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범인은 누구인가. 강력한 서스펜스를 추동력으로 삼는 연극 <싸이코패스는 고양이를 죽인다>
몽시어터
두 시간이 조금 넘는 극은 고양이를 죽인, 나아가 사람까지 살해했을 수 있는 범인이 같은 빌라에 산다는 추정으로부터 발생하는 강력한 서스펜스를 추동력으로 삼는다. 사실상 극 전반부는 빌라 주민들이 머리를 모아 모임에 참석하지 않은 301호 남자를 범인으로 몰아가는 과정으로 이뤄졌는데 이 과정에서 진짜 범인이 누구인지에 대한 긴장과 궁금증이 관객의 관심을 극에 매어두는 요소로 작동한다.
하지만 후반부는 전반부의 전개와는 딴판이다. 이야기가 전개되고 증거가 확보될수록 긴장감이 배가되는 대신 극 중 인물들의 결점과 불안한 내면이 더욱 강조되고 그 속에서 블랙코미디적 정서가 느껴지는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웃음을 자아내기 위해 경찰과 공무원 준비생 등 다소 과하게 느껴질 수 있는 캐릭터가 등장함은 물론 각자의 불안한 내면이 전면에 떠오르며 사회 비판적인 주제의식이 엿보이기도 한다.
극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는 자신의 결핍을 내면에 은밀히 감추고 있다. 더불어 가까운 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결핍을 채우지도 못한 듯 보인다. 도덕 선생님은 가정폭력으로 추정되는 사유로 아내와 함께 살고 있지 않고 유일한 가족으로 등장하는 부부 역시도 서로를 무시하고 헐뜯기만 한다. 공무원 준비생은 온갖 열등감과 편견으로 가득한 인물로 그려지며, 정상적으로 보이는 인물들 역시 내면에 불안하고 불온하기까지 한 특성이 있는 듯 보인다.
연극은 이와 같은 등장인물이 보통 사람들과 다르지 않음을 강조한다. 극 중에서 '누구나 (마음이 비틀리면 화풀이로 죽일) 고양이 하나쯤 가진 것 아니냐'는 대사가 나오기도 하거니와 각박한 세상에서 자기를 드러내지 않고 정상적인 것처럼 위장하며 살아가는 현대인의 단면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소통이 없이 가면 아래 침잠하는 자아와 그로 인한 부작용, 억눌린 욕망과 분노를 비틀린 방식으로 표출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드러내는 게 이 연극의 목적이 아닌가 싶다.
하고 싶은 이야기에 집중했다면
▲'누구나 (화풀이로 죽일) 고양이 하나쯤 가진 것 아니냐'는 대사는 현대인의 단면을 노골적으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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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부분 만큼 아쉬웠던 순간도 많았다. 무엇보다 두 시간 넘는 시간 동안 쉴 새 없이 몰아쳐 관객을 지치게 하면서도 여운을 남길만한 강렬하고 효과적인 장치를 갖지 못했다는 점이 그랬다. 다루고 있는 주제와 소재 역시 이미 수차례 다뤄진 것이어서 차별화되는 부분이 부재했다는 점도 안타까웠다. 현대인의 고독과 소외, 비틀린 자아와 이웃 간의 관계 등 돌아볼 만한 내용이 없지 않았지만 이를 꿰어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그로부터 관객의 가슴에 여운을 남길 수 있는 무기를 갖지 못한 듯했다.
필요하지 않았던 부분을 쳐내고 꼭 전하고픈 이야기에 선택과 집중을 했다면 이보다 나은 작품이 마련됐을 것이다.
▲현대인의 고독과 소외, 비틀린 자아와 이웃 간의 관계 등을 이야기하는 연극 <싸이코패스는 고양이를 죽인다> 몽시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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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사람이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는 일에 관심이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오마이뉴스 유지영입니다. alreadyblue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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