동·여행 등 여러 분야에 변화가 오리라 생각한다. 특히 국민 인식에 가장 큰 변화가 올 것이다. (장애인들도) 함께 같이 할 수 있고, 함께 일할 수 있다고. 88 패럴림픽 때부터 30년 동안 보면서 변화했기에 평창 패럴림픽 후에도 변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