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게도 이번 생에 당신을 기다리는 '무대' 같은 건 없다. 주어진 배역은 엑스트라, 솔직히 이조차 어려울 수 있다. 조명 끄트머리에서 관객들이 보내는 박수에 가슴이 저릿하지만, 당신의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행복할 수 있겠는가. 행복하다 못해 기꺼워할 수 있는가. 누군가는 단숨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tvN <정년이>는 최고의 국극배우에 도전하는 '정년이(김태리 분)'를 둘러싼 경쟁과 연대, 찬란한 성장기를 담았다. 원작 웹툰 기반 작품이지만, 다른 점이 많다.
정년이의 1호 팬이자 주연 캐릭터 '권부용'은 사라졌고, 예리하게 사회를 꿰뚫던 '고사장'도 없다. 정년이와 중요한 관계를 맺던 이들이 사라지니 드라마 속 정년이는 다소 얄팍한 감이 있다. 사실 정년이가 겪는 수난에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최고의 국극배우가 된다는 결과가 예견되는 탓일까. 게다가 주인공인 만큼 모든 재능을 갖췄다.
그래서 이 캐릭터가 눈에 걸렸다. 아무리 노력해도 무대에 설 수 없는 사람, 그럼에도 행복한 사람. 모두 인생에서 주인공이 될 수 있다며 헛바람 부는 사회에 '백도앵(이세영 분)'이 필요한 이유다.
너는 '주인공'이 될 운명이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