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03.영화 속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세 사람은 각각 문제점을 갖고 있다. 튜즈데이는 진실한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그럴 수 없는 환경 속에 자신을 방치하며 스스로를 외면한다. 아만다는 마닐라에서의 실제 모습을 가족들에게 비밀로 한 채 길거리에서 번 돈으로 가족의 생계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허구의 삶을 산다. 바비의 경우 조금 더 심각하다. 마약을 운반하는 일을 도우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고자 하는 것. 물론 필리핀에서 마약 관련 범죄는 중범죄에 속한다. 이들의 삶이 문제인 이유는 단순히 음지에서 일어나거나 거짓으로 점철돼 있기 때문은 아니다. 삶을 지속하는 주체인 본인 스스로가 괴로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들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는 점이 바로 이것이다. 개인의 행위는 무엇을 통해 평가되나? 수단과 목적 성취의 관계에서 정당성이란 누가 부여하는가?
04.같은 맥락에서 바비가 연루된 한국인 재원을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을 면밀히 따라가 볼 필요가 있다. 재원이라는 인물은 영화 속 주인공과 같은 처지에 놓인 이들을 대상으로 갈취와 폭력을 일삼고 마약 관련 사업에도 연루된, 한마디로 질이 좋지 않은 인물이다. 실제로 필리핀에서 재원 같은 한국인들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현실을 일부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제라르도 칼라구이 감독은 이를 결코 확대해석하진 않고 있다. 재원의 그릇된 행위를 개인의 문제로 한정하면서 한국인 전체를 일반화하는 오류를 피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마찬가지다. 많은 영화가 특정 지점을 통해 전체를 일반화하고 적당한 결론을 도출한다. 그러나 충분히 그럴만한 소재 앞에서도 냉철한 시각으로 이를 분리하는 연출은 이 영화의 장점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