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유일하게 닳은 책이 < WHY? 사춘기와 성 >이던 나의 중학교 시절, 남자아이들은 툭하면 "너 걸레냐?"고 물었다. 그들이 말하는 걸레의 범주는 너무 넓어서 포함되지 않는 여자아이가 없을 정도였다. 남자친구가 자주 바뀌어도, 고백을 많이 받아도, 성교육 시간에 웃어도 '걸레'가 됐다. 정작 그들은 틈만 나면 AV 배우의 신음 소리를 흉내 냈지만, 결코 걸레가 되진 않았다.
고등학교 때 다닌 학원 화장실에는 처녀막 재건 수술 광고지가 붙어 있었고, 대학교 때는 자신의 전 애인이 알고 보니 걸레였다는 취중진담을 들어야만 했다. 그럴 때마다 자리를 박차고 싶었다. 너도 있고 나도 있는 게 성욕인데 왜 네가 하면 본능이고 내가 하면 걸레야?
소리 없는 아우성을 삼킬 때 나보다 먼저 일어선 여자를 만났다. 분명 새벽 2시 50분쯤 대학가 '투X리'에서 만난 거 같은,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속 구재희(김고은 분)다.
재희는 왜 '걸레'가 됐나