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는 어디까지 갈 것인가"권우성
1. 나는 '세월호 리본'을 단 한 번도 단 적이 없다.
2014년 4월 16일 당시 나는 노동조합(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집행부였다. MBC의 세월호 보도 참사를 기록하고 고발하는 보도 민실위 간사였다.
그때 노동조합은 또 싸움을 시작했다. 노동조합 위원장이 빡빡 삭발하고 경영진 대신 무릎 꿇고 사죄했다. 분향소를 찾아 안광한, 김장겸 사장 등이 마땅히 들어야 할 욕을 대신 듣고 사죄했다. 보도 참사를 기록한 'MBC 세월호 보도 백서'를 국회와 언론단체에 배포하며 대대적 공론화에 나섰다.
당시 경영진은 그런 우리를 조롱하고 비아냥댔다. 유족 폄훼·혐오 보도를 끝까지 이어갔다. "현장 기자들이 발제를 하지 않아 몇몇 정부 비판 보도(안전행정부 국장 참사현장 기념촬영 논란 등)를 할 수 없었다"고 국회에 수차례 위증을 했다. 그래놓고 "MBC 세월호 보도가 국민 정서와 교감했다"며 자화자찬까지 했다. 노동조합을 향해 "야당 측에 회사 정보를 유출했다"고 비난했다. MBC 구성원의 릴레이 비판과 문제제기에 보복을 가하기 시작했다. 해고와 정직 등 중징계와 부당전보 피해자가 잇따라 또 발생했다.
하지만 당시는 물론 지금도 노동조합 집행부는 세월호 이야기를 어디 가서 제대로 하지 못한다. 결국 막지 못했다는 공범자 의식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리본을 달 자격마저 없다고 늘 생각했다.
지난달 26일, 우리는 안산에서 세월호 희생자 부모님들을 만났다. "보도 참사 장본인들은 정작 따로 있다는 거 잘 안다. 하지만 당신들 역시 공범이다", "MBC 정상화 이후, 보도 참사를 자행한 기간만큼 사과 방송과 정정 보도를 해야 한다"는 등의 질책을 들었다.
어느 어머님이 물었다. "여러분은 자기 자식이 죽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처럼 끝까지 버티지 못하고 중도에 싸움을 멈춘 것 아니냐." 우리는 제대로 고개를 들지 못했다.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그 어머님이 우리를 불러 세웠다. 가장 중요한 말을 빼먹었다고 했다.
"이번에는 꼭 이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