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상대로 한 정직 및 해고 무효 소송 1심에서 승소한 MBC예능국 권성민 PD가 지난 2015년 9월 25일 오전 마포구 MBC상암사옥 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권PD는 지난해 <오늘의 유머>에 세월호참사 관련 보도를 비판한 '엠병신 PD입니다'는 글을 올렸다 정직 6개월 징계를 받았고,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예능국 이야기>(일명 유배툰)를 올렸다가 해고를 당했다.
권우성
성민이가 해고까지 당하자 더 견디기 힘들었다. 그래서 가장 믿고 따르던 선배인 오승훈 아나운서에게 내 고민을 털어놨다. 그때 선배는 내게 "잊지 말자"고 했다. 그리고 "늘 깨어있자"고 했다. 비록 지금 당장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더라도 끊임없이 생각하며 옳고 그른 것에 대해 말할 수 있도록 고민하자고 했다. 그렇게 선배에게 위안을 받으며, 나는 내 용기없음에 나름의 정당성을 부여했다.
며칠 뒤 승훈 선배는 회사 게시판에 경영진을 향해 '권성민 PD의 해고를 재고해 달라'는 글을 썼다. 날카로웠지만 정중했고, 품위 있는 글이었다. 하지만 선배는 그 글로 인해 빨갱이로 낙인 찍혔고, 결국 아나운서국에서 쫓겨났다. 선배가 쫓겨나던 날 밤, 승훈 선배를 붙잡고 하염없이 울었다. 하지만 정작 선배는 "괜찮다"고 했다. 가장 힘든 건 선배였을 텐데, 나는 고작 미안함과 상실감에 울었다. 그렇게 나는 또다시 겁쟁이가 되었다.
손정은 선배는 마주치지도 못했던 고위 임원에게 인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방송에서 철저히 배제됐고, 이후 아예 아나운서국에서 쫓겨났다. 라디오국 이대호 선배(PD)는 사내 게시판에서 보도부장의 글에 반박 글을 달았다가 비제작부서로 쫓겨났다. MBC에서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전부 옮겨 적을 수 없을 정도로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동시에 "아버지는 잘 지내시니?"라는 안부 인사가 권력에 아부하는 자들 사이에서 오갔다. 권력자와 부역자들은 주거니 받거니 그들만의 잔치를 반복했다. 난 그 속에서 침묵한 대가로 험한 꼴을 면했다. 하지만 그들은 겁쟁이조차 분노하게 했다. 나는 분노를 넘어 패배감을, 자괴감을, 창피함을 느꼈다. 5년 동안 침묵했던 겁쟁이도, 닫힌 입을 열고 떠들게 했다.
난 참 많은 빚을 졌다. 회사 동료들에게, 아나운서 선배들에게,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박창현
더는 이런 비극이 MBC 안에서 벌어져서는 안 된다. 이제 와 용기 냈다고, 지난 부채의식을 던질 수는 없다. 지난 5년의 침묵은 부채의식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함께 싸우며, 조금이라도 갚아나갈 것이다. 먼저 용기 내 상식을 이야기했다는 이유로 탄압받은 동료들을 위해, 당당한 MBC 구성원으로서의 주어진 역할을 다 할 것이다.
* 박창현 아나운서는 2013년 MBC에 입사해 오전 5시 뉴스, 경제매거진M 등을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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